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의 인기가 열풍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속초가 소위 포켓몬고의 성지로 부상하면서 많은 게이머들이 포켓몬을 쫒아 진격하는 진풍경도 연출됩니다. 덕분에 속초시내 곳곳에서 포켓몬을 잡으려는 게이머들이 포착되고 속초로 향하는 버스표는 모두 매진됐습니다. 게임, 그것도 정식으로 서버가 열리지 않은 게임이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다니. 창조경제가 뭐 별것 있나요.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 열풍이 과연 오래갈까?"라는 회의감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솔직히 지금의 국내 열풍은 "정상적으로 체험할 수 없는 단기간의 맹렬한 흥미"적 요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광풍을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하여튼 대단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포켓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내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반응에 대해서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아쉬움입니다. 포켓몬고의 성공이 알려지자 "국내에도 기술이 있었는데"라던가 "우리도 만들 수 있었는데"라는 탄성이 나옵니다. 물론 그런 아쉬움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부러우니까요. 하지만 "국내에도 기술이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에 "그래서 우리도 만들 수 있었다고, 어쩌면 지금도?"라는 생각이 비치는 것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못 만들어요"가 정답입니다. 한국형 포켓몬고요? 입 밖에도 꺼내지 마십시요. 특히 IP(지적재산권) 활용에 있어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던 기업 및 정부 부처 분들은 그냥 조용히 있으세요. 포켓몬고의 성공은 증강현실(AR)과 위치기반서비스(LBS), 여기에 20년을 쌓아온 IP(지적재산권)이 동시에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네, 증강현실과 위치기반서비스는 여지가 있다고 칩시다. 20년동안 만들어 온 포켓몬 콘텐츠는 어떻게 따라잡을 생각이십니까? (특히 게임산업 전체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셧 다운제라는 기묘한 법을 고안했던 정부 및 국회는 그냥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이분들 중국 텐센트 지분있는지 알아봐야 해요)

물론 패배의식에 빠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도 포켓몬고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런 기술이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네"라는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맙시다. 기술이 있어도 못해요.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SNS에 올릴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일각에서 뽀로로와 타요를 말하기는 하는데, 음, 이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런 주장에는 콘텐츠 업종에 대한 모멸감이 진하게 배어나 더욱 불길합니다. 콘텐츠가 그렇게 쉬워보이나요? 지금 상태로는, 우리가 증강현실 할아버지를 데려와도 포켓몬고 못 만듭니다.

▲ 출처=포켓몬고

그리도 또 하나. 닌텐도의 비상을 보며 "우와, 대단한 닌텐도!"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IP! 물론 대단합니다. 하지만 진짜 승자는 구글이에요. 여기에는 포켓몬고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닌텐도와 게임 기획사 포켓몬 연합은 미국 게임 개발사인 나이안틱에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나이안틱은 구글의 사내벤처였으나 지난해 8월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우며 분리된 기업입니다. 포켓몬은 닌텐도의 지분법 적용회사며(닌텐도는 포켓몬 지분 32% 보유) 나이안틱과 공동으로 포켓몬고 제작에 나섰고요

나이안틱은  미국의 골드러시 시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포경선에서 이름을 따온 기업입니다. 구글 어스 공동 제작자 존 행크가 CEO입니다. 그들은 구글에 속해있던 시절 MMO(Mass Multiplay Online) 게임을 공개한적이 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인그레스입니다. 현재의 포켓몬 고와 비슷한 게임이며 편을 나눠 각 지역의 포털을 정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2011년 11월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2013년 11월 공개 서비스로 전환했어요. 나치시절 수용소를 반영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나름 혁명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포켓몬고는 지난 3월 개발과정 막바지를 공개했습니다. 이어 7일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 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포켓몬 고를 '제대로 즐기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가이드 라인'도 덩달아 인기를 끌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포켓몬 고는 닌텐도와 포켓몬, 그리고 구글의 자식인 나이안틱이 인그레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인그레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성!

그렇다면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요? 스토어가 30, 나이안틱이 30, 포켓몬이 30, 닌텐도가 10입니다. 물론 닌텐도는 포켓몬에 33% 지분이 있고 나이언틱에 투자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10'보다는 많이 받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돈을 버는 것은 구글입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안드로이드 이용자인 상황에서 구글 스토어가 30을 가져가고, 나이언틱에 투자도 했거든요.

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일반적으로 '트렌드에 빠른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속설을 180도로 뒤집는 상황에서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이 더욱 많은 돈을 번다는 점 입니다.

▲ 출처=포켓몬

마지막으로 구글 지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초나 기타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고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현재의 구글 지도도 충분히 게임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언틱이 앞으로 정식으로 한국 서버를 열 것인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교한 구글 지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포켓몬 잡고 싶다며 구글 지도의 반출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국가 안보적 측면은...워낙 글로벌 무대에 위성지도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구글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세금 탈루 의혹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구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면 뭐가 될까요? 이건 그냥 게임하고 싶다며 우리의 중요한 패를 허망하게 던져버리는 꼴입니다. 부디 냉정하게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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