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과전문 문성병원 김창형 과장

여름철 신경과에는 환자 숫자도 많을 뿐더러 중환자 비율이 높다. 최근 며칠간 외래로 어지럼증 및 의식 소실로 인해 내원하는 50~60대 여자 환자가 무척 많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공통점을 발견했다. ‘초복’을 맞이하여 식구들에게 삼계탕을 해준다고 생닭을 대량으로 사서, 더운 부엌에서 몇 시간 동안 이것저것 넣고 양질의 삼계탕을 끓이느라 탈수가 많이 되었던 것이다.

그 더운 여름에 자식들 생각하며 몇 시간씩 뜨거운 조리 기구 앞에서 땀 흘리며 요리하는 어머니의 심정이야 누가 모르랴. 며칠 뒤에는 3개월 전 급성 뇌경색으로 치료받고 나갔던 40대 남자 환자가 뇌경색 재발로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자세히 병력 청취를 해보니 대형 마트에서 요리하는 일을 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대형 가열 기구 3개를 동시에 가동하며 실내온도 50도에 육박하는 환경이라고 한다. 응급실 도착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땀에 흠뻑 젖어있을 정도였다.

우리 병원에는 경북 이곳저곳에서 농사짓는 시골 어른들이 많이 온다. 농사 일의 특성상 땡볕에서 장시간 서서 일을 하다 보니 탈수가 많이 된다. 그로 인해 혈류 장애가 발생하여 중추신경계 뇌혈관 질환이 잘 발병한다. 고령의 어른이 땡볕에서 땀을 많이 흘리며 농사 일을 하는 틈틈이 막걸리도 1병씩 마시고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성 뇌경색 또는 심장질환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잦다.

요즘은 방송을 많이 접해서 어른들조차도 술, 담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뇌혈관 질환 또는 퇴행성 뇌질환에 좋지 않은 요소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추운 겨울철에 뇌혈관 질환 발병이 위험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더운 여름철 탈수가 많이 되면 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

탈수가 되면 몸 전체 혈류량이 감소하고, 뇌로 보내져야 할 혈류량도 감소해 뇌경색 위험이 증가한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들, 잦은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무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리며 일을 해야 한다면, 시원한 생수를 수시로 마셔야 한다.

1시간마다 10분씩 그늘에서 쉬어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낮에는 운동을 피하고 서늘한 새벽 또는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시골의 어른들은 수십 년 동안 매년 여름에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필자가 5~10분 동안 열변을 토하며 조심해야 한다고 해도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같이 온 자녀에게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세세히 당부한다.

여름철 주의해야 하는 신경과 질환에는 탈수로 인한 뇌졸중 외에도 열대야로 인한 수면 장애, 불쾌지수 상승 및 장시간 실내 냉방으로 인한 긴장형 두통 등도 있다. 적당한 실내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미주신경성 실신 등의 자율신경계 질환도 빈도가 증가한다.

뇌졸중, 치매, 손발 저림 등 언뜻 생각해도 신경과 질환은 추운 겨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겨울이 되면 신경과 외래 및 입원 환자가 많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신경과 의사들은 굳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진료에 임한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는 의사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느슨해지기 마련이지만, 실상은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온다.

연일 폭염주의보로 인해 전국이 뜨겁다. 더운 날씨에는 누구나 짜증이 쉽게 날 수 있다. 필자 역시 외래 진료실로 들어오는 숱한 환자들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나올 수 있어서 늘 조심스럽다. 차가운 물 한 모금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도 진료에 매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