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의 계절이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것을 찾는 것이 본능이다. 장마와 폭염 사이를 무사히 건너려면 몸 밖의 더위뿐만 아니라 몸 속의 더위도 다스려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은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라고 노래하는 윤종신의 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고 요즘 아이들은 악동뮤지션의 ‘콩떡빙수’를 노래한다. 덥고 습하면 더 찾게 되는 빙수, 특히 팥빙수는 무더운 여름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기 디저트일 것이다. 여름에 입 속에 겨울을 불러오는 이 빙수를 어떻게 먹어야 건강할까.

최근 컨슈머리서치가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 9곳에서 파는 79종 빙수의 영양 성분을 조사해서 발표한 결과가 참 흥미로웠다. 조사 대상 빙수의 평균 열량은 700㎉, 하루 성인여성들에게 평균 권장하는 2000㎉의 3분의 1을 넘는다. 빙수 한 그릇의 열량은 최고 쌀밥 4공기 정도이다. 빙수 중에서는 팥빙수의 열량이 가장 높았고 당분 함량은 오히려 몸에 좋을 것 같은 과일빙수들이 팥빙수보다 더 높았다. 빙수의 당도가 매우 높은데, 실제보다 덜 달게 느껴지는 이유는 차가운 얼음 조각들 때문에 우리가 단맛을 직접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량 걱정 없이 시원하게 빙수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는 빙수 하나를 먹어도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덥다고 하더라도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빙수를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설탕 대신에 직접 담근 발효액을 얼음으로 만들어 건강빙수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있다. 제대로 된 발효액은 단맛은 있지만 단순 당이 산으로 변했기 때문에 열량이 낮고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지 않는다. 설탕이 걱정이라면 발효액 건강빙수를 만들어 먹자.

발효액 빙수를 만들어 먹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과일과 얼음에 설탕과 팥 대신 발효액을 넣는 것이다. 또한 얼음을 얼릴 때 발효액을 얼려주는데, 얼음틀에 블루베리나 아로니아 등 조그만 열매를 함께 얼려서 통째로 갈아주면 베리빙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얼려둔 베리얼음은 모양이 예뻐서 얼음으로 띄우면 음료에 또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또한 유자발효빙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자 발효액을 우유와 3:1의 비율로 섞어서 얼린 후,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이렇게 하면 식감도 좀 더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얼음 틀에 얼린 유자 발효액을 빙수용 얼음으로 다시 갈아서, 단맛이 농축된 말린 과일을 올리면 별다른 토핑이나 시럽 없이도 달콤한 유자 빙수를 먹을 수 있다. 팥빙수에 대한 입맛의 고정관념만 버리면 우리의 몸을 깨워주는 맛있고 건강한 빙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단 아무리 몸에 좋은 빙수라고 해도 맛이 없어서 아이들이 꺼린다면 최고의 여름빙수는 아닌 것이다. 기왕 더위를 식히며 먹는 디저트인데 맛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베리나 유자빙수 말고도 수박과 단호박으로 영양까지 챙기는 빙수를 만들 수도 있다. 수박단호박빙수는 수박을 먼저 갈아서 준비하고, 단호박은 우유와 함께 섞어서 텁텁한 맛을 없애주면 맛도 살릴 수 있다. 수박과 단호박에는 별도의 당분이 있기 때문에 시럽이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된다. 얼린 수박즙과 단호박을 곱게 갈아서 그릇에 담고, 기호에 따라 삶은 단팥을 살짝 곁들여도 좋다.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현대판 업그레이드 빙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며칠 전 유행하는 흑미젤라또를 만들어 보았다. 흑미에 물을 충분히 넣어 진밥을 만들고, 여기에 우유를 넣고 약한 불에서 끓여준다. 이것이 나중에 죽처럼 되면 소금과 꿀로 간을 해서 냉동고에 넣으면 된다. 젤라또는 흑미의 전분이 증가해서 쫀득한 맛을 준다. 또한 젤라또의 흑마에 있는 감마오리자놀이라는 성분은 어린이의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성인의 기억력 향상에도 좋다고 하니 여름 건망증에도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 빙수를 먹기 시작했을까. 미국에는 얼음을 갈아 만든 슬러시가 있었고 중국은 3000여년 전부터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 등을 얹어 먹었다. 조선시대에도 빙수가 있었는데, 당시 관원들은 나라에서 매년 복날 나눠주는 서빙고의 얼음을 잘게 부수어 과일과 함께 섞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은 요코하마 항구에 처음으로 빙수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얼음 위에 시럽을 뿌려 먹는 빙수는 일본의 빙수와 아주 흡사하다. 일본의 빙수를 카키오고라고 하는데 곱게 간 얼음을 수북하게 쌓은 뒤 시럽을 넣어서 완성한다.

우리나라 빙수는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팥과 얼음, 연유 또는 우유에 젤리와 시럽 등을 첨가한 제과점 빙수가 유행이었다면 요즘엔 우유와 과일을 얼린 뒤 갈아 만들고 다양한 토핑을 얹는 빙수가 인기이며, 유자나 단호박빙수처럼 건강빙수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빙수를 앞에 두고 알콩달콩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던 스무 살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보면 얼음은 어느새 식어 있고 굳이 그릇 밖으로 얼음을 쏟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벼먹을 수 있게 되었던 그 빙수!!! 팥도, 떡도 냠냠 씹어 먹으며 오십대가 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그 팔팔했던 젊음 날을 그리며, 오늘 필자는 이 무더위를 건강똑똑이 베리빙수로 이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