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불청객인 열대야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밤이 되면 제법 선선해질 법도 하건만, 열대야에는 한껏 달아오른 공기에 도무지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에 해당하는 시간의 최저기온이 25℃를 웃돌면 열대야로 분류된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도 이 열대야가 연일 계속돼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치고 있다.

흔히들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높은 온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온도는 밤에 분비되는 수면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하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습도에도 있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으로 땀이 증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에 남아 열도 함께 나가지 못하고 체온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 오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숙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여차하면 해 뜰 때까지 뜬눈으로 보낼 것 같은 열대야에도 달콤한 꿀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달아오른 몸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아예 옷을 포기하고 나체로 잠자리에 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잠자리에 든다면 과연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여름밤에 자다 보면 아무리 주변이 시원하다고 해도 몸에서 땀이 나게 마련이다. 나체로 잔다면 이 땀이 그대로 몸에 머물러 있거나 이불 및 패드 등의 침구에 바로 흡수되어 버린다. 그럼 젖어버린 침구 때문에 잠자리가 축축해지고 더욱 잠을 설치게 되는 것이다. 땀이 침구에 배면 위생상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벗는 것보다는 옷을 입는 편이 잠을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옷을 입고 자야 열대야에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옷은 바로 잠옷이다. 집에서 입고 생활하던 평상복을 입고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은데, 평상복과 잠옷은 패턴이나 전체적인 실루엣이 다르다. 잠옷은 잠자리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패턴이 만들어지고 실루엣도 다소 넉넉하게 되어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반면, 평상복은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 옷이 몸에 감기거나 엉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다소 귀찮더라도 잠자리에 들 때는 평상복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자리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여름 잠옷의 실루엣은 품이 넉넉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일 몸에 맞게 슬림한 디자인이라면 원단에 신축성이 있어 잘 늘어나는 소재를 택할 것을 권한다. 또한 봉제선이나 레이스, 모티프 등의 장식요소가 많은 잠옷은 누웠을 때 몸에 자국이 나는 등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예쁘고 화려한 잠옷을 입고 싶다면 장식보다는 화사한 꽃무늬나 여성스러운 리본, 혹은 귀여운 캐릭터 등이 프린트된 제품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잠옷이 숙면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땀에 흠뻑 젖어 오히려 잠옷이 온몸에 달라붙는 불쾌한 경험을 해봤다면, 원단을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열대야에 적합한 잠옷은 몸에 달라붙지 않고 시원한 촉감을 줄 수 있도록 가공된 소재로 된 것이 좋다. 올록볼록하게 엠보싱 효과를 주거나 인공적으로 주름 가공을 한 것, 또는 잔물결 모양으로 표면에 요철을 준 원단은 일반 면 원단에 비해 피부에 닿는 면적이 현저히 적어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그 외에도 피부에 까칠까칠한 촉감을 줘 시원하게 느껴지는 마, 모시 등도 여름 잠옷의 대표적인 소재다. 더운 여름밤에 통풍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이 성긴 메시 조직으로 된 잠옷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