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9조 9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매년 15~25%대의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여름 더위가 아스팔트를 달구는 요즘이다. 온도계는 30도를 넘나드는데다 이 바쁜 세상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발품 팔아가며 한가롭게 쇼핑할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이것저것 둘러보고 결제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단다. 온라인 몰 쇼퍼(shopper)들에게 묻는다면 단번에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회사원 이재우(38)씨는 “인터넷에서 제품명으로 검색하면 각 쇼핑몰의 가격, 할인행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주부 이지윤(33)씨는 “할인쿠폰이 붙기 때문에 배송료를 지불해도 오프라인 매장 가격보다 쌀 때가 더 많고 당일 배송이 가능해 굳이 시간을 따로 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상품 검색부터 결제를 거쳐 손에 넣기까지 원 클릭 결제와 빠른 배송 시스템을 무기로 오프라인 매장에 정면 승부를 걸어오는 ‘그들’은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판세는 현재 온라인 쪽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판매액이 25조 1550억원으로 백화점(24조 3067억원)과 슈퍼마켓(23조8196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05년 대비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판매액은 각각 39.1%, 27.8% 늘어난 반면 온라인 쇼핑은 무려 135.6%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가 ▶저렴한 가격 ▶뛰어난 접근성 ▶빠르고 편리한 구매·배송 시스템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 따른 시간 절약형 소비 패턴의 자리매김, 온라인 상품 구매에 대한 거부감 감소 등의 요인이 있지만 인터넷 최강국으로서 한국인들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높은 학습능력과 이해도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픈마켓 이어 소셜 커머스 급속한 성장세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크게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로 구분된다. 오픈마켓은 G마켓·옥션·11번가의 3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종합쇼핑몰에는 롯데닷컴·현대H몰·신세계몰 등 백화점 운영 사이트와 GS샵·CJ몰·롯데아이몰 등 TV홈쇼핑 업체들의 사이트가 속해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의 효시는 1996년 설립된 인터파크라는 게 통설이다.

2000년 G마켓을 필두로 다양한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유로이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 ‘오픈마켓’이 등장했다. 출범 첫해 6600억원이던 오픈마켓 쇼핑 거래 금액은 10년새 12조7200억원으로 19배나 급증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실세로 자리 잡았다.

G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사, 협력업체가 공존하며 열려있는 네트워크에서 상생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라며 “가격, 서비스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정 고객을 끌어들여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 혜성 같이 나타난 신(新)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다. 바로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쇼핑채널로 사이트 운영자가 사전에 정한 최소 물량이 팔려야만 거래가 성사되는 전자상거래 방식이다.

‘여럿이 공동 구매하면 반값’이란 기치를 내걸어 데뷔한 지 불과 1년 만에 지난해 500억원대에서 올해 5000억원대로 급격히 팽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내년엔 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대중화 모바일 쇼핑 시대도 본격화

김지명(43·남)씨는 며칠 전 부산 해운대로 여름휴가를 갔다가 주변 식당의 바가지요금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대안으로 모바일 쇼핑을 통해 야외캠핑용 즉석밥, 반찬거리와 함께 책 몇 권을 주문했다. 김씨는 “피서지에서도 바로 다음날 구매한 물품을 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명길(25·남)씨는 주말이면 여자친구와 자전거를 타러 공원에 간다. 그런데 갑자기 비를 만나게 될 때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데이트 코스를 변경한다. 오픈마켓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 인근의 극장을 검색한 뒤 원하는 영화를 고르면 된다. 결제가 쉽고 간편해 자주 애용할 생각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태블릿PC 및 스마트TV 등 다양한 장비가 출현하면서 모바일 쇼핑이 태동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을 포함한 국내 M-커머스 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0년 3500억원대에서 올해 62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연평균 50%씩 성장을 거듭해 2015년에는 2조6494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그쯤 되면 모바일을 매개로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쇼핑서비스, QR코드 마케팅, 홈쇼핑 방송 중 QR을 통한 모바일 구매, 백화점 전단지의 모바일화 등 모바일 쇼핑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쇼핑이 5년 내 국내 최대 유통채널로 등극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따라서 옥션,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도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다각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11번가 홍보그룹 문지형 매니저는 “e커머스에서 m커머스로 대이동이 일어나 웹 쇼핑에서 앱 쇼핑으로의 소비패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옥션 홍보팀 박지영 과장도 “앞으로 웹 환경이 아닌 모바일 환경으로 소비가 점점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1만달러대로 떨어졌던 국민소득이 2007년 이후 3년 만인 올해 2만달러를 재돌파 했다.

내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패턴에도 이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소비자군을 잡기 위한 온라인 쇼핑업계의 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각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판매자와 물건의 품질·가격 등을 협의한 뒤,
이를 통과한 제품들만 판매한다.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하는 제품의 수가 적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다.

오픈마켓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입하는 사람이 특별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참여해 거래하는 인터넷 장터다. 다른 쇼핑몰들에 비해 판매자 수가 훨씬 많다. 여러 회사가 경쟁하다 보니 더 싼 가격을 책정한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