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 국내 판매 허가를 신청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코오롱 생명과학의 지속적 감소세인 매출·영업이익과 급락하던 ROE(자기자본이익률)에 ‘티슈진-C’가 힘을 불어넣어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티슈진-C’ 시판 코앞… 원료의약품 연간 29.7% 성장

최근 바이오 신약에서 ‘티슈진-C’가 성과를 보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00년 바이오 연구소를 세우고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는 동종세포에 세포 재생을 돕는 물질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도입시켜 형질 전환 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 퇴행성관절염 치료가 가능한 물질을 포함한 세포를 사용해 개발한 ‘티슈진-C’가 올해 4월 국내에서 임상 3상을 마쳤다. 공식 브랜드명은 인보사(Invossa)다. 지난 11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티슈진-C의 가치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티슈진-C의 가격은 400만원 정도로 예상되며 시간이 흐르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약 240만명으로 추정되며 고령화로 매년 2%대 증가가 있을 것으로 전망돼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릎 절개 없이 주사법으로 시술이 간단해 대량생산이 가능할 경우 경쟁 약물 대비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5월 티슈진-C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임상 2상에서는 기존 진통제 무릎 주사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게서 80% 이상 반응률을 입증했다. 최종 목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초 근본적 약물(DMOAD) 품목 허가를 받는 것에 두고 있다. 첫 투약은 2017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보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3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임상 3상이 마무리되면 최소 3년 내로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외에도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인보사 관련 라이센스 아웃을 추진 중이다.

▲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시장현황 및 전망/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한편 바이오 연구 섹터의 또 다른 분야인 유전자 치료는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 안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는 KLS-1010(항암제), KLS-2020(통증치료제), KLS-3020(항암제)이 있으며 모두 전임상 단계다.

유전자 치료제 중 대표 차기 신약 후보물질로 꼽히는 것은 KLS-2020다. 2017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예정돼 있어 향후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갈 전망이다. KLS-2020은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가 도입된 유전자 치료제로 적용증은 만성통증, 파킨승병 등 신경퇴행질환이다. 부작용이 없고 효능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의약사업부에서 사실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고품질 원료의약품이다. 연간 29.7% 성장을 기록했다. 고마진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의약사업부는 외형성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원료의약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신사업인 바이오 신약 개발에 투입된다.

일본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장려정책을 펼치면서 원료의약품 수요가 급증했다. 오는 2021년까지 복제약 비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원료의약품 수출국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5년간 일본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해 왔으며 약 70여개 업체와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부 매출의 95%가 수출로 이뤄져 있는 데다 그중 90%를 일본이 차지했다. 지난 2013년 기준 일본으로의 수출 규모는 6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원료의약품 수출규모의 약 25%를 차지했다.

수출 국가가 한 국가에만 집중돼 있는 점은 반대로 약점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최근 일본 외에도 다양한 국가로 수출 영역을 넓힐 계획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환경소재·워터솔루션 매출 비중 58%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매출 비중이 의약사업부보다 더 큰 곳은 환경소재와 워터솔루션 사업부다. 의약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41.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두 분야는 58%에 이른다.

환경소재 분야에서는 수중 환경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수처리소재, 화장품 및 도로용 향균 소재, 전자화학 소재 등 환경 친화형 정밀화학 제품이다. 다양한 범위에서 응용 가능한 분야인 지식기반 산업으로 보고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환경소재 사업부는 지난 2004년부터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에 피리치온계 향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얀센과 선박도료용 향균제 공급계약을 체결해 2020년까지는 매출처가 확보돼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P&G와 화장품 업체 로레알을 대상으로 향균제 공급을 시작했다.

워터솔루션 사업부는 수처리제 주원료인 아크릴아마이드에 음이온 등 각종 기능성 첨가제를 넣어 중합한 뒤 도시하수 및 축산 등의 각종 산업에서 고액분리와 폐수처리 공정에 적용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하수오염물질 처리를 위한 고분자응집제를 생산하는 것이다.

정부의 물산업 육성계획에 따라 시설운영을 하고 관리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환경소재와 워터솔루션 분야는 의약사업부에 비해 매출 비중은 크지만 바이오에 관심이 모이면서 향후 '티슈진-C'가 국내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이익과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에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업종 대비 고평가… 미래 먹거리 잘 살펴야

제약 산업에서 세포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블루칩으로 꼽힌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선진국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조사전문기업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7년 세계 유전자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64.7%를 기록하며 7억94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9년 이 시장 규모는 12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시점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티슈진-C’ 임상 시험 성공과 시판은 물론 큰 의미가 있다. 시장이 큰 만큼 ‘티슈진-C’의 성공 여부는 그동안 감소했던 코오롱생명과학 매출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3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그렸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3년 1396억원, 2014년 1306억원, 2015년 1212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013년 183억원, 2014년 94억원, 2015년 22억원으로 떨어졌다.

ROE역시 하향세다. 2012년 21%였던 ROE는 2015년 0.6%로 크게 하락했다. EPS(주당순이익) 역시 2012년 3315원에서 2015년 120원으로 떨어졌다.

PER(주가수익비율)은 2012년 20.20배에서 2015년 1613.49배로 올랐고 PBR(주당순자산비율)은 같은 기간 3.87배에서 9.51배로 올랐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올해 7월 19일 기준 PER은 1393.09배로 업종 PER 49.99배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티슈진-C’만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제품 하나가 오랜 시간 코오롱생명과학을 이끌어 갈 수도 있지만 미래 먹거리는 꾸준히 개발돼야 한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면 현재 ‘티슈진-C’ 이외에 나머지는 전임상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ROE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 데다 동종업종 대비 고평가된 부분도 있기에 향후 투자 지표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의 행보를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