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부자들은 여름이면 어디로 여행을 갈까? 물론 재력을 지닌 사람들이니만큼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뉴욕의 여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롱아일랜드의 햄튼이다.

섬이라서 바다로 둘러싸인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햄튼은 유명인과 부유층의 저택이 즐비한 곳이라서 TV나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고 선망 혹은 질시의 대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최근 시즌7까지 마친 미국 드라마 <로열페인즈(RoyalPains)>에 등장하는 햄튼은 간접적이나마 햄튼 부유층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병원의 이사이자 재력가인 환자의 수술 경과를 지켜보지 않고 일반인인 환자의 수술을 해서 이 재력가가 사망했다며, 졸지에 병원에서 해고당한 의사의 햄튼 정착기가 그려진다.

병원과 일밖에 모르던 의사는 사망한 재력가의 집안과 병원이 각종 인맥을 동원해 그의 취업을 막는 바람에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햄튼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 동행한 철부지 동생은 부자들이 몰려드는 햄튼의 여름에 동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떠서 어쩔 줄 모르고, 부자들의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서 신분증도 속여서 들어간다.

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간 형은 파티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살려내면서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햄튼의 부자들 전문 ‘왕진의사’가 된다.

이들에게 수십개의 방과 화장실이 있는, 거의 성과 같은 저택에 딸린 주택에서 무료로 살 수 있게 해주고 보수로 금괴를 주는 모습 등은 너무 과장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햄튼의 주택 가격을 보면 수긍이 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햄튼 내에서는 주택 가격이 최소 수백만달러에서 최고 수천만달러까지 거래가 이뤄진다.

지난 2월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캇 봄머가 매각한 1억1000만달러(한화 1254억원)의 저택은 뉴욕주 역사상 2번째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 집으로 기록됐다. 스캇 봄머는 지난 2014년 9390만달러에 이 주택을 샀는데 2년 만에 되팔면서 약 1600만달러의 이익을 남기게 됐다.

햄튼에서는 주택 거래 시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주는 수수료가 대략 6%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봄머가 중개인에게 줘야 할 돈은 660만달러에 달하는 데다, 변호사비용 등을 제외하면 실제 그가 얻는 수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봄머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자신의 헤지펀드인 SAB캐피탈매니지먼트의 고객 자산을 모두 돌려주고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주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주택이 바로 햄튼에 있는 주택이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배리 로젠스타인이 2014년에 1억4700만달러(한화 1676억원)구매한 저택으로 이스트 햄튼에 있다.

햄튼에 저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같은 금융권 인사들과 제니퍼 로페즈, 브룩 쉴즈 등의 연예인, 캘빈 클라인, 토리 버치 등의 디자이너 등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햄튼의 주택 큰손들이 힘을 쓰지 못하자 주택 시장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전통적 부촌인 이스트햄튼의 주택 거래의 중각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서 절반 수준인 238만달러로 낮아졌다. 또 전체 주택 거래 금액도 지난해에 비해서 54% 수준인 238만달러로 떨어졌다. 사우스햄튼 지역도 주택 거래 중간가격이 전년보다 21% 낮아진 165만달러로 나타났다.

주변환경이 바뀌는 것도 햄튼 주택 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햄튼의 주택을 여름 3~4개월간 임대해주는 사업도 활발했는데, 최근에는 에어비앤비로 인해서 고가의 햄튼 별장뿐만 아니라 인근의 소규모 주택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외에도 햄튼 저택을 빌려서 여러 젊은이들이 단체로 놀러오면서 지역 주민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아파트의 건립도 추진되고 있는데 입주 자격이 연봉이 10만6200달러 이하로, 낮은 연봉도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