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경북 성주군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격렬하다. 지난 15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설득은 고사하고 계란과 물병 세례를 받고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사실 한국갤럽이 2016년 7월 12~14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데 대해 물은 결과 50%가 '찬성'했고 32%가 '반대'했다. 즉,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와 북한 대응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구와 경북이 사드배치 찬성률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반발이 심할까? 사드 배치 지역이 선정되기 전에 해당 지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드 배치의 정당성,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 군사적 효용성,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즉, ‘절차적 공정성(process fairness)’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는지 저희 군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항의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은 사태는 작년 경북 영덕 천지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도 동일한 마찰이 있었다. 결국 격분한 주민들은 원자력 발전소 유치 찬반 투표까지 실시하면서 정부의 행위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절차적 공정성이란 정부나 조직 내에서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사용되는 정책들과 절차들에 대하여 지각하고 있는 공정성을 의미한다. 최근 갈등을 겪고 있는 광양LF아울렛 입점, 용산 화상경마장,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 노사 공방위, 한․중 FTA 등은 절차적 공정성의 문제에서 기인된다.

그렇다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 절차적 공정성의 시작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그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간의 관계를 ‘갑과을’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법보다 국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둘째,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아무리 위중한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이 달린 문제라도 정부가 국회나 국민의 의견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면 그 어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2항을 되새기며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국민에게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반드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인 3M이나 듀퐁은 협력사의 제안이나 고객의 불만을 듣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우리는 더 큰 꿈을 달성하기 위해 눈앞의 이익에 눈을 감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진정한 이익인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혹은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절차적 공정성을 충분히 발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해 당사자나 참여자들이 절차가 공정하다고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한 협상의 결과라면 승복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정당한 불만을 토로할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