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PoKemon Go) 열풍이 뜨겁습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3개국에서 출시됐고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양한 화제를 낳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GPS를 활용한 전형적인 LBS(Location Based Service) 기반의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는 유저들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포켓몬을 포획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식입니다.

사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정말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포켓몬 고 '열풍'
지난해 10월 닌텐도와 게임 기획사 포켓몬 연합은 미국 게임 개발사인 나이안틱에 2000만 달러(약 225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나이안틱은 구글의 사내벤처였으나 지난해 8월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우며 분리된 기업입니다.

포켓몬은 닌텐도의 지분법 적용회사며(닌텐도는 포켓몬 지분 32% 보유) 나이안틱과 공동으로 포켓몬 고 제작에 나섰고요.

나이안틱은  미국의 골드러시 시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포경선에서 이름을 따온 기업입니다. 구글 어스 공동 제작자 존 행크가 CEO입니다. 그들은 구글에 속해있던 시절 MMO(Mass Multiplay Online) 게임을 공개한적이 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인그레스입니다.

현재의 포켓몬 고와 비슷한 게임이며 편을 나눠 각 지역의 포털을 정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2011년 11월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2013년 11월 공개 서비스로 전환했어요. 나치시절 수용소를 반영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나름 혁명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포켓몬 고는 지난 3월 개발과정 막바지를 공개했습니다. 이어 7일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 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포켓몬 고를 '제대로 즐기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가이드 라인'도 덩달아 인기를 끌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포켓몬 고에 빠져 개울에 빠져 부상을 당하거나 더 많은 포켓몬을 잡고 싶은 욕심에 사유지까지 침범하는 일들이 벌어졌어요. 심지어 더버지에 따르면 포켓몬 고에 심취한 소녀가 길을 헤매다가 신원 미상의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재미있지는 않지만 10대 무장강도들이 포켓몬 고를 살피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출처=포켓몬 고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많은 화두를 던집니다. 우선 닌텐도의 발 빠른 태세전환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발 빠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화투 제작에서 출발해 일본 최초 트럼프 제작, 러브호텔 등에 진출했던 닌텐도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포켓몬을 모바일에 적용해 나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켓몬 고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먼저 IP(지적재산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1996년 시작되어 만인의 사랑을 받고있는 포켓몬은 말 그대로 IP의 보고입니다. 700종이 넘는 포켓몬이 모두 하나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포켓몬 고는 이러한 방대한 IP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참고로 월트디즈니 및 건담으로 유명한 반다이남코 등은 모두 방대한 IP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에서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경우 만화책으로 거둔 수익이 전체 수익의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름 잘 알려져 있죠.

▲ 출처=포켓몬

여기에 LBS(Location Based Service)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닌텐도와 포켓몬이 IP의 강자라면, 나이안틱은 LBS 깡패입니다. 전작인 인그레스를 보세요. 유저들이 알아서 지역정보를 보내오는 구조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나이안틱은 그 결정적 과실들을 포켓몬 고에 적절하게 연결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지점에서 구글 지도 이슈를 말해야 하는데요. 현재 구글 지도 반출 논란으로 매우 시끄럽지만, 만약 포켓몬 고 게임이 국내에 상륙할 경우 구글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구글은 구글 지도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국내에서 확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지도 반출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포켓몬 고의 유저 데이터는 이 대목에서도 구글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포켓몬 고의 성공은 꾸준하게 모아온 방대한 LBS 기반 솔루션 고도화와, 막대한 IP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증강현실의 가능성이 덧대어졌습니다. '증강현실은 거들 뿐'입니다.

특히 IP의 경우 아주 사골처럼 우려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켓몬 고의 존재감이 완성됐으며, 결코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IP+LBS+AR의 삼위일체입니다.

▲ 출처=포켓몬 고

"탐나는도다"
포켓몬 고의 성공을 보며 우리는 어디를 보아야 할까요? IP+LBS+AR의 삼위일체 시너지를 부러워하며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 답일까요? "IP가 최고네, 키우자"는 말은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고 칩시다. "LBS가 답이네"라는 말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말하며 이를 경외시했던 우리의 과거를 묘하게 상기시킵니다. AR은? 맙소사. 지금 우리는 360도 동영상을 가상현실로 부르는 시대에 살고있을 뿐이에요!

각각의 장점을 키우며 이를 하나로 결합한 닌텐도와 나이안틱의 '예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융합의 시대며, 현존하는 기술과 경쟁력을 적절하게 수렴해 풀어내는 지점에 우리의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그러나 튼튼하게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닌텐도는 명텐도의 흑역사를 연상시킵니다. 2009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닌텐도같은 게임기를 만들라"는 주문을 했고 지식경제부는 60억원을 투입해 GP2X 위즈를 끌어냈으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GP2X 위즈 제작사 게임파크홀딩스는 2013년 3월 폐업했고 비슷한 명텐도(이명박+닌텐도) 후예들도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튼튼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알파고 등장 후 '한국형 알파고' 이야기가 나오며 정부의 간헐적인 정책지원을 보여주기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다지자고요. '한국형'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뒤틀린 인식은 반대합니다. 분명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려면, 후발주자라면 현 상황에서 호흡을 고르며 백년지대계를 짜야 합니다.

나아가 정지작업으로 그들의 시너지 예술에 힘을 더하는, 생생하게 말하면 기생하는 방식도 고려할만한 선택지로 보입니다. 우리의 게임 IP를 외부와 연결해 나름의 중장기 정책을 짜던가, 몰려드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계 마케팅을 통해 LBS 기반의 파생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법론 등이 필요합니다.

이는 적을 알고 우리의 미래를 짜는 방식이며, 천천히 하나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주 중요한 로드맵입니다. "포켓몬 고 뜬다! 한국형 포켓몬 고 당장 만들자!"라고 우루루 몰려가지 말자고요. 문제해결은 의외로 간단한 법입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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