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VIP와 회사 관련 온갖 루머와 논란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에서 조사까지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언론에서 계속 사실관계 확인 요청이 들어오는데 저희 홍보팀은 실제로 할 말이 없습니다. 뭘 알아야 답변도 하는데 말이죠. 이게 정상은 아니죠?”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로 VIP나 고위임원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 가장 골치 아픈 곳이 홍보팀입니다. 일상적 비즈니스 논란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나 담당자를 거쳐서 사실관계 확인도 가능하고, 입장정리가 일선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는데요. VIP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언론에서는 논란이 발생하면 바로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해옵니다. 그 시간이 논란 최초 발생 후 1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내부에서 홍보팀을 이끌고 있는 임원이나 팀장이 직접 VIP에게 연락을 하거나 그의 사무실 방을 찾아 들어가 해당 논란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죠.

운이 좋아도 VIP와 가까운 핵심 임원의 입을 빌어서 VIP의 심중을 가늠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심중의 대부분도 자세한 사실관계 확인 정보들이라기보다는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 또는 ‘왜 쓸 데 없는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정도의 주문 형식이 많습니다. 홍보팀 입장에서는 더욱 더 골치 아픈 내부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기업 위기관리와 개인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개인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확한 사실관계 공유입니다. 해외 셀러브리티들의 경우 언론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자신의 ‘퍼블리시스트(Publicist)’입니다. 우리 말로는 ‘홍보담당자’라고 하는데요, 대변인 역할도 하면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창구를 의미합니다. 이 퍼블리시스트는 대부분 해당 셀러브리티와 평소 가장 가깝게 지내던 지인 전문가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논란과 관련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완벽하게 상황을 파악한 이 퍼블리시스트들은 클라이언트인 셀러브리티를 위해 변호사를 접촉하거나, 언론 데스크들에게 전화해 설명하거나, 공중의 주목을 핸들링하기 위한 전략적 스턴트나 이벤트들을 기획 실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죠.

그러나, 국내 기업 VIP들의 경우 이렇게 개인적으로 퍼블리시스트를 고용해 활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사례에서 보면 일부 VIP가 검찰 조사에 임해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회사의 전임 홍보임원에게 자문을 요청해 보는 정도가 현재 한국의 개인 위기관리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회사와 개인인 자신을 위기 시 분리해야 하겠다는 개념도 아직은 미비한 케이스들이 많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서 VIP는 침묵합니다. 최소한 내부적으로 훌륭하게 구축된 홍보팀의 역량을 활용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못합니다. 대신 VIP는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하소연이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전직 고위 판검사나, 전직 장차관, 전직 언론사 데스크, 교수나 고위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대응을 상의합니다. 본능적으로 이해는 되는 대응활동이지만,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반면 VIP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공유받지 못한 홍보팀은 회사의 이름까지 거명되는 부정적 논란에 질질 끌려만 다닐 뿐입니다. 한두 번 전화해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해본 기자들은 해당 홍보팀이 아무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는 순간 개인적으로 VIP를 접촉하려고만 애씁니다. VIP를 안다고 하는 주변인들을 직접 취재합니다. 이때부터는 외부 기자들이 내부 홍보팀보다 사실관계 확인의 수준이나 범위에 있어 월등한 위치에 섭니다. 홍보팀은 이제 유명무실해집니다.

논란이 발생했고 이를 관리하기 원하는 VIP라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홍보팀 임원을 부르십시오. 그에게 필요한 사실관계들을 정확하게 공유하십시오. 변호사에게 사실관계를 설명하듯 홍보 임원에게도 육하원칙에 따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대응 전략과 방안에 대해 홍보임원의 의견을 들어 보십시오. 이 프로세스가 개인 위기관리의 가장 첫 기본입니다.

숙련된 홍보팀은 그때부터 힘을 받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메시징해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외부 기자들보다 한 단계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언론 관계를 효율적으로 리드할 수 있습니다. VIP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구사될 것입니다. 내부 컨설턴트인 홍보팀을 믿으십시오. 그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업데이트하십시오. 그래야 회사와 VIP 개인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