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간장게장의 원조는 군산이라지만 그 게장에 밥 한번 비벼먹겠다고 군산까지 가기는 벅차다. 때문에 서울의 원조를 찾아봤다.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거리는 신사동 먹자골목. 그 중 31년 전통의 ‘프로간장게장’ 을 찾았다.

신사동 먹자골목을 찾으니 똑같은 상호의 프로간장게장집이 3곳이나 있다. 원조라 써 붙인 것은 당연, 상호까지 같으니 미리 사진을 통해 건물을 확인한 기자도 혹시 집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다행이 상호 앞에 31년 전통이란 글귀가 있어 연도수를 서로 비교해 보고서야 안심하고 건물 안에 들어선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원조집들은 리뉴얼을 새로 해 그런지 건물 상태가 매우 좋다. 낡고 허름한 집에 사람들이 즐비한 분위기는 옛말이 된 것인가? 지금껏 취재한 6곳의 원조집들의 90%가 최근에 리뉴얼해 최소 2층짜리 새 건물에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신사동 프로간장게장 집 역시 3층짜리 건물에 멋스러운 LED조명, 발레파킹은 기본이다. 게다가 따로 홍보실장님까지 정중히 기자 일행을 맞는다. 음식점치고 시스템이 체계화됐다는 생각을 눈치 챘을까? 이행수 실장은 법인등록을 마친 (주)프로간장게장이라며 이젠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

프로간장게장의 김종윤 사장.[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지난 4월 온라인 게장 쇼핑몰을 오픈, 공장도 지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일본 동경에 프로간장게장을 오픈했으며 내년 초 부산 해운대에 직영점을 열 예정이라니 이쯤 되면 기업이라 인정할 만하다. 현재 창업주인 서애숙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섰고 그 아들인 김종윤(44) 사장이 대를 이어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프로간장게장은 창업주인 서애숙 회장이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1980년에 신사동에 아구찜집을 오픈하며 시작됐다. 처음에는 호남아구찜이었는데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며 야구선수들이 찾아와 ‘게장 맛은 이곳이 프로’라 일컬었고 아구찜보다 간장게장이 유명해지며 자연히 상호명도 ‘프로간장게장’으로 바뀌었다.

김 사장은 “우리 게장은 꽉 찬 알과 튼실한 살이 가득 찬 바다 활게를 접장에 담근 것이 특징" 이라고 말한다. ‘접장’은 31년간 게장을 담갔던 간장이 이어져 온 것이라 한다. “게장을 담가 숙성시킨 후 게를 건져내고 남은 간장에 진간장을 더해 다음 게장을 담근 형태로 31년간 묵힌 간장을 접장이라 합니다. 오랫동안 게 맛이 우러나온 진국이니 맛이 특별하죠.”

꽃게 역시 3월, 알이 꽉 찬 바다 활게를 서해안 현지에서 직접 구입, 급속 냉동시켜 1년 내내 싱싱한 게살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1, 2층 200석인 이곳은 매일이 만석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김서옥(65) 할머니는 “이곳은 특히 게살이 맛있다”며 입 안에 가득 게살을 무는 맛이 일품이라 엄지손을 치켜세운다. 워낙 게장 맛이 좋다보니 이틀 전에는 간장게장을, 오늘은 양념게장을 먹는다며 입맛 따라 이곳의 메뉴를 돌려먹는다고 한다.

“간장게장은 질 좋은 것을 사서 제대로 잘 담가야 하는데 이렇게 배딱지를 뜯어냈을 때 속살이 꽉 차 있어야 하고 알과 내장이 실하게 들어있어야 해. 속에서 제대로 숙성될 수 있게 껍데기는 단단해야지. 여기가 그래. 그래서 매일같이 찾아오는 거지.” 김 할머니의 말이다. 게장 소(小)자가 5만원, 대(大)자가 8만원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 이곳을 매일같이 찾는다니 할머니의 경제력이 짐작이 간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삼성동에서 일을 마치고 회사 형님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김형철(42)씨 역시 “입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는데 게장이 짜지 않고 살이 많아 벌써 밥 두 그릇을 비웠다”며 역시 ‘밥도둑’이라고 웃는다. 그럼 밥도둑 간장게장의 맛은 어떨까? 우선 주홍색 알이 꽉 찬 꽃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주저 없이 통통한 살이 있는 놈을 골라 한 입 베어 문다. 입 안 가득 차는 게살들. 그리고 게장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간장 맛은 짜지 않고 적당하다.

특히 게장을 먹은 후 속을 싹싹 긁어 밥을 비벼먹는 간장게장의 묘미는 절정에 이른다. 아예 이 맛만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뉴인 ‘게살밥’은 밥에 게살과 알을 얹어 노른자위와 김을 넣어 비벼먹도록 만들었는데 노른자위 때문인지 매우 부드럽고 입맛따라 간장을 더 넣으면 그 게와 간장의 특유의 향이 조화를 이뤄 감칠맛이 제대로다.

김종윤 사장은 “이곳 손님들 60%가 일본인”이라며 “간장게장이 한국의 전통음식인 만큼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장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 지난 해 6월 일본법인을 세운 그는 ‘음식도 문화’라며 어머니의 손맛을 한국을 넘어 일본에도 알리고 싶어 했다. 게장은 일본인들의 입에 잘 맞아 반응이 좋은 편. 지금도 1년에 7~8회 정도는 일본 현지 방송국에서 촬영을 해 간다고 한다.

그의 모습을 보며 최근 70년 된 강남의 모밀국수집 할머니가 대를 물리지 않고 돌아가 더 이상 그 소박한 맛을 보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들이 그 대에서 끝나지 않고 자녀들이 대를 이어 명맥을 이어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위치 : 신사역 4번출구 두 블럭 지나 카페 파스쿠치에서 우회전 30m 직진
문의 : 02) 543-4126
온라인 몰 : www.prosoycrab.co.kr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