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스 빌딩 이미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서울 종로구 운니동 S빌딩. 모두가 퇴근한 늦은 시간 트럭에 오피스 가구들이 실렸다. 15층 임차인이었던 현대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사업부가 단기 계약만료로 짐을 싸서 어디론가 이동했다. 구조조정을 겪은 S기업 직원들이 쓰던 2층과 14층 사무실도 3분의 1이상이 사라진지 오래다. 저층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존 임차인이 이동한 뒤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덩그러니 비워져 있다. 현재 이 빌딩의 4분의 1이 비어있는 상태다.

최근 구조조정과 합병 등의 이유로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사업경기도 양극화가 심해 잘되는 오피스는 꽉 차 있지만 곳곳에서는 이렇게 절반이상 비워진 빌딩이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오피스 이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오피스를 이동하면서 빈곳이 많아진 탓이다. 경기는 침체국면인데 빌딩공급량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저렴한 임대료를 내세우는 건물주가 많아지고 오피스 임대 선택시 이런 혜택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면 그많던 오피스 임차 회사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임차인 위주' 시장 중심에 실질 임대할인 커져 '이동활발'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프라임 빌딩의 년수는 5~6년밖에 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시작된 신규 프라임 등급 오피스 공급이 증가하면서 프라임급을 포함하는 A등급 신규 오피스가 대규모 공급되면서 주요권역 평균 A등급 공실률이 10% 이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급이 많아지면서 공실률이 높아지자 서울 오피스 시장은 완전히 임차인 위주의 시장상황이 됐다. 임차인들은 덕분에 유리한 지점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건물주는 임차인 유치를 위해서 연 기준 두달이상 렌트프리(초기 임대비를 받지 않는것)나 실질임대를 계속할인하고 있다. 실질임대가와 명목임대가의 차이는 10~15%로 유지되고 있고, 많은 빌딩들이 보통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2~3% 폭에 한정해서 관리비를 인상하는 추세다.

종합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사 메이트 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전월대비 0.1%p 상승한 9.2%를 보였다.

▲ 출처=메이트플러스

 

메이트 플러스는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연초 임대료 조정시기 임에 불구하고 서울 월임대료 상승률 1% 미만의 보합세 유지했다.”라며 “지난해 1분기 임대료는 7만 4000원/3.3㎡으로 전분기 7만3000원/3.3㎡대비 보합세 유지했다.”고 밝혔다.

오피스 공급과잉으로 실질 임대할인이 이뤄지면서 임차인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피스 난민’들은 저렴한 임대를 찾아 이동 중이다.

최근 1년간 보증부월세 계약 형태의 550개 빌딩 중 15%만이 임대료가 상승했고, 임대료를 동결한 빌딩은 80%에 달했다. 월임대료 상승 빌딩은 주로 공실률이 안정된 (5% 이하) 빌딩이며, 경쟁빌딩 임대료 등을 고려하여 임대료 상승폭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동아원 그룹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주요 권역외로 본사 이전을 결정하면서 한화63빌딩의 공실률을 상승시켰고, 또 삼성증권이 삼성생명 본관빌딩에서 강남 삼성 서초타워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그에 따른 공실면적이 임대 시장에 추가됐다.

곧바로 채워지는 곳도 있다. 삼성생명 본관빌딩의 공실은 한국은행이 본점 리모델링에 의해 이전을 결정하면서 빈 사무공간을 메울 것으로 보이고,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도 예정돼 있어, 미래에셋 자산운용 이동으로 발생한 센터원 빌딩의 공실은 여의도의 미래에셋대우가 그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하반기 공실률 더 높아져…‘오피스 이주민’ 선택지 많아진다

올해 하반기 대신 금융그룹, 명동 3지구, 롯데월드타워, 파르나스타워 등 4개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향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의 금융계열사가 삼성 서초타워의 공실면적을 다 해결한다 하더라도 하반기에 파르나스타워의 오피스 공급이 예정되어있어 당분간 강남의 공실률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신규 공급 되는 오피스가 본사사옥으로 사용될 예정이지만, 기존건물에서 신규 사옥으로 이동하면 그만큼의 오피스의 면적이 임대시장에 추가됨에 따라 공실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사옥의 이동추이를 살피고 실질 임대혜택을 잘 따져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

강남지역의 A등급 오피스 공실률도 삼성물산이 판교와 잠실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발생한 삼성 서초타워의 공실로 인해 전분기 대비 0.9% 상승한 7%를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삼성화재가 삼성 서초타워 매입 후 임차를 완료할 경우 기존의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공실면적이 임차시장에 추가 될 것"이라며 "부영그룹에 매각된 삼성생명 본사 빌딩도 향후 용도 확정에 따라 오피스 외부임차 시장에 추가되는 면적에 의해 공실률 상승의 폭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