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체에 ‘데스매치’라는 코너가 있다. 기자 둘이서 리뷰 배틀을 벌이는 코너다. 각각 대상을 골라 자기 것은 칭찬해주고 상대의 것은 ‘디스’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FPS(1인칭 슈팅게임) 데스매치’를 진행했다. ‘서든어택2’와 ‘오버워치’를 맞붙였다. 최근 넥슨과 서든어택2 여론이 파탄이 났다는 걸 알면서도 후배인 내가 그 편에 서기로 했다.

변명만 늘어놓다가 글이 끝났다. 송곳으로 힘껏 찔러보려 했지만 오버워치는 너무 단단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우리 기사 링크가 걸렸다. 악플이 줄줄이, 끝도 없이 달렸다. 누구는 이 대결이 축구로 치면 독일과 방글라데시를 붙인 꼴이라고 했다. 서든어택2를 살려보려고 해봤자 HP(체력을 의미하는 게임용어)가 0인데 무슨 소용이냐고 나무랐다. 넥슨한테 도대체 얼마를 받았냐며 조재성 기자의 기사는 이제 믿고 거르겠다는 댓글도 봤다. 기사가 나가기 전 넥슨 직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기자님, 괜찮겠어요?”

일련의 반응에서 알 수 있는 진실은 이렇다. 서든어택2에 대한 여론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나빠진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100명이 넘는 개발자가 들인 노력은 이대로 물거품이 돼버릴까. 넥슨은 전작의 명성까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걸까. 많은 게이머가 서든어택2를 단순히 ‘재미없다’가 아니라 조롱거리로 여기니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결국 넥슨은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출시한 지 23일 만이다. 

게이머가 아니라면 원인을 다른 데서 찾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의 비리 의혹 스캔들 때문에 넥슨에 대한 집단 반감이 생겨난 걸까?’ 맥을 잘못 짚었다. 게이머들은 서든어택2의 게임성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들은 넥슨이 탁월한 게임성보다는 야한 여성 캐릭터로 승부를 보려 한다고 의심했다. 기대를 넘지 못한 것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게임사의 입장에서 진짜 무서운 위기는 신작의 실패로부터 온다. 오너가 비리 의혹을 받는다고 해도 당장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신작의 실패는 실적 하락과 직결된다. 탄탄한 포트폴리오가 넥슨을 떠받치고 있다지만 이번 균열은 그 깊이가 제법 깊다. 어두운 넥슨을 지칭하는 ‘돈슨’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넥슨에 들이닥친 위기는 복합적이다. 판교 사옥 앞에 ‘성우 부당 교체 논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등장하는가 하면 차량이 돌진해 사옥 유리창을 깨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넥슨을 떠나려는 직원이 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리스크 관리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위기의 본질을 알아야만 근본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쉬운 말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오웬 마호니 넥슨 CEO의 말에 위기 극복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 “게임 퀄리티, 즉 ‘재미’가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NDC 15에서 그는 말했다.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 얻을 유저의 지지는 외부 충격에도 꿈쩍 않는 버팀목으로 기능할 것이다. 넥슨이 시련 이후 어떤 ‘재미’로 반전을 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