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차량 판매가 중단된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가끔 있더군요. 이번 기회에 가격을 더 깎아서 구매할 수 없냐는 문의 전화를 오전에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폭스바겐 전시장에서 만난 영업사원의 목소리다. 폭스바겐이 대부분 차종의 계약을 자발적으로 중단한지 3일째. 현장의 분위기는 의외로 잔잔했다.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진풍경’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전운이 감돌았다. 차를 팔 수 없는 상황. 언제부터 계약을 재개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형국이었다.

“저희도 잘 몰라요”

7월 26~27일 양일간 서울 시내에 있는 폭스바겐 전시장 몇 곳을 둘러봤다.

강남에 있는 한 매장. 문 앞에 섰다. ‘영업을 아예 안 하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한 직원이 친절하게 문을 열어줬다. 주력 차종들의 판매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은 없었다. 차량 배치, 인테리어 등이 모두 예전과 같았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영업사원이 미소를 머금고 다가섰다. 먼저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지금은 차 못 사지 않나요?” 기자의 질문에 당황한 기색 없이 답변을 내놨다. “네. CC 가솔린 모델과 투아렉 정도만 구매하실 수 있어요.”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셈이다.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골프와 티구안을 둘러봤다. “그럼 언제부터 계약할 수 있죠?”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도 잘 몰라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인증취소가 예고된 79개 모델(34개 차종)에 대해 지난 25일부터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같은 날 예고된 정부의 서류 조작 관련 청문회 전에 내린 선행 조치였다. 정부는 앞서 청문회 이후 8월2일까지 확실한 행정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은 해당 차종에 대해 재인증 절차를 밟은 뒤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확실한 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앞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합니다. 당장 차를 팔지 못한다고는 하는데, 언제부터 영업이 정상화될지 모르니까요.” 진심이 느껴지는 영업사원의 하소연이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숨은 딜러사·영업사원 몫

다른 매장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판매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을 써놓거나 팔 수 있는 차종들로 전시장을 꾸미지는 않았다.

“영업사원만 몇 년 째인데요. 사람이 들어오면 대충 구분이 갑니다. 차를 사러 왔는지, 그냥 구경 온건지요.”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분위기가 어떤지 보러 오거나 전화를 거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이번 기회에 차를 장만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최근 폭스바겐이 할인으로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지금 계약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줄 수 없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폭스바겐 골프 / 출처 = 폭스바겐코리아

그 역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답답해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린 뒤에 폭스바겐코리아도 조치를 취하겠죠. 행정 조치가 예고된 8월2일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폭스바겐의 꼼수에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영업사원과 딜러사들이었다. 지난해 9월 ‘디젤 게이트’ 이후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증 서류를 조작했다는 사실까지 최근 드러나며 이들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한 딜러사는 이달부터 압구정에 있는 전시장을 11년만에 폐쇄했다. 딜러사들의 사업 축소 및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2016년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1만2463대. 전년 동기(1만8635대) 대비 33.1% 빠진 수치다. 이런 가운데 이들은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시장’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다. 2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법원이 소비자들에게 147억달러(약 16조690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폭스바겐의 합의안을 잠정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참가 인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범죄는 본사가 저질렀다. 정작 한숨은 딜러사와 영업사원들이 쉬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딜러사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돌파구를 마련할 ‘묘수’를 기대해본다. 그 첫걸음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