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5일, 인간 사고의 집합체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 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격돌했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은 스스로의 부진으로 인해 7월 19일자로 세계 랭킹 1위의 자리를 ‘알파고’에게 물려주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바둑 여제 조혜연 9단이 일본의 ‘알파고’인 인공지능 바둑 소프트웨어 ‘ZEN’과 7월 27일 러시아에서 대국을 갖는다.

아직까지는 인류의 복합적인 지능과 판단력으로 완승할 것이라 믿었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의 패배로 확인된 알파고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능력에 우리는 큰 충격과 위기감을 갖게 되었다. 진화 발전을 거듭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영화 속 인공지능이나 현실적으로 없어질 인간의 일자리까지 많은 예측과 상상이 현실로 느껴지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세돌’ 9단에게 5전 4승의 성적을 올린 ‘알파고’는 기보(바둑기록) 데이터 16만건을 토대로 실전 경험을 한 달간 매일 3만번씩 쌓아가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실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즉, 이 100만번 이상의 자가 대국과 외부 대국을 진행해 최적의 수를 찾아나간 것이다. 한 바둑 기사가 매일 1번의 대국을 한다고 하면 2700년 이상을 해야 100만번의 대국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경우 한정된 시간의 제한적 직접 경험에서 나오는, 또는 타인들의 대국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인간의 제한적 간접 경험을, ‘알파고’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고 스스로 진화 발전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인간 이상의 바둑 역량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창의적이라고 하는 바둑에서도 이미 최적의 수를 발견해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 인공 지능이기에, 이미 많은 경우의 수와 리스크를 감안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담당자 혹은 상사의 경험과 인사이트에 의해 다분히 ‘인간적’인 의사결정하던 시절에서 이제 연산 혹은 컴퓨터 로직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고 있다.

다양한 기획과 실행을 통해 쌓인 데이터, 그와 관련된 주변의 변수, 발생된 데이터가 처해 있었던 상황의 맥락(Context) 등 그와 관련되었던 많은 데이터들을 모으게 되면 그 변수의 수나 데이터의 양이 인간이 수동으로 분석하기에는 어려워질 것이고, 데이터 전문가가 ‘알파고’가 했던 것처럼 100만번이 넘는 연습을 하기에는 시간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과, 관련 변수, 맥락 등을 모두 데이터화해 그 모든 변수에 대한 분석과 의사결정을 기계 스스로가 하고, 또한 결과치를 보고 수정하는 반복된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여간다면 개인의 편차가 큰 의사결정이나, 데이터에 더한 인간의 편견 또는 감정으로 인해 틀어졌던 결정이 예측가능하고, 예측 범위 외의 오류를 없애는 의사결정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미 발 빠른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인간적 오류를 피하기 위해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

쇼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조사와 유통사가 팔고 싶었던 것을 대량으로 대량고객에게 판매했던 매스 마케팅 시절에서,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이는 고객들을 세그먼트(Segmentation)하고 해당 고객들에게 타깃팅(Targeting)해 브랜드와 상품을 제안(Positioning)했던 STP전략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매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고객이 곳곳에 남겨놓은 디지털 흔적들을 모두 망라해, 즉 구매에 남겨 놓은 정형 데이터부터 SNS, 검색, 콜센터 등에 남겨놓은 비정형적 관심사들까지 모두 수집해 개인의 숨겨진, 그리고 만족되지 못하고 있는 욕구(Unmet Needs)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각 개인별로 더욱 정제된 개인화된 제안을 하는 것으로 진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석과 제안을 인간이 하기에는 말 그대로 너무나도 큰 ‘빅 데이터’이기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프로세싱해 정돈해내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부여하려면 인간지능이 아닌 인공지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IBM은 2011년에, 인류가 그때까지 남겼던 데이터의 양보다 그 이전 2년간 남긴 데이터의 양이 더 많다고 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발견하고, 고객들을 그룹핑하지 않고서 개인별로 하나하나의 제안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훌륭한 마케터라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마케터들은 ‘빅’하게 쌓아 놓은 데이터들을 가지고, 100만번의 실전 연습을 통해 많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1대 1 대국을 펼치는 것이고, 매장에서 또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도 잘 깨닫지 못했던 나의 위시리스트 상품들을 제안해준다면 고객들은 나를 알아주는 쇼핑몰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관한 한 인공지능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 지능을 통해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어떻게 맞출 것이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