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선 연천군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기도 중앙 최북단에 있는 연천군. 서울의 1.2배 넓은 토지에 4만5000여명이 산다. 인구밀도가 낮은 이곳은 '잔잔한 물결'이라는 이름처럼 고요하고 서정적이다. 하지만 외지인들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한국 전쟁의 격전지로 소외된 땅, 규제의 땅이라는 단편적 편견이 팽배한 것. 하지만 연천의 축제가 전국 대표 축제로 발돋움 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잔잔한 물결 속에 깃든 예술과 역사적 이야기는 힘이 강했다.

DMZ에 클래식 선율이 흐르자 그곳엔 전쟁과 평화가, 동아시아 최초의 주먹도끼가 발견되자 역사의 자부심이 축제로 발현됐다. 전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은 공연과 인재를 육성했고,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이곳을 거쳤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과 음식 대신 예술과 역사를 담아낸 축제들은 철조망의 강한 이미지를 녹였다. 연천의 군사 경계 지역이라는 단편적 이미지를 관광, 문화, 역사 라는 측면에서 다채롭게 재각인 시켰다. 그 뒤에는 김규선 연천군수가 있다. 6년간 그에게 연천은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부터 떠오르는 곳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 도시(Dream Making Zone) 였다.

 

DMZ(Dream Making Zone)와 DMZ(demilitarized zone)의 한 끗 차이

남북으로 각각 2km씩 4km의 폭을 갖고 무장이 금지된 완충지대. 삼엄한 경계와 긴장감이 흐를 것 같은 DMZ에 클래식이 흐르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드는 화합의 음악이 흐르자 이곳의 긴장감은 청정자연과 어우러지

▲ 김규선 연천군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는 은율로 바뀌었다. 전 세계 유일한 연천군 'DMZ 국제음악제'를 개최한 뒤의 일이다. 축제는 통일의 꿈을 음악에 담고, 음악 인재를 양성하며 누군가의 꿈을 키웠다.

"정치적 문제나 이데올로기 견해 차이에 예술은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김 군수는 예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DMZ에서 언젠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여 화합을 노래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물론 그 뒤로도 100년이 넘는 장수 축제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라며 DMZ국제 음악제는 꿈을 담아 흐르는 축제라는 피력을 설명했다.

국내 3대 음악제 반열에 오른 DMZ음악제는 올해만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 7개 국가 320여 명의 음악인이 참여했다. 처음에는 세계 아티스트들이 군사접경지역에 오기 꺼려했지만 화합과 평화의 메세지를 담은 음악제의 의도를 진심으로 설득하자 하나둘 모여들었다. "처음부터 단발성 축제는 지양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내실화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해외 아티스트들의 참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클래식은 비교적 비인기 장르지만 참여 인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김 군수는 "클래식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TV, CF, 영화 OST 등 친숙한 장르와 접목한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실제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듣는 분들 호응도 좋더라" 라고 설명했다.

DMZ 음악제는 세계적 아티스트 조성진과도 연이 있다. 신예 아티스트를 발굴 및 육성하는 '뮤직아카데미'가 그것. 음악제에 참여한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과 음악 인재들을 매칭해 개인 레슨 및 마스터 클래스, 특강 등 양질의 교육과 무대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김 군수는 "음악제 기간 중에 미래 음악인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14년부터는 삼성의 후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매해 소외계층과 사회배려대상자들 중 20여 명을 선발해 참가비를 전액 지원하며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연천 DMZ국제음악제의 전신인 '음악세계 써머 뮤직 페스티벌‘에서 교육 받은 후 2012년에는 스페셜콘서트를 진행한바 있다. 제 2의 조성진이 기대되는 아카데미 인 셈이다.

 

동아시아 최초의 주먹도끼 ‘구석기 축제’ 통해 가치 재조명

1978년 연천일대에서 양면이 가공 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됐다. 한국은 물론, 동 아시아 최초의 발견이다. 김 군수는 그 때를 "한반도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연천이라는 발견"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 전까지는 구석기 전기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은 프랑스와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인근 이었다. 

▲ 김규선 연천군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 군수는 "연천 전곡리 유적지에서 30만년 전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됐다는 일은 한국의 자부심이다"라며 "다른 지역에 가도 볼 수 있는 꽃 축제나 음식축제와 다르다. 연천군에만 있는 역사적 가치를 축제에 담아 후세에 전달하고 모두가 소통하는 가치있는 축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문화 축제는 자칫 교육적 가치만 부각돼 박물관 견학 처럼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연천군은 다르게 접근했다. 김 군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형 테마로 가족들이 부담없이 방문하기 좋다. 한반도의 구석기 문화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 문화를 두루 접할수 있어 교육할 수 있는 체험형 놀거리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구석기축제를 찾은 관광객만 51만4000명, 경제유발 효과는 100억원을 넘나든다. 7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된 것은 물론, 5년 연속 경기도 10대 축제로 꼽혔다.

 

연천 위해 뛰는 꾸준한 마라토너 ‘성취의 기쁨’서 나오는 기초체력

서울보다 1.2배 큰 규모에도 문화재 보호법, 군사지역 접경지역 이라는 명목으로 발전이

▲ 김규선 연천군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더딜 수밖에 없는 연천. 김 군수는 경기도에서 가장 작은 군의 군수다. 하지만 그는 한반도 보다 큰 가능성을 연천에서 본다.

김 군수는 "연천에서 태어나 연천에서 자랐다. 개발이 더딘 만큼 가능성이 가득한 연천을 위해 일하다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며 "아직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버겁지 않다. 스트레스보다 성취감이 더 크다보니 시간이 아까워 하루에 4시간 밖에 안 잔다. 성취감이 마약 같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주말에도 군청 직원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긋한 나이에 양발을 다 사용하며 필드를 뛰는 그를 보며 직원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

김 군수는 "나이가 들수록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통감하게 된다. 6년 동안 군수 생활하며 진행한 굵직한 행사시기에 한 번도 비가 온 적 없다. 하늘에도 감사하게 되더라"며 "연천군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상상을 가치로 만들기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육상 특기생 이었다던 김규선 연천군수. 축제 컨텐츠로 규제를 뛰어넘어 연천을 위해 달리는 그의 꾸준한 마라톤이 기대된다.

 

▲ 김규선 연천군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