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만 해도 ‘나 같은 여자’는 흔치 않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미술 전시 관람을 즐기고,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남의 눈에 설고 어색한 사람이었다. 어떤 친구는 궁상맞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는 것이 유행이 되어 ‘혼밥족’이라는 신인류도 생겨났다. 언론에서도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하고 거리마다 혼밥과 혼술을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점점 익숙해진다. 바야흐로 ‘외톨이’가 대세인 시대가 왔다.

혼자 놀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나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것이다. 미술관은 영화관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언제든 입장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직장인들을 위해, 5시에나 하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난 후의 가족의 즐거운 한때를 위해, 야간에도 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긴 휴가를 맞아 한국에 돌아와 보니 다양한 야간 미술관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었다. 대림미술관은 목요일 오후가 되면 가벼운 술 한 잔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서울시립미술관도 야간에 큐레이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작가의 작품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도 야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닫았던 미술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야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야간 시간의 미술관은 그렇게 북적거리지도 않아 혼자 미술관의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다. 필자는 여유가 된다면 아침 전시장의 문이 열리는 시간의 미술관과 야간의 문이 닫히기 전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본 미술관이 열려 있는 시간 중 가장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시간이 아닐까?

혼자 가는 미술관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을 보는 시간도 순서도 혼자서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간다 해도, 각자 보고 미술관의 카페나 아트숍에서 만나거나 혹은 각자 볼 시간을 정해놓고 각자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미술관의 작품은 다양하고 각자의 취향이 있는데 같이 움직이면서 보기란 어렵다. 더 오랜 시간 감상하고 싶어서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같이 간 상대방이 가끔 설명을 요구하거나 설명을 해주는 경우, 한 작품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혼자 미술관 가기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소중한 시간이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 중인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전시를 보고 왔다. 매월 한 번 있는 야간 개장시간에 찾아 간 두 부부의 작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작품 해설이 한글로 되어 있어서 모르는 단어를 하나하나 일일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되고 혼자 보기에도 편리했다. 혼자 온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퇴근길, 혼자 미술관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운 여름날의 해가 지지 않은 저녁을 미술에서 눈의 즐거움을 채우고 나오면 해가 진 밤공기의 시원함과 마주치는 기분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