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아우디에 의해 촉발된 ‘클린디젤게이트’ 덕에 역설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라 했을 때 사람들이 본래 배운 ‘친환경’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이런 측면의 친환경 자동차는 지금 몰매를 맞고 있는 클린디젤 차를 빼고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가 있다고들 주장한다. 이 두 차종을 비교할 때 전자는 확실히 전기차로 인식되어 있지만, 후자는 전기차가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을 종종 받기도 한다. 물론 연료전지도 이차전지의 일종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외려 연료전지 전기차도 전지가 장착됐으니 전기차라 주장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웹 커뮤니티에선 자주 볼 수 있다. 두 차종 간의 원리는 다르지만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는 모터가 구동계인 면에서 정확히 전기차이다.

원래 전기차를 지칭하는 용어 중에 필자가 2000년대 후반부터 쓰던 용어가 있었다. 우리말로는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 영어로는 ‘Grid-Connected Electric Vehicles’이다. 용어를 만들게 된 계기는 공급되는 전기에너지원이 ‘전력망, Electric Grid’에서 공급됨을 특징으로 한 것이다. 이 용어는 특히, 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이를 이해할 때 전력망 충전이 필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의 일종이라 이해할 때 도움이 된다. 이런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 중 배터리 전기차를 단연코 친환경 자동차라고들 한다.

한데, 배터리 전기차를 친환경적이라 하는 이유는 차가 운행되는 ‘바로 그곳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제로’이기 때문이었다. 주행하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그대로(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ZEV, 즉 Zero-Emission Vehicles이었다. 차량의 배출이 제로이면 친환경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고 이때의 환경은 자연환경 전체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친환경의 의미와는 다소 다르다.

그렇다면 어느 가정의 흡연자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집 밖에서 끽연을 만끽한다고 했을 때, 그 집을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집 앞을 지나가던 이웃들은 자기 집 좋자고 밖에 담배연기 풀풀 날리며 목 늘어진 러닝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담배를 물고 핸드폰을 보는 가장에게, 외려 이기적이라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고 담배는 자신의 집 안에서 즐기라는 핀잔까지 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저 집을 가리켜 좋은 의미로 친환경적이라 칭하지 않는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도 이 관점에서 한번 보는 게 어떨까? 배터리 전기차는 달리는 그곳에서 ‘제로 배출’인 것은 맞지만, 전력망을 통해 송전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과 발전소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는 동안에 나오는 오염물질은 복합적인 발전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CO2뿐만 아니라 황산화물(SOx),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등의 발생에 모두 일정 부분 기여한다.

가령 PM2.5는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데이터에 따르면 도로이동오염원 자체가 10.6%이고 에너지 산업 연소원이 3.1%이어서, 발전소의 포집 장치에서 잡지 않았으면 상당량의 PM2.5가 외부로 배출될 수 있다. 이를 달리 이야기하면, 전기에너지는 이차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친환경성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생산에 투입된 일차 에너지의 종류와 백분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애당초 독립적으로 친환경성을 논할 수 없는 이차 에너지인 전기에너지의 한계를 간과한 채 무리하게 친환경차라 밀어붙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의 CO2 배출량은 발전 시 값까지 모두 감안했을 때 94.1g/㎞이고, 가솔린차는 석유채굴 시의 값을 포함하여 192.2g/㎞이라 되어 있고 구태여 연료전지 전기차도 발전 시 값 143.1g/㎞을 포함하여 143.1g/㎞이라 하고 있지만, 여기에 클린디젤은 정부가 고의적으로 빼놓고 있다. 사실 클린디젤의 CO2 배출량을 실측값에 맞추면 배터리 전기차에 못지않을 것이다. PM2.5, PM10 이슈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 집을 우리 도시, 우리나라로 확장시켜 제로 배출을 달성시켜 보자는 것이 배터리 전기차 친환경성의 이면이다. 이를 정확히 표현하면 ‘배출 편재화, Emission Localization’이라 하여 ‘통제된 배출 환경’으로 가자는 것이 배터리 전기차가 갖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면, 집안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있는 집과 작은 방에서만 피우는 집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터리 전기차든 내연기관 자동차든 CO2 배출량만을 봤을 때 세 가지 측면에서 유심히 봐야 한다. CO2 배출량을 줄이거나, 잡거나, 한 군데로 모아 감축해야 한다. 배터리 전기차는 주로 배출량을 한 군데로 모은 차이고, 가솔린차는 주로 배출량을 줄인 차이고, 클린디젤 차는 주로 배출량을 줄이고 잡은 차이다. 이 세 가지 배출량 감축 방식 중 어느 하나도 무시될 수 없다. 다만 배터리 전기차는 가장 쾌적한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차이다. 집 안에서 흡연을 하지 않으면 집 안이 쾌적하듯 말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친환경 자동차엔 전기차만을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폭스바겐‧아우디 한 회사의 잘못을 가지고 차종 자체를 문제시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다. 어차피 한 세대 후에도 배터리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조화로운 공존은 계속될 테니 말이다. 약장수 같은 사이비 미래학자들의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근거 없는 찬양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냉정한 현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