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오는 9월 S&P-MSCI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의 11번째 섹터가 된다. 증권시장에서 금융 섹터의 하위 범주에 포함되던 부동산이 분류상 별도의 섹터가 된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상징적인 일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별성과 중요도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의 ‘큰 손’ 투자자들에도 부동산 상품은 주식, 채권 등 전통 투자상품의 대체투자처로 ‘첫 손’에 꼽힌다.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부동산 펀드 지난 2분기 신규 설정액은 2조583억원으로 최대 발행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펀드는 지난 6월 29일 기준 순자산이 40조1548억원을 기록, 사상 최초로 40조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방식인 부동산 펀드와 리츠(REITs)가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이 것들은 지금까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모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 성격상 기관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고 개인투자자는 전체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아파트 대신 부동산 공모펀드?

초저금리 기조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현재의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아파트 견본주택과 변두리 상가만 기웃거리고 있다. 통상 저금리는 주택 매매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들어 주택 관련 대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은퇴자의 목돈과 중산층의 재테크 자금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이 958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15조1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93조원 늘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19일 국내 최초의 임대형 부동산 공모펀드 ‘티마크그랜드호텔펀드(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 600억원어치가 하루 만에 모두 소진돼 눈길을 끌었다. 300억원어치에 달하는 최대 물량을 받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1시간 만에 모두 판매 완료했다. 부동산 공모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단위: 억원, %

부동산 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원금손실 등 위험성이 적고 대체로 이익금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 채권투자처럼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수익률도 직접투자 대비 크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는 부동산의 2014년 직접투자 전체 수익률이 9.9%였던 것에 비해, 같은 기간 부동산 업종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19.5%로 직접투자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정부는 선진국과 같이 개인도 부동산 간접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국민재산 증식 지원 펀드상품 혁신 방안’에 따르면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가 이르면 올 하반기 도입될 예정이다. 재간접 펀드에 대한 개인의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됐지만,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같은 금액을 폐쇄형으로 주로 운영되는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놓치고 싶지 않은 안정적 투자처이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 참여자를 다양화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국의 발표 이후 부동산 펀드 전문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개인 투자자 전담팀을 꾸렸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리스크가 있는 주식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채권을 보완할 실물자산이 받쳐주는 부동산 상품에 일정 부분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40조원 돌파한 부동산펀드… 투자 과열

부동산 공모펀드는 장기간 투자금이 묶이는 폐쇄형 펀드가 많고 사업진행에서의 변수도 많아 개인 투자자들이 유의할 점도 많다. 또한 전문가들은 부동산 펀드가 투자할 만한 국내 부동산 매물이 급감하고 신규 매물의 가격이 올라 펀드 수익률은 점차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운용설정액 100억원 이하의 국내 소규모 부동산펀드 ‘멀티에셋건대사랑특별자산2’, ‘멀티에셋건대사랑특별자산제1-1호’ 등은 올해 들어 4.12~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형 부동산펀드의 경우 여러 변수가 수익률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2007년 양재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투자키로 하고 출시된 운용설정액 3720억원의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펀드3호’는 공사 시공사가 잇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초기 투자자들의 손해가 컸다.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을 상당 부분 회복했지만 여전히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PAM부동산3’와 ‘골든브릿지특별자산8’도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도시개발사업에 투자하는 ‘PAM부동산3’ 펀드는 2006년 7월 설정 이후 수익자 총회를 통해 수차례 만기를 연장했다. 당초 신탁기간은 2년 7개월이었지만 시공사인 월드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이어진 부동산 침체 등 외우(外憂)와 내환(內患)이 겹치면서 이자는커녕 원리금도 상환하기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만기 연장에 동의해야 했다.

반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꽤 좋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2%다. 국내 주식형 -1.65%, 국내 채권형 2.01%, 해외주식형 -3.75%를 훌쩍 웃돈다.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 1[분배]’는 연초 대비 각각 24.99%로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는 중이며, ‘삼성J-REITs부동산 1[REITs-재간접](B)’, ‘한화Japan REITs부동산 1(리츠-재간접)(C 1)’ 등이 각각 10.18%, 9.2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단위: 억원, %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있어 헐값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지 않는 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고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대신 해외부동산 실물이나 리츠에 투자하는 분산투자 상품은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도입 15년… “리츠가 뭐죠?”

선진국에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상장 부동산 간접투자 제도가 발달해 있다. 미국의 리츠(REITs), 영국의 PFs(Property Funds), 독일의 오픈 에쿼티 펀드, 호주의 LPT, 일본의 SPC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부동산투자회사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운용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다. 개인 투자자는 부동산투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부동산에 간접투자하게 되는 것으로, 부동산 펀드와 유사하지만 펀드는 부동산 실물뿐 아니라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그 차이가 있다. 한국에는 2001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한국에서 리츠는 비상장 위주로 고착화됐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142개 리츠가 운용 중이며, 총자산은 19조9000억원 규모이다. 이 중 코스피에 상장된 리츠는 3개로 2847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국가별 상장 리츠 운영규모가 미국이 약 1000조원, 호주 109조원, 일본 110조원 등으로, 작년 말 기준 미국의 리츠 상장 비중이 90%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전미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올해 1~5월 동안 미국 리츠 시장은 전체 주식 시장보다 선전했다. 리츠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리츠 지수가 상반기 6.5% 상승을 기록했지만 S&P 500지수는 3.6% 상승에 그쳤던 것.

한국의 경우 리츠 도입 초기 정부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에 공모‧분산의무 특례를 줬다. 리츠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이었던 셈이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CR리츠를 위주로 운용하게 되고 대기업, 기관 중심의 사모형태 시장이 발달하게 됐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 일반인 대상 공모는 행정절차도 복잡하고 여러모로 번거롭다. 리츠도 주로 상업용 건물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데 수익률 안정이 보장돼 있다면 기관투자자 투자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는 사모 위주로 리츠를 운용하려는 관행이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국내 리츠는 국민연금 등 24개 공모의무면제기관의 출자가 30% 이상 이뤄지면 상장의무가 면제된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 등의 가입자인 국민을 주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리츠협회 추산 국내 공모·사모 리츠의 지난해 평균 배당수익률이 8.1%에 달하는데도 이러한 사정으로 리츠는 대중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공모 리츠를 활성화하려면 일본 등 주요국과 같이 차별적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리츠의 개인투자자(주주)와 관련된 세금은 주식 보유기간에 받는 배당금에 대한 배당소득과 주식을 양도할 때 발생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배당소득세는 연 금융소득 2000만원 이내일 경우 15.4%의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가 된다.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는 상장 주식의 경우 비과세된다. 법인과 개인 공통으로 주식 양도 시 증권거래세로 양도가액의 0.5%를 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리츠의 주식시장 상장여부와 관계없이 대주주에게만 과세하고 소액 투자자는 면제하는 등의 세제혜택을 줄 것을 제안했다. 그와 함께 리츠의 취·등록세 감면, 배당세율 인하, 재산세 등과 같은 관련 법령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전한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공인회계사는 “정부의 리츠활성화 방안으로 세금혜택을 좀 더 확대·적용한다면 투자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도 “정부가 리츠 산업 활성화에 나서면 세금 정책도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큰 손’ 따라 빌딩·임대주택·쇼핑몰 산다

현재 상장 리츠는 영속형 자기관리 리츠인 ‘케이탑리츠’, ‘광희리츠’가 있고 공동주택 개발사업으로 땅을 매입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개발 리츠 ‘트러스제7호’가 있다. 또 하반기에는 ‘모두투어 리츠’와 ‘코크렙6호’ 등 새로운 2종의 리츠 상장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상장 리츠를 선택할 때는 먼저 부동산 실물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신동수 한국리츠협회 부장은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이기 때문에 투자물건, 예상 임대수익, 배당 여부, 실질 배당금액 등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장된 리츠의 경우 주식 유동성은 어떠한지, 배당은 얼마나 하는지 등을 공시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상장 리츠는 국토교통부의 인허가를 받게 되고 사모 리츠는 등록제다. 신 부장은 주무부처나 외부 감독기관에 의해 사업계획에 의해서 원활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검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사모펀드의 공모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종목이 최소 10개, 상장지수증권(ETN)의 경우 5개 이상은 돼야 구성이 가능한데, 리츠는 겨우 3개가 상장돼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리츠가 상장돼 다양한 국내 부동산과 관련된 상품을 내놓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리츠도 업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처럼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 호텔, 물류센터, 쇼핑몰 등 다양하게 특화된 리츠상품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신동수 한국리츠협회 부장은 “현재는 매각차익에 대한 기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임대수익 운용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SH공사에 이어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도 임대주택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계획 중이다.

업계 전문가 A 씨는 “최근 ‘비수기 없는’ 활황을 맞은 실물 주택시장에서 간접투자 시장으로 일반인 투자자의 눈을 돌리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고령화 저성장 시대 전 세계 부동산 투자가 자본소득에서 임대소득으로, 실물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에서 부동산 펀드를 이용한 간접투자로 바뀌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