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고등학교 시절, 한 친구를 상대로 아주 짓궂은 농담을 했다가 한 선생님께 야단을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선생님은 굉장히 화를 많이 내셨고 이렇게 말씀을 하신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사람 입이 가죽이 모자라서 뚫려 있는 줄 아나. 생각한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그게 다 말이 아닌 거다 이 한심한 녀석아.” 당시에는 선생님이 너무 화를 내셔서 겁을 먹은 나머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생각이나 특정 사상이나 이론이 극단의 성향을 나타내면, 항상 다치는 이들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해석되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로 인한 분열과 대립은 전쟁을 일으켰고 수많은 이들의 귀한 목숨을 앗아갔다. 극단의 다른 이름은 ‘배척’이다. 극단에 이른 이들은 자신들의 사고나 입장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해야만 자신들의 논리를 존립시킬 수 있다.

영국의 대시인이자 작가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 1674)은 자신의 저서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를 통해 “나에게 어떤 자유들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사고(思考)를 통한 모든 표현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극단의 어떤 것을 추종하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극단적 표현의 자유 논리를 유지하기 위해 임의로 공공의 적을 설정했고, 무차별적 공격을 일삼았다.

‘일베’로 지칭되는 정치적 극우성향 커뮤니티는 보수적 정치세력을 한없이 옹호하고 그들이 범하는 우(愚)마저도 감싸기에 이른다. 혹은 정치적으로 조금이라도 진보세력에 유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상식 이하의 표현들을 통해 그들을 깎아내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성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신기하게도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마치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동의가 안 되는 ‘북쪽’의 독특한 이데올로기가 국가적 차원의 동의를 얻는 것처럼.

‘메갈리아’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여성의 권리를 외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기의 취지와는 완벽하게 벗어난 극단의 성향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마치 ‘여성용 일베’와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일베가 여성혐오였다면 메갈리아는 남성혐오다. 남성들의 성범죄 뉴스들을 모아 게시판을 가득 채운 것을 보면, 남성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마치 일부 여성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마치 모든 여성들이 그러한 것처럼 일반화하고, 그들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

사상의 극단은 다양한 사고의 공존을 통해 통합을 이루기보다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자신들과 반대되는 무엇인가를 늘 공격해왔다. 과연 이것이 밀턴이 힘주어 외쳤던 사상과 표현의 자유일까.

냉정하게 생각해 보건대 이미 그들의 정체성으로 굳어진 폭력적 비논리적 행동 양식들이 단시간에 고쳐지기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 듯하다. 그래도 작게나마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 번만 생각하고 말이나 글을 뱉어주기를(진중권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싸 주기를’)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인간으로써의 기본 덕목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안다면.

사람의 입은 가죽이 모자라서 뚫려 있는 것이 아니다. 또는 생각한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그게 다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