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SPC그룹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이 미국의 유명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을 지난 22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허 실장은 이번 쉐이크쉑 도입을 위해 이미 5년 전부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SPC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실장은 서울과 뉴욕을 수차례 오가며 쉐이크쉑을 설득한 끝에 국내에 들여오게 됐다. 긴 시간이 걸렸던 만큼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CEO에 따르면 2012년 허 실장이 찾아와 한국에 매장을 내겠다고 했을 때 ‘그는 미쳤다(He’s crazy)’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내 쉐이크쉑 매장 수는 10개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실장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 쉐이크쉑 대니 마이어 회장을 만나 SPC그룹의 경영철학과 글로벌 푸드 컴퍼니를 향한 비전을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내 쉐이크쉑 국내 도입을 이뤄낸 것이다. 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CEO 역시 “경영 철학과 비전 등을 듣고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한국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SPC그룹은 “이번 쉐이크쉑 오픈을 통해 최고급 레스토랑 품질과 서비스에 합리적인 가격을 적용한 ‘파인캐주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라며 “2025년까지 파리크라상의 외식 매출을 2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SPC그룹에 따르면 쉐이크쉑은 국내에서도 미국 현지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선보이기 위해 본사의 철저한 검수를 통해 제조설비와 레시피, 원료 등을 동일하게 구현했다. 또한 쉑버거, 쉑-카고 도그, 커스터드(아이스 디저트), 쉐이크 등 현지 메뉴를 그대로 선보인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단팥을 원료로 한 ‘레드 빈 쉐이크’와 국산 딸기잼과 소이빈 파우더를 사용한 ‘강남’ 등이고, 수제 맥주 브랜드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와 ‘더 핸드 앤 몰트’의 맥주 등도 판매한다.

수제버거 시장 뜰까, 햄버거 전쟁 본격화

SPC그룹의 햄버거 사업 진출로 프리미엄버거, 수제버거 시장은 물론 프랜차이즈까지 관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경우 장기 불황에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최근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앞서 수제버거 브랜드인 ‘크라제버거’와 ‘모스버거’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 사례도 있다.

크라제버거의 경우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제버거’라는 타이틀로 선보인 프랜차이즈로 당시 ‘햄버거=정크푸드’라는 인식을 바꾸고 햄버거도 건강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전국 매장이 100여개로 늘어나면서 경쟁 수제버거 브랜드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고, 매장 수는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활로를 찾지 못하고 현재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12년 국내에 소개된 일본 유명 수제버거 ‘모스버거’ 역시 처음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었고, 진출 당시 5년 안에 매장 50개를 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현재 전국에 1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 출처: SPC그룹

국내 햄버거 시장도 녹록지 않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대표적인 햄버거 브랜드는 계속된 실적 불황에 수제버거 시장에 손을 대거나 가격을 내리는 등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수제 버거인 ‘시그니처 버거’ 관련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맥주도 함께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리아 역시 AZ버거(아재버거)를 선보이며 수제 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KFC는 실적 부진에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KFC에 따르면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올해 매출 7~10%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목표다. 이에 최대 17.9%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배송 서비스 매장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 강화에 적극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최근 ‘가성비’ 키워드가 뜨고 있어, 수제버거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쉐이크쉑의 경우 국내 가격이 미국 현지랑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콜라랑 감자튀김 등을 같이 주문하면 1원대인데, 가격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쉑버거’의 경우 국내 가격은 6900원으로 미국 5.29달러(한화 약 6792원), 일본 680엔(한화 약 7785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리아가 최근 선보인 수제버거 ‘AZ(아재)버거’의 단품 가격은 6500~9500원대, 맥도날드 수제버거인 시그니처버거의 가격은 7000~9000원대로 세트를 시킬 경우 1만원을 훌쩍 넘어 이는 쉐이크쉑이 내놓은 메뉴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햄버거에 콜라, 감자튀김 등 사이드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트 메뉴에 평균 1만원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맥도날드 빅맥세트는 4700원으로 가격 차이가 2배 이상이다.

SPC그룹의 3세 경영 첫 시험은 ‘햄버거’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번 쉐이크쉑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SPC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빵왕’으로 불리던 허영인 회장이 유일하게 손대지 않았던 햄버거 사업에 차남 허 실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종합외식기업 도약을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SPC의 모태는 1945년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가 세운 빵집 ‘상미당’이다. 이후 삼립식품을 설립하고 허창성 창업주의 차남 허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제빵공장을 물려받은 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을 이어왔다.

특히 허 회장은 미국의 던킨그룹과 손잡고 1988년 배스킨라빈스를 들여왔고, 1993년 던킨도너츠도 국내에 소개해 성공을 거뒀다.

허 회장은 미국 유학시절에 미국의 디저트 문화를 이해하게 됐고, 우리나라 외식사업도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다변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베이커리 산업의 중요성을 느껴 파리바게뜨를 성장시켰으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프랜차이즈사업으로 성공시켰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 기술진과 1986년 7월 16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처음으로 생산, 국내 최초로 100% 천연 아이스크림만을 생산‧공급하면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대를 열었다.

배스킨라빈스의 초창기 점포 개점은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가 작았고,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가맹점 개설이 쉽지 않았다. 판매가격도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2~3배 정도 비쌌다.

그러나 배스킨라빈스는 처음부터 원료를 직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를 도입해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에서 앞설 수 있어 1990년대 후반 치열한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배스킨라빈스의 성공에 고무된 외국의 많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시장에 진출했지만 실패의 쓴 맛을 봤다.

아울러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의 운영 성과를 높이 평가한 던킨도너츠의 요청에 의해 국내에서 판매 독점권을 얻어 사업을 시작, 허 회장에게 ‘프랜차이즈 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했다.

아버지의 성공에 이어 차남 허 실장이 도전하는 첫 외식 사업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국내 햄버거 사업이 포화상태인 데다 버거킹, 롯데리아, KFC 등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모스버거, 크라제버거 등이 국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실패를 경험한 터라 관련 시장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와 다양한 해외 외식 브랜드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햄버거에 대한 경쟁력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첫 시험대에 오른 3세의 경영 능력에 대해 업계에서 기대는 시기상조라면서 오픈 이후 어떻게 쉐이크쉑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끌어 가면서 현지와의 조화를 이룰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박스] 쉐이크쉑, 어떤 햄버거?
‘뉴욕의 명물’로 불리는 ‘쉐이크쉑’은 미국의 외식기업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이 만든 브랜드다. 뉴욕 메디슨 스퀘어 공원 내 공원복구 기금 모금을 위한 작은 카트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앵거스 비프’ 등 최상급 식재료를 사용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쉐이크쉑은 주로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로 통한다. 동부는 ‘쉐이크쉑’, 서부는 ‘인앤아웃 버거’가 미국 수제 햄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쉐이크쉑 버거는 지난해 1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기업가치가 15억달러(약 1조8200억원)에 이른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13개국에 진출했고, 한국에서는 SPC그룹이 독점 계약해 처음 선보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