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7년 만에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차병원 차의과대학이 이동율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다른 사람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줄기세포주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포로 일명 '만능세포'로 통한다. 이는 시신경 손상, 뇌졸중 같은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이용될 예정이다.  

연구의 성패는 얼마나 신선한 난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한 번 얼렸다가 녹여 사용하는 동결난자는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생명윤리법상 동결난자만 복제배아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채취 후 24시간이 안 된 비동결난자는 미성숙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황우석 사태 이후 강화된 난자 기승 제한 규정 때문이다. 차의과대학은 “동결난자와 미성숙난자만으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사용한 방식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2020년까지 5년 동안 난자 600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보건복지부의 조건부 승인은 지난 5월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난자 획득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지,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이 연구가 인간복제에 오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충족함에 따라 최종 결정됐다.

▲ 인간배아줄기세포. 출처=위키미디어

복지부는 '차의대 체세포복제배아연구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연구가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뤄지는지 감독할 방침이다. 연구에 사용된 난자와 배아를 폐기할 때 사진으로 기록하고, 해마다 현장을 점검해 연구가 인간 복제로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동욱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희귀·난치병 치료 기술을 확보하려는 과학계의 노력이 이번 연구로 결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연구가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도 충족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2009년 같은 연구 승인을 받았지만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2014년 미국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뒤 2015년 1~2% 정도이던 줄기세포 성공률을 7%대로 끌어올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스템셀에 게재했다.

다만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연구의 필수조건인 난자 체취, 인간복제 가능성 등에 대해 종교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