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필수 회장, 오승렬 대표, 정양석 고문, 레이싱 모델 이은혜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튜닝에 대한 나쁜 인식을 개선하는 게 가장 시급하죠.” 자동차 업계의 ‘새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산업. 한국 튜닝 시장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2016 서울오토살롱’이 열렸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차량 튜닝·케어 업체 100여개가 참가해 부스를 꾸몄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내 튜닝 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필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인식 개선 통해 시장에 활기를”

“현재 자동차 생산국 1위는 중국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중국을 자동차 산업의 강국이라고 일컫지는 않죠.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질적 성장을 위해 자동차 산업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튜닝이고요.” 김필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 8년간 서울오토살롱의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수년간 튜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그는 “튜닝산업 활성화에 대한 방향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며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다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김필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튜닝은 미국은 약 35조~40조원, 일본은 약 15조~20조원 규모에 이르는 산업 분야입니다. 자동차에서는 극한의 기술을 의미하죠.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인 만큼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김 회장이 바라본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국내 튜닝산업 규모는 약 50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튜닝과 관련된 협의체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해 보입니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고차 분야와의 협업도 놓칠 수 없죠. 튜닝 중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튜닝 시장 전체에 활력이 생길 것입니다.” 그가 건넨 마지막 말에서 튜닝 산업의 발전을 염원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오승렬 아로마푸딩 대표 “튜닝, 어려운 게 아니죠”

▲ 오승렬 아로마푸딩 대표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시작은 디자인 회사였다. 스타트업으로 회사를 꾸린 지 4년째. ‘무한도전 달력’을 직접 디자인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6명의 직원들과는 가족처럼 지낸다. 오승렬 아로마푸딩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오토살롱에 부스를 꾸몄다. ‘아직은 어리둥절하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오 대표는 알로이 거치대라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 차량 내에서 방향제와 휴대폰 거치대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튜닝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단언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방향제, 세차용품, 틴팅 등이 모두 튜닝 시장과 연결됐다는 것. 그는 “우리 제품의 경우 운전자가 휴대폰을 만지다 사고를 내는 확률을 낮춰주는 ‘쉬운 튜닝용품’”이라며 “이처럼 작은 상품들을 차근차근 접하며 튜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이은혜 핸즈코퍼레이션 전속 모델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이은혜 핸즈코퍼레이션 전속 모델… “튜닝 트렌드, 확실히 바뀌고 있죠”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요.” 자동차 휠 전문 업체 핸즈코퍼레이션의 전속 모델인 이은혜씨가 건넨 말이다. 많은 남성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레이싱 모델이다. 서울오토살롱에 6년째 참가하고 있다. 국내 튜닝 산업의 성장 과정을 직접 몸으로 느낀 ‘산증인’인 셈이다.

“기존에는 전통적인 튜닝 업체들이 대부분이었죠.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조하거나 화려한 외관을 지닌 차가 많았어요. 볼거리는 다양했으나 일부 마니아층의 호응을 이끌어냈을 뿐이죠.” 이은혜씨가 회상한 6년 전의 박람회 풍경이다.

▲ 이은혜 핸즈코퍼레이션 전속 모델 / 사진 = 오토in 제공

“트렌드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틴팅 업체, 세차용품 제작사, 출판사, 보험회사 등이 참가하고 있죠. 그 비중이 점점 늘어나 최근에는 ‘카케어’ 관련 부스가 더 많아진 느낌이에요.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덩달아 많아졌어요. 서울오토살롱은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게 아니에요. 국내 튜닝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전한 최근의 분위기다.

이은혜씨는 모델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이해’를 꼽았다. 자신이 홍보하는 회사와 제품은 물론 업계 동향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은은한 달빛과 같은 매력을 뽐내던 ‘소녀’는 무대 위에서 강렬한 태양처럼 빛났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게 그의 마지막 목표다.

▲ 정양석 카인드아크코리아 고문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정양석 카인드아크코리아 고문 “산업 발전 위해 규제완화 절실”

카인드아크코리아는 현대차 포터를 캠핑용 차량으로 튜닝해 판매한다. 최근 ‘캠핑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회사다. 서울오토살롱에는 이번에 처음 발을 들였다. 튜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규제 완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양석 고문은 10년 이상 차를 개조하며 ‘내공’을 쌓았다. 상용차인 포터의 축거를 늘려 거주 공간을 마련한다. 블랙박스·내비게이션 등을 장착해 운전자의 만족도도 높인다. 그의 손을 거친 차량 내부에서는 변기·샤워룸은 물론 냉장고·에어컨·욕실 수납장 등도 찾아볼 수 있다. 노래방 기기나 태양열 발전기 등을 옵션으로 요구하는 손님도 많다는 게 정 고문의 설명이다.

그의 고민은 다름 아닌 튜닝에 대한 지나친 규제다. 정부가 튜닝 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는 하나 아직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는 것. “손님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면부 램프를 LED로 바꾸는 것 등 세세한 부분에서 제약을 받을 때가 많죠. 규제의 벽이 높다 보니 차량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떨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 고문의 목소리다.

그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부품은 무조건 규제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며 “튜닝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일정 수준 시장의 자유를 인정해주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