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의 미국은 해당일만이 아닌 7월 전체가 마치 축제같다. 독립기념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거리에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가정에서는 창문에 성조기와 성조기 색깔로 만들어진 장식용 깃발 등으로 장식을 한다.

수도인 워싱턴 DC를 비롯해서 미국의 도시에서는 일제히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미국인들이 나라의 독립을 즐기는 행사가 펼쳐진다.

1776년 7월 4일, 식민지 대표들이 모여서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독립선언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독립선언을 함으로써 영국의 식민지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독립선언을 이끌어냈던 지역이나 관련된 동부 지역에서는 특히나 독립기념일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선포됐던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기념일 축제가 10여일이나 가까이 진행된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유의 종은 시민들에게 최초로 독립 선언문이 낭독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1776년 7월 8일 종을 울려서 널리 알려졌으며, 매년 7월 4일이면 종을 울려서 이를 기념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 종을 울리는 사람들이 1776년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56인의 후손들이라는 점이다. 매년 56인의 후손들 중에서 독립선언문의 중요성과 독립기념일의 행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연령이면서 너무 어리지 않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정도 연령의 학생들을 선발해서 이들이 자유의 종을 치도록 한다.

자유의 종은 깨져서 실제 치지는 않고 손으로 종을 13번 두드려 독립선언 당시 미국의 13개주를 나타내는 행사를 진행한다.

독립선언문 56인의 후손들은 각 주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자신들의 선조가 서명한 독립선언서 원문을 읽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후손들을 선발하는 것은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독립선언문 서명자들의 후손들의 협회(The Society of the Descendants of the Signers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서 결정하게 된다.

1908년 시작된 이 협회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56인의 직계 후손들만이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선조 할아버지가 당시 서명인의 한 명이라면 가입 자격이 되지만, 자신의 할아버지의 형제가 서명인이라는 등의 간접적 연결관계가 있으면 협회의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선조가 미국 독립의 기반을 마련한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으로 인해 회원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혈연관계가 밝혀져서 가입이 되는 숫자는 훨씬 적은 편이다.

전체 56명의 독립선언문 서명자들 중에서 남자 후손이 있는 경우는 15명에 불과해서, 성이 같고 비슷한 시기에 선조가 해당 지역에 살았다는 이유로 신청하는 사람들의 많은 숫자는 아무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딸의 후손들의 경우에는 또 성이 바뀌기 때문에, 협회는 선조들의 출생 및 사망 기록 등의 서류를 통해서만 직계 후손임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후손들은 1년에 3차례 만나서 모임을 갖고 여러 지역의 독립선언문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올해는 필라델피아에 독립기념일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서 독립선언의 기초가 된 보스턴 차사건이 일어난 보스턴에서는 자신의 선조들이 입었던 복장 그대로 입고 행사를 하고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또 매년 대학에 들어가는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독립선언문의 후손들이 가입되어 있는 또 다른 단체는 미국 애국 여성회(Daughters of the American Revolution, DAR)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가입되어 있는 단체다.

독립선언문의 서명자들을 비롯해서 독립전쟁 참전용사들의 후손들, 보스턴 차사건 참여자들의 후손들이 모두 포함되어 현재 약 18만명이 협회에 가입되어 있다.

한국 독립선언문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게 살고 있다는 기사들만 나오니 미국의 독립선언문 후손들의 활동이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