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저금리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약관심사대출을 확대하는 등 대출에 올인하고 있다.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과 IFRS 2단계 도입 등의 악재 속에서 수익원 창출의 절박한 상황에서의 불기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1,2금융권에 이어 보험사 마저도 대출에만 지나치게 자금 운용을 맡기고 있어 향후 개인부채 부실화가 확대될 경우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출시장은 갈수록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며 과당경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시장의 잇딴 진출은 물론 온라인 대출도 활성화되고 있어 대출 증가속도는 향후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업무개시를 하는 인터넷 뱅킹은 물론 페이 서비스의 빠른 가세, 저축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 확대 등으로 대출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생해 새로운 상품출시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 4%미만

최근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은 3.9%로 집계됐다.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률이 4%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해당 통계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운용자산 수익은 2010년 5.9%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4.6%, 2014년 4.5%, 2015년 4.0%로 매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알리안츠생명(4.5%)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교보생명(4.4%), 동양생명(4.4%), 동부생명(4.4%)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수익률(3.9%)을 밑도는 곳은 삼성생명(3.7%), DGB생명(3.7%), 미래에셋생명(3.7%), 신한생명(3.8%), 농협생명(3.5%), 라이나생명(2.5%) 등이었다.

보험사들의 가장 기본적인 수입원은 자산운용 수입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에게 보험료를 지급받은 뒤 이를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이 수익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셈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생명보험사의 가계대출채권 규모는 69조90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64조350억원)보다 8.4% 증가했다.

특히 보험약관 대출금(39조4507억원, 56%)과 부동산담보대출금(23조2246억원, 33%)이 전체 90%를 차지했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보험약관대출은 고객의 기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담보가 확실한 만큼 공인인증서 등을 통한 간단한 본인 확인만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 또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단기간 돈이 필요한 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금리는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확정형 상품의 경우 8~9%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휴가철‧명절 비수기를 맞아 보험사들이 특히 더 약관대출에 주력하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시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대출시장 ‘포화상태’ 우려

다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온라인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보험사 대출서비스 확대 전략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직장인신용대출 온라인 신청서비스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전액면제 혜택을 9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상품은 씨티은행과 거래가 없어도 다른 은행(제1금융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신청부터 입금까지 가능하다. 별도의 서류 준비나 영업점 방문이 필요 없으며, 최대 한도도 영업점을 통한 신청과 같은 1억4000만원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비대면 전용신용대출상품 ‘T-우대드림 신용대출’과 ‘T-새내기 직장인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들은 SK텔레콤 고객 전용 상품으로 서류 제출이나 영업점 방문 없이 KB국민은행 인터넷뱅킹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3000~6000만원, 대출금리는 30일 기준 연 3.24~3.59%대에 형성돼 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확산도 보험사 대출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규모는 22조원에 육박한다. 카드론 규모는 지난 2013년 17조원이었지만 2014년 1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21조4000억원에 이르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보험사 관계자는 “변액보험 상품 기반 약관대출의 경우 지급 기일을 연장하고 월간 대출 횟수 제한을 없애는 등 다양한 소비자 혜택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대출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기 전 소비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한화생명

핀테크가 돌파구 전략

금융과 기술의 결합인 핀테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도 나온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말 모바일에서도 가입이 가능한 중금리 대출 상품인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 1~7등급의 일반 법인 직장인과 개인사업자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창구 방문, 서류 제출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고, 대출취급수수료 및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등급 세분화를 통해 기존 전통 방식의 신용등급 평가로는 찾지 못했던 4~7등급 내 우량 고객들을 발굴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