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이 끝났습니다. 포르투갈은 1975년 이후 프랑스에 10연패를 당했지만, 이번에는 무려 41년 만에 승리하면서 유로 2016 우승컵을 안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고 치른 연장전 혈투 끝에 획득한 값진 우승이었죠. 오래전 축구 해설자 신문선이 경기 해설 중 한 말로 한동안 유행이 되었던 바로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경기였습니다.

각본(脚本)은 연극이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쓴 글입니다. 출연한 배우들은 이 각본에 의해 충실하게 연기를 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스토리 역시 이런 각본처럼 기존에 스토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스토리의 선형(線形)적 구조라고 합니다. 선형적이란, 말 그대로 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시작과 끝이 명백하며 엔딩(Ending)이 있습니다. 반면에 비선형(非線形) 구조는 시작과 끝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며, 스토리 엔딩이 없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각본처럼 잘 짜인 선형적 구조입니다. 영화, TV 드라마, 연극, 소설, 신화 등은 시작과 끝이 명백하며, 이야기 흐름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선형성을 띠고 있죠. 예전에 본 칼럼에서 소개한 ‘스타벅스의 CSR 스토리텔링’, ‘아워홈의 패러디 스토리텔링’, ‘LG전자의 코드제로싸이킹 광고 스토리텔링’ 등 브랜드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인 선형적 구조입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 스토리가 선형적인 구조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필자는 지난달에 CJ오쇼핑에서 스토리텔링에 관련된 강의를 했습니다. GS홈쇼핑, 롯데홈쇼핑에 이어 CJ오쇼핑까지 스토리텔링 강의를 했으니, 주요 홈쇼핑 업체 강의는 거의 한 셈이죠. 그런데 홈쇼핑 스토리텔링은 다른 브랜드 스토리텔링과는 사뭇 다릅니다. 홈쇼핑 스토리텔링은 선형적 스토리텔링과 비선형적 스토리텔링이 모두 적용되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입니다. 그래서 선형적인 상품 스토리텔링과 비선형적인 방송 스토리 라인을 모두 적용해야 합니다.

홈쇼핑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을 위해서는 상품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상품 스토리텔링의 방법으로는 브랜드 탄생 스토리, 제품 시연 스토리, 제작 스토리, 구매 스토리, 현장 스토리, 생산자 스토리, 고객 체험 스토리, 증빙 스토리, 드라마 스토리, 방송 스토리, 셀러브리티 스토리 등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MD(Merchandiser)는 상품이 지닌 스토리 발굴과 개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은 비선형적인 구조로 60분이란 방송시간을 이끌어갈 전체 스토리라인이 필요합니다. 이 스토리라인은 소비자에게 효과적인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방송과 동시에 주문 콜이 이뤄지므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하므로 비선형성을 지닌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방송 PD와 쇼호스트는 시시각각으로 요동치는 스토리 라인을 잘 타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이런 홈쇼핑의 비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의 방법으로는 전체 스토리 콘셉트, 스토리를 이끌어갈 캐릭터와 배경, 7~8분 정도의 서브 스토리, 강조할 핵심스토리, 디스플레이 및 무대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PD와 쇼호스트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 구성을 해야 합니다.

홈쇼핑 스튜디오에 온에어 불빛이 켜지면 그 각본 없는 스토리는 시작되며, 눈부신 조명 아래 선 쇼호스트는 초 단위로 깜빡거리는 숫자와 그래프를 보며 긴박한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쇼호스트는 시청자를 잠재 소비자로 만들고, 또다시 구매자로 만들기 위하여 그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손끝을 움직여야 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입니다.

▲ CJ오쇼핑 방송 캡처 화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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