[기업의 질문]

“회사와 관련해 갑작스럽게 문제가 불거져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를 비롯해서 여러 임원들이 모여 대응 방안들을 강구 중인데요. 혼란스럽고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위기 발생 시 대응방안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위기관리 자문 경험들을 토대로 몇 가지 대응 방안 결정을 위한 참고 사항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론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상황 정보들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그와 함께 여러 주변 변수들에 대한 검토들도 완료되어야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려해볼 핵심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려사항. ‘우리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정해 토론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겼으니 무조건 나서서 가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침묵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현 상황에서 아무런 (가시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어떤 문제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지 예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후폭풍들이 예상되는가 자문(自問)해보는 것이죠. 만에 하나 현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도 별반 문제가 없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면 적절한 대응 시기가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준비에 우선 집중해야 하는 시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고려 사항. ‘현 위기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상정해 토론하십시오. 위기를 발생시킨 문제의 핵심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빨리 찾아 정확하게 규명하고 정의하십시오. 그것이 이번 위기의 뿌리일 수 있습니다. 그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는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뿌리가 정확하게 정의되면, 그 다음엔 그 문제의 핵심을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으십시오.

이를 통해 이루어진 의사결정이 위기관리 대응방안의 초석이 됩니다. 만약 현 위기상황이 품질에 대한 것이면 품질에 대한 핵심 문제를 정의해 관리해야 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것이라면 서비스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고객에 대한 것이라면 고객에 대한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안전에 대한 것이라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문제 제품에 관한 것이라면 문제 제품을 신속히 회수 또는 사용 중지시키는 데 큰 노력을 구해야 합니다.

세 번째 고려 사항. ‘우리가 강구한 대응 방안들을 실행하면 추가 이해관계자 개입을 방지할 수 있을 성격의 것인가?’하는 자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회사에서 가시적 대응을 진행하였음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공분이 사라지지 않고 추가 개입들이 이어진다면 그건 적절한 대응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발적 리콜 선언을 했음에도 소비자들 대부분의 원성과 이를 비판하는 언론 그리고 정부규제기관의 압박이 사그러들지 않는다면 해당 리콜은 실패한 대응일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나가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사과 했음에도 NGO들이 연이어 시위를 하고 불매운동을 하고, 정부 규제기관이 대표를 소환한다면 이 대응에는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상적 위기 대응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방지 또는 완화합니다.

네 번째 고려 사항. ‘여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우리의 대응 방안은 과연 어떤 수준까지 되어야 하는가?’하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호미로 막을 위기가 있고, 가래로도 막지 못할 위기가 있습니다. 과연 회사가 어떤 수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해당 위기가 적절하게 관리될 것인가는 여론 분석을 위해서만 유추 가능합니다.

오프라인 언론과 의견들, 온라인에서 발현된 일반 공중의 의견들 그리고 해당 의견들의 확산 속도와 범위, 규제기관, 사법기관, NGO, 고객들의 변화된 움직임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여론을 실체에 가깝게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네이버에 노출되고 있는 아픈 포스팅 몇 개를 들여다보면서는 여론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트위터에서 돌아다니는 평들을 읽다 보면 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여론은 가능한 여러 채널들과 대상들을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었고, 화를 내고, 울고, 아프다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그 외에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제3의 공중의 여론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이들이 해당 위기에 뛰어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대응 수준을 정해야 안전한 위기관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여러 대응 방안 옵션들을 이해관계자들의 태도와 여론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시착(試着)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너무 크거나 작거나 어울리지 않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다른 대응 방안을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