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 현재 중국 경제는 제조에 방점을 찍어 단시간내에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했으나 빈부격차 및 환경오염, 부정부패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게다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졌지만 전통사업의 경우 벌써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자는 것이 바로 지난해 양회의 골자다. 중국 제조 2025에 녹색성장의 기조를 잡아가는 대목이 여럿 포착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 지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ICT 인프라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해당 시장의 강력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이를 결합시켜 '스마트 제조 환경'을 구축해 생산성을 올리는 한편, 궁극적으로 사업간의 결합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 출처=픽사베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차근차근 대외공략의 속도를 올리고 있으며, 주력산업이 겹치는 국내 기업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한·중 양국의 기업 경쟁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3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7.3%, 중국은 7.5%였으나 2014년 한국은 6.8%로 하락, 중국은 무려 13.8%로 증가했다. 시가총액 5대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2015년 기준 한국은 한국전력(2위) 18.7%, 삼성전자(1위) 13.2% 정도였으나 중국은 알리바바 그룹(2위) 30.6%, 텐센트 홀딩스(3위)가 35.6%로 나타났다.

인수합병 수치는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초 차이나데일리는 시장조사기관 딜로직(Dealogic)을 인용해 중국이 2015년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한 규모가 1119억 달러(135조 87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해외 인수합병에서 평균적으로 한국은 912만 달러, 중국은 1509만 달러를 투자했다. 2007년 한국이 572만 달러, 중국이 33만 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국내로 진격하는 사례도 다수 포착된다. 최근 국내 보험사가 신규지분을 취득할 경우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60%와 총자산의 3% 중 금액이 더 작은 만큼만 투자한도로 정한 규제에 막힌 사이 중국을 필두로 하는 외국 보험사들의 자본침투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알리바바를 필두로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은 여전하며 텐센트의 게입업계 및 엔터테인먼트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텐센트가 카카오의 주요 주주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NEW에 중국 엔터테인먼트 화처미디어는 13%를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소녀시대의 SM엔터테인먼트에는 알리바바가 4%를 투자했으며  쑤닝유니버설미디어는 유명가수를 보유한 FNC엔터의 지분 22%를 보유한 상태다.

▲ 출처=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심지어 부동산도 중국 광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및 임대업 FDI 신고 금액은 1억656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하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뤼디(綠地)그룹과 롯데관광개발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제주 드림타워 프로젝트의 시공권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가 가져가기도 했다.

여기에 철강의 경우 중국 기업의 기술력은 한국의 최대 99%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석유화학 제품은 중국의 경우 가격은 한국에 비해 반값이지만 가격은 거의 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ICT로 방점을 찍어 국내외 상황을 돌아보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막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중국은 빠르게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아니, 두드리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이미 찰라의 환희를 맛보던 한국을 넘어 소위 큰 물에서 노는 '대어'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ICT적 측면에서 더욱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제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로 이어지는 중국의 신성장 동력은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하며 나름의 브랜드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Inc.)과 샌디스크(SanDisk Corporation) 인수를 시도하던 칭화유니그룹이 줄기차게 외연을 확장하는 장면이 극적이다. 비록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대만의 미디어텍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모바일 AP, 즉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에 이어 2인자인 대만의 미디어텍 인수는 칭화유니그룹의 비전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D램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실 반도체는 중국 입장에서 반드시 잡아야 할 아이템이다. 2014년 기준 중국 반도체 시장의 매출규모가 3015억 위안(약 54조 원)에 달하지만 실질적인 자체 생산율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사용될 곳은 많지만 자체 생산율이 낮기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에는 반도체 수입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원유 수입금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체생산율 40%, 2025년까지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10년간 1조위안(약 182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반도체 산업을 포함시키고 2014년 6월 24일 공신부가 정식으로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까지 반도체 산업 연평균 20% 성장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설계분야에 있어 제조 분야는 16나노 및 14나노 대량생산, 후공정 분야는 세계 최고수준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소재 및 장비 인프라도 마찬가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2014년 10월 설립된 국가IC산업 투자기금을 설립한 대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 차원의 국부펀드며, 초기 자금규모만 1200억 위안(약 21조 원), 지방정부 기금 및 사모기금이 600억 위안(약 10조 원)에 달한다. 해당 펀드 자금 중 이미 칭화유니그룹에만 100억 위안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국내를 앞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가진 시스템에 중국의 황색바람이 거칠다는 뜻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 XMC는 지난 3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28조원 규모로 3D(3차원)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한 대목도 중요하다.

이제 메모리 반도체, 특히 48단 3D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협력해 메모리 반도체의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3년간 약 17조 원을 투자한다고 일본 현지 언론이 5일 밝힌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연하자면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이 인수를 타진했다 실패한 곳이다.

▲ 출처=플리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LCD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진 상태지만 중국 기업의 바람이 매섭다. TCL의 한국 인재 사랑도 이에 기인하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TCL그룹의 리둥셩 회장과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201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안후이(安徽)성에 '10.5세대' 패널 공장을 짓는다는 발표한 상태다.

중국은 침체기에 들어선 TV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14년 23%에 이어 2015년 26%, 올해 27.3%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센스, TCL 등의 강세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결국 LCD를 중심으로 박리다매 정책을 펴는 중국의 행보에 우리의 디스플레이 운명이 달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플렉서블, 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특히 OLED의 경우 전망도 좋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지난해 OLED 시장이 121억5000만 달러(13조9871억원)에 달했으며 2019년에는 252억6000만달러(29조793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나름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BOE 공장이 OLED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 폭스콘도 약 2조2000억원을 투자재 OLED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JDI도 내년까지 약 5544억원을 투자해 지바(千葉)현에 OLED 라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승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를 현지 시장에서 밀어낸 현지 제조사들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7100만대를 판매한 샤오미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특허 전쟁까지 불사하며 공격적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비보와 오포 등 새로운 중저가 라인업의 존재감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