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과학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친구들 중 대기업이나 국책연구소 등의 연구개발직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날도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서로의 근황과 과거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있었던 웃긴 사건 따위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데, 어쩌다가 ‘직무발명보상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말문이 막혔다. “직무발명은 회사에 양도되는 거 아냐? 나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

직무발명이란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직무에 관해 한 발명을 말한다(발명진흥법 제2조 제2호). 특허권(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은 발명을 한 자에게 귀속되므로, 비록 직무발명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특허권은 임직원이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발명진흥법에 따라 임직원은 직무발명을 완성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회사에 문서로 통지해야 하고(제12조), 회사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하겠다고 문서로 통지하면 그 직무발명은 별도의 양도계약 없이 자동으로 승계된다(제13조 제1항 본문).

연구원들도 직무발명이 종국적으로 회사에게 귀속된다는 사실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직무발명’이라는 명칭이 주는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직무발명’은 당연히 회사의 소유이고 발명자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연구원들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회사가 직무발명 출원 또는 등록 시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회사가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시혜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직무발명이 회사에 승계되는 경우에 연구원이 직무발명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제15조 제1항). 그렇다면 ‘정당한 보상’이란 무엇일까? 발명진흥법은 ‘절차적 측면’과 ‘실체적 측면’에서 보상금의 정당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절차적 측면’에서는 (ⅰ) 회사가 직무발명보상금의 형태와 보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 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보상 규정을 작성하고 임직원에게 문서로 알릴 것(제15조 제2항), (ⅱ) 보상 규정의 작성 및 변경에 관해 임직원과 협의할 것(동조 제3항), (ⅲ) 회사가 보상 규정에 따라 결정된 보상액 등 구체적 사항을 문서로 알릴 것(동조 제4항) 이 3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킨 경우에는 일단 정당한 보상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동조 제6항 본문).

그러나 위와 같은 절차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상액이 ‘직무발명에 의해 회사가 얻을 이익(사용자 이익)’과 ‘발명의 완성에 회사와 임직원이 공헌한 정도(공헌도)’를 고려하지 않은 때는 정당한 보상을 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동조 제6항 단서). 즉, 발명진흥법은 직무발명을 통한 ‘사용자 이익’과 ‘공헌도’를 고려해 보상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실체적 측면’ 역시 고려해 보상금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그렇다면 회사가 정당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발명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일까? 정당한 보상금은 ‘사용자 이익’과 ‘공헌도’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된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발명진흥법상 회사는 임직원으로부터 직무발명을 승계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발명을 ‘무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므로(제10조 제1항), 직무발명 승계의 대가인 보상금은 회사가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서, 회사가 직무발명 승계를 통해 ‘특허권자로서’ 추가적으로 얻은 이익(독점 이익)만을 대상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독점 이익’이라는 개념이 다소 어려운데, 쉽게 말해 회사는 직무발명을 승계하지 않고서도 그 발명을 이용하는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면서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회사가 직무발명 승계를 통해 다른 경쟁사들의 특허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즉 특허를 독점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초과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가 직무발명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경우는 크게 회사가 직접 직무발명을 이용하는 ‘자기실시’와 제3자에게 양도 또는 실시허락을 통해 수입을 얻는 ‘타인실시’ 2가지가 있는데, 특허권자가 아니라면 제3자에게 직무발명을 양도 또는 실시허락할 수 없으므로 그로 인해 얻은 수입 전체가 ‘사용자 이익’이 된다. 반면 ‘자기실시’의 경우 제품의 ‘매출액×이익률×독점이익률’이 ‘사용자 이익’이 된다.

다음으로 ‘공헌도’는 발명의 완성, 권리화, 사업화 등의 과정에 발명자가 기여한 정도를 말한다.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ⅰ) 직무발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회사의 지시 없이 발명자가 독자적으로 제시했다거나, (ⅱ) 회사로부터 연구를 위한 지원이 적었다거나, (ⅲ) 발명자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꾸준히 연구했던 발명이라거나, (ⅳ) 발명의 권리화나 사업화 등의 과정에서도 발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공헌도가 높게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위 2가지 요소 외에도,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 해당 직무발명 외에도 수십 개가 있다거나 매출액이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이나 브랜드 파워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해당 직무발명이 매출액에 기여한 부분(기여율)을 곱해야 하고, 직무발명에 관여한 자가 여러 명이라면 직무발명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지분률)도 곱해야 한다. 이처럼 직무발명보상금을 산정할 때는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기 때문에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직무발명을 승계한 경우 정당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보상금은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공헌도’를 고려해 산정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준비를 다 마친 셈이다.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언제 제기해야 할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직무발명을 승계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필자는 공학도 출신으로서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연구자들이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