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개봉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조선 후기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전국팔도를 돌아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김정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최근 ‘지도 전쟁’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자체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출처=영화 고산자

구글 지도 논란

예로부터 지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극을 달렸다. 있으면 편리한 도구지만 적에게 넘어가거나 악용되면 그 자체로 재앙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지도가 가지는 공간정보의 효율성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구글 지도 논란도 비슷하다. 현재 구글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연구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구글은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실상 ICT 지도 쇄국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사실 구글이 원하는 것은 영상정보가 아닌 실측 데이터다. 이 지점에서 구글은 실측 데이터를 반출해 외국의 분산형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싶어 하며, 정부는 ‘외국에 서버를 두는 행위’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서 2차적 논쟁은 법인세 및 지도 반출의 의미에서 충돌하고 있으나 더 내밀한 갈등은 구글 지도의 영상 정보 관리에 있다고 봐야 한다. 구글은 실측 데이터를 원하고 있는데 정부는 지도의 영상정보 중 민감한 안보시설 등을 지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당연히 논란이다.

복잡한 문제다. 구글이 원하는 것은 실측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며, 정부는 이 지점에서 영상정보의 조정을 요구하며 서버를 외국에 두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및 세금 탈루 주장이 난무하며 양쪽의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셈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실측 데이터에 대한 논란에 갑자기 영상정보 조정이 개입하자 황당한 입장이며, 정부는 실측 데이터와 영상정보를 동일선상에 두어야 하며 남북분단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 복잡한 충돌의 단면으로 들어가면 ‘이미 안보시설이 찍힌 위성지도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주장과 ‘이스라엘처럼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주장까니 난무한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사태가 발생했다. 구글 사내벤처기업에서 출발한 나이언틱이 일본 닌텐도의 포켓몬을 활용한 포켓몬고 게임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글 지도 논란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쉽게 말하면 국내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를 원활하게 만들어야 포켓몬고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당연히 구글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구글이 구글 지도 논란을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서비스를 막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논란은 현재 ‘현행 구글 지도로 포켓몬고 게임은 가능하지만 정교한 지도 데이터 기반에서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중이다.

일단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한 논란의 방향성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 추후 정부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출처=구글 지도

지도는 데이터 보고...“LBS 탄력 받나”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각 나라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구축한 상황에서 ‘한국마저 집어삼키기 위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따른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ICT 테스트 베드며, 관련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수시장은 작지만 그 이상의 ‘테스트’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아시아 시장 개척에 있어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으며 거대한 내수시장의 중국과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은 자율주행차 및 기타 다양한 ICT 플랫폼을 한국에서 작동시키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 필수조건으로 지도 데이터가 깔려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구글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미래 ICT 플랫폼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관련 데이터를 모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T맵을 무료로 전환한 SK텔레콤의 로드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출처=SK텔레콤

현재 T맵의 전체 가입자는 180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T맵이 부분유료화를 버리고 전면 무료화를 택한 배경에는 일단 경쟁자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카카오내비의 경우 카카오 교통 O2O 전략의 최전선에서 ‘무료’로 서비스되며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준 바 있다.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부분유료화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핵심은 SK텔레콤의 신사업 기술력 고도화에 따라 전면 무료 결정을 내렸다는 말주장이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파괴력을 바탕으로 박대한 빅데이터를 수집, 이를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네이버도 프로젝트 블루를 통해 카셰어링 업체와 협력,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커넥티드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네이버 인공지능 고도화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교통을 중심에 둔 O2O 방법론을 보여주는 카카오도 비슷한 행보로 눈길을 끈다.

이는 지도가 가지는 방대한 데이터 확보와, 이를 넘어선 LBS 기술력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러한 방향성에 증강현실이라는 기술과 IP라는 지적재산권이 결합한 모델이 바로 포켓몬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을 설명하는 다양한 퍼즐의 조각은 데이터, 즉 지도를 통해 일사분란하게 뭉쳐지고 있다. 구글 지도 논란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