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유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유리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


유리 식기의 안전성을 놓고 국내 양대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과 삼광유리(글라스락 제조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락앤락은 세계적인 유리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초청해 ‘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을 개최, 강화유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근 유리식기가 전자레인지나 오븐 등으로 가열되면서 파손되는 경우가 많아 그 안전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락앤락의 내열유리와 글라스락의 강화유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락앤락은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내열유리를 사용하고 글라스락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화유리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모든 유리용기에는 내열유리와 강화유리라 표기하고 있다.

내열유리는 불에 얹어 음식물을 직접 끓일 수 있을 정도의 낮은 열팽창률을 갖고 있어 400도 이상의 오븐열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반면 강화유리는 주로 자동차 유리에 사용되는 유리로 물리적 충격에는 강하지만 내열유리에 비해 열팽창계수가 높아 가열 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강화유리를 쓰는 삼광유리는 11일 오전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이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음식을 데울 때 사용하는 유리용기에 대한 안정성 시험에서 강화유리로 만든 글라스락이 비산(파손시 파편이 날아 흩어지는 현상)과 열팽창계수를 볼 때 내열유리 식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식기용 강화유리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 삼광유리는 강화유리제 식기인 글라스락에 충분한 내열성 테스트를 거쳤다며 내열강화유리제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락앤락은 내열유리와 강화유리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경숙 락앤락 커뮤니케이션본부 이사는 “락앤락은 내열유리가 강화유리에 비해 제조단가가 높고 제조과정도 까다롭지만 소비자들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열유리를 택했다”며 “강화유리를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시키는 KS L2424 개정안은 소비자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독일 최대 공과대학인 RWTH 아헨대에서 강의하는 세계적 유리 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초청해 ‘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카스퍼 박사는 “공업용 판유리와 달리 모양과 형상이 있는 강화유리 식기는 모서리 등에 균일한 강화처리가 힘들어, 지속적인 열 충격이나 흠집에 취약해 파손되기 쉽다”며 강화유리를 식기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회사가 유리 식기의 안전성을 놓고 대립해 온 것은 지난해 3월 식약청이 KS규격의 ‘내열유리제 식기’ 기준에 강화유리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강화유리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개정안은 보류됐고, 기술표준원이 안전성 논란을 종결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 실험을 했다. 기술표준원은 식약청 및 총리실 등 관련부처와 협의 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양사 간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