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스마트폰이라는 조그만 기계 하나가 요즘 사람들의 업무효율성을 높여줬지만 그만큼 개인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문명의 이기가 넘쳐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힘들어졌다. 이 같은 생활형태의 변화는 외식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전율이 중요한 외식업에서 고객들이 주로 찾는 시간대를 파악하여 집중도를 높이고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차이나플레인 전경련점은 대기업이 밀집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오전 11시 20~30분부터 점심고객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전에 영업 준비를 끝내놓고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전경련점이 점심 때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고객이 찾아오는 이유는 일찍 점심식사를 끝내고 오후 업무에 집중하거나, 오후 업무 전에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려는 회사원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식사시간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인이 많다는 생각이다.

반면 큰 회사들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아파트가 인근에 많은 성수점은 거의 12시가 가까워져야 점심 손님들이 찾기 시작한다. 늦게 손님이 차기 시작한 만큼 점심 손님이 끊기는 시간도 전경련점보다 늦다. 손님 구성을 살펴보면 회사원도 있지만 주부들이나 가족 단위 손님도 꽤 많다.

이처럼 같은 점심시간이지만 바쁜 시간대가 다른 전경련점과 성수점은 업무집중도 역시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더라도 각각 바쁜 시간을 염두에 두고 배치한다.

바쁜 시간이 끝나면 엄연히 영업시간이지만 손님이 확 줄어드는 시간대가 나온다. 오후 1시 반이나 2시가 넘어서 점심식사를 하는 손님은 아무래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점은 기업들의 오후 업무가 시작되면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이 급속히 줄어든다. 이럴 때 별도 서비스 메뉴를 제공하거나 타임세일을 하게 되면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손님이 찾지 않는 시간대(오후 3~5시)에는 차이나플레인 각 매장은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저녁 영업을 준비한다.

예컨대 12시부터 1시까지는 엄청나게 손님이 몰리지만 그 외 시간에는 한가한 파스타 가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11시부터 11시 40분까지, 그리고 오후 1시 20분 이후에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특정 파스타를 할인하거나 샐러드를 무료제공하는 식의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객들이 음식의 퀄리티에 만족한다면 손님 입장에서는 굳이 바쁜 시간에 가서 줄서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식당 입장에서는 매출이 부진한 시간대에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외식업을 제조업에 비유한다면 식당의 주방이야말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생산공정일 수 있다. 바쁜 시간대에만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그 외 시간대는 분명히 영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이 놀기 때문이다. 물론 바쁜 시간 전후에는 주방에서 영업 준비나 마무리 등의 업무가 있긴 하지만 충분히 생산능력이 있는 공장설비가 놀고 있다면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제조업체도 없을 것이다.

10년 전에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마케터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 ‘스포츠용품회사인 나이키의 경쟁상대가 아디다스나 퓨마가 아니라 게임기인 닌텐도라니?’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이 같은 발상의 출발 역시 현대인들의 ‘시간’에서 나왔다. 닌텐도 게임기가 나오기 전에는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나이키 운동화를 사줬지만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운동화를 덜 사게 된다는 논리다.

이미 10년, 20년 전부터 고객이 시간을 소비하는 패턴에 따른 마케팅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업종을 불문하고 산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외식업을 하고 있는 식당 사장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주로 어떤 시간대에 점심, 저녁 식사를 많이 하는가’,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도 손님이 찾아오도록 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아무리 마케팅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손님이 찾지 않는 시간대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등의 고민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