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위스키 성지 여행> 中 -

 

위스키는 확실히 ‘어른들의 술’이다. 대중적 주류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알콜 도수가 높고, 독하다. 그러나 한 잔을 삼키면 뒤 끝으로 남는 깊고 은은한 향은 음용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위스키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도수도 낮아져 젊은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위스키가 주는 ‘어쩔 수 없는’, 다소 보수적인 무게감만은 변하지 않았다.

격식을 갖춘 자리, 혹은 귀한 접대의 자리에서 이따금씩 마주하게 되는 위스키. 아무것도 모르고 마시면 그저 한 잔의 쓴 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알고 마시면, 위스키 한 잔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아니,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확신한다.

술은 학문의 영역과도 맞닿아 있다. 파고들고, 계속 알려고 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딱 이 정도를 기억하고 있으면 위스키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증류주? 양조주? 위스키?

양조주는 효모라는 미생물의 활동을 이용해 곡류, 과일 등 다양한 원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고, 증류주는 이를 끓여서 식히는 ‘증류’ 과정을 통해 만든 고농도의 술이다. 우리의 소주를 비롯해 중국의 고량주, 그리고 브랜디, 위스키, 럼, 보드카 등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들은 모두 증류주에 속한다. 포도가 많이 나는 지방에서는 포도 발효주인 와인을 증류해 '브랜디'를, 곡류가 풍부한 곳에서는 보리로 만든 술을 증류해 '위스키' 혹은 '보드카'를, 그리고 사탕수수가 많은 지역에서는 ‘럼’을 만든다.

쉽게 말하면 발효로 만든 양조주를 한 번 더 끓여서 만든 알콜 도수 높은 독한 술이 증류주고, 특별히 위스키는 곡물로 만든 양조주를 증류해 얻은 무색투명한 술을 오크통(참나무로 만든 항아리 모양의 양조용 나무통)에 넣어 오랫동안 숙성시킨 술이다. 위스키 특유의 색인 은은한 갈색 빛은 보관된 술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오크통의 성분이 술에 포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스키는 만들어진 지역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증류해 만든 ‘스카치 위스키’가 있다.  그 외에 생산 국가별로 이름 붙여진 위스키는 아메리칸, 재패니즈, 캐나디언 등이 있다.

▲ 위스키 원액이 숙성되는 오크통. 출처=픽사베이

 

싱글몰트·몰트·블렌디드·그레인 위스키 

위스키를 원액 구성비율로 구분하면 크게 싱글몰트(Single Malt)·몰트(Malt)·블렌디드(Blended)·그레인(Grain) 등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나열된 순서는 희소성이 높은 순서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100% 맥아(麥芽)를 사용해 동일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가리킨다. 단식증류기를 통해 두 번 증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몰트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다. 몰트 계열의 위스키는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량도 많지 않아 가장 고급으로 여겨지는 위스키다. 그레인 위스키는 맥아와 함께 옥수수나 호밀을 발효시켜 생성된 알콜을 연속적으로 증류해 만드는 위스키를 의미한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위스키다. 시판되는 제품의 90%를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보면 된다.

 
위스키의 가치 연산(Age), 그리고 ‘천사의 몫’   

위스키 제품명 뒤에 12년산, 17년산 등으로 표기되는 것은 위스키 원액의 숙성 연도다. 쉽게 생각하면 연수가 높을수록 진귀한 위스키라고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다.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은 평균적으로 1년에 약 전체 용량의 약 2%가 자연 증발된다. 혹자들은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숙성 연수가 높은 위스키 원액은 점점 줄어들고 생산되는 양도 적다. 맛이 좋아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연산이 높은 위스키의 가격이 비싸다.

 

00년산, 그리고 무연산 위스키  

위스키 원액은 통상적으로 오크통 속에 보관되는 숙성 기간에 따라 12년, 12년 이상, 17년 이상 등의 연산으로 구분한다. 연산의 표시는 위스키 제품에 들어간 원액 중 가장 숙성기간이 짧은 기간을 따라서 표기한다. 예를 들면, ‘OO 위스키 12년산’의 의미는 해당 제품에 투입된 위스키 원액 중 가장 짧은 숙성 기간이 12년임을 의미한다.

최근 많이 소개되고 있는 ‘무연산(無年産)’ 위스키는 영어식 표현 'No Age Statement'를 한자어로 해석한 것인데, ‘연산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위스키의 바틀(병)에 연산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데 위스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최소의 규정 즉, 100% 위스키 원액과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는 원칙에서 약간 벗어나 맛을 위해 과일 향이나 즙을 첨가한 경우가 있다.

또 한 가지 경우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낮은 숙성연수(3~10년)의 위스키 원액과 높은 연수의 원액을 섞는 위스키들이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연수 표기 원칙에 따라 OOOO 3년, 10년 등으로 표기돼야 한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표기는 차라리 없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그간의 관행과 달리 과감하게 제품명에서 연산 표기를 제외했다.

 

▲ 출처= 픽사베이

위스키, 그리고 골프 18홀

골프 한 라운드는 총 18개의 홀이 있다. 18이라는 숫자는 위스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858년 세계 최초의 골프클럽 ‘세인트앤드류스 클럽(St. Andrews Club)회의에서는 골프 1라운드의 홀의 수를 놓고 관계자들의 열띤 토론이 지속됐다. 그때 한 원로가 나서서 말하기를 “나는 한 홀을 돌 때마다 위스키를 한 잔씩 마시는데 위스키 18잔 마시면 한 병이 비워지더이다. 그러니 1라운드를 18홀로 하는 것을 어떻겠소?”라고 제안했다. 구성원들은 이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고, 그때부터 모든 골프 경기의 1라운드는 18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