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글은 두괄식으로 가자. 그냥 결론부터 훅~ 한국 대기업, 5년 10년후에도 생존하길 원하는가? Be a Startup! 기업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변화시켜라. With Startup!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아라.

[ Why Startup? :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기업의 패러다임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한국 대기업의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상명하복식 수직적 기업문화.

살갗에 와닿게 설명하려면 평범한 샐러리맨의 하루를 생각해보면 딱 답이 나온다. 한국에서 회사 업무란, 보고서 만들기, 수정하기, 수정하기, 수정하기, 그리고 보고하기, 그리고 다시 수정하기, 수정하기, 야근하기, 회식하기, 그리고 다시 무한 루프... 다행히 과거처럼 임원분을 위한 등산, 심야의 충성스런 노래대회는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지만… (호..혹시 아직 이러세요? ㅡ.ㅡ;;) 여전히 눈치보며 야근하고, 대리가 임원에게 말대꾸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다. 자율, 자율을 강조하면서 캐주얼복장은 늘어가지만 여전히 문화의 핵심에 있는 소통의 방식은 위에서 아래 방향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수직적 기업문화는 규모와 효율로 상징되는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잘 먹혀 들어갔던 기업문화다.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추격(fast-follower전략)하며 쫓아가기에 적절한 방법론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혁명이 심화되고 혁신적인 창조성이 가치의 중심에 있는 새로운 시대에는 전혀 부합(not relevant)하지 않는 문화다.

왜냐면 이 시대에는 빠르게 쫓아가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영역이 급속하게 스마트 모바일化하면서 일등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이 더욱 거대해지고, 최초의 창조가에게 거의 모든 부가가치가 부여되고 있다. 더 이상 빠르게 쫓아갈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만큼 세상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녁을 정하고 쫓아가려 하면 다시 새로운 과녁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빠른 고기가 크고 느린 물고기를 삼키는 세상” ]

대기업의 미래는 우울하다.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무수한 시장조사, 트렌드 분석을 통해서 미래를효율적으로 통계적으로 전망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래 전망은 항상 대부분 적중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미래를 간절히 갈망하며 현재를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레 현재에서 미래를 창조하게 된다. 스타트업에게 소비자의 수요를 읽고 세련되게 현재 존재하는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갖고 있는 자원과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새로운 수요를 창조할 궁리를 한다. 전혀 새로운 방정식을 짜지 않으면 성공 뿐 아니라 생존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방정식을 짜려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미래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조직규모에 수평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세상의 빠른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요리법(recipe)를 세밀하게 미세조정(fine tuning) 해나간다.

한국 대기업의 거대한 조직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방법론이다. 그럼 거대한 조직은 반드시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일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시가총액을 가진 두 기업을 꼽으면 애플과 구글이다. 우리는 애플과 구글을 꽉 막힌 상명하복식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바라보는가?

혹자는 애플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근거를 꼽으라면 조니 아이브라는 사람을 보면 된다.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갔다가 복귀할 때 이미 애플에 있던 사람이다. 1992년 애플에 입사했으니 입사 24년차. 스티브잡스 복귀후 1997년 이래로 애플의 디자인을 총책임해온 그는 근 이십년간 애플의 디자인 정체성을 창조하고 강화해왔다. 이러한 인사정책이 한국의 대기업에서 가능이나 한 일일까? 한국 CEO의 임기는 평균 약2.5년임을 감안하면 조니 아이브의 초장수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5명의 창업가가 수개월간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실행하고 무한 수정하면서 창조해내는 교란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천억원의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고,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한다고 짜잔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비슷할 수는 있어도 같을 수 없고, 고민의 순도와 농도는 절대 임계점(tipping point)을 돌파하지 못한다.

창조와 혁신의 관점에서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계급장 떼고 보면 정말 그러할 것이다. 계급장이라고 한다면, 막대한 보유 현금과 규제의 방패막, 생태계에 대한 기득권, 언론통제와 여론몰이의 잔기술 등이 되겠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러한 계급장이 생존을 결정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계급장은 글로벌 IT공룡들(특히 중국의 IT공룡들)이 교란적으로 무너뜨려줄 것이라 전망한다. 고로 현재 누리는 안정감과 풍요함은 일시적 착시효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 대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스타트업 문화로 변신해서 거대한 스케일의 스타트업이 되거나, 아니면 스타트업과 함께 손을 잡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두가지 방법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첫 번째 방법, 즉 대기업이 스타트업으로 변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번째 방법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스타트업으로 변신하지 못하는 것의 아쉬움이 강해야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신(變身)을 못하더라도 비슷하게라도 변화(變化)해야 생존이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기업은 어떻게 하면 거대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까?

과거 한국 대기업에서 기업문화는 전략, 재무, 마케팅에 비해 하찮게 여겨졌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겐 기업문화가 기업가치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자산은 “사람”이다. 같은 꿈을 갖고 열정을 한 곳에 쏟아 붓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하나되게 하고, 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합의(consensus)이고, 그런 합의가 하나 둘 모여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스타트업의 기업문화인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소중한 하나의 자산을 꼽으라면 결국 “문화”인 것이다.

대기업의 기업문화가 홀대 받는 이유는 최고경영자들이 2.5년마다 책임을 수건돌리기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함께할 수 없는 리더에게 애당초 장기적 비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 왜? 그에게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물러날 때가 눈에 보이는데, 회사의 5년, 10년 후를 그가 고민할 이유나 근거가 있을까?

우리는 회사에서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한 배를 탔다”라면서 공동체 의식을 주입 받는다. 하지만, 모두가 속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남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배를 탔다.” 임원과 대리의 관심사, 이해관계는 진심 너무나 다르다. 이유는 서로에게 주어진 핵심성과지표(KPI)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으로는 성과에 대한 보상의 크기도 너무나 다르다. 대리는 아무리 큰 성과를 만들어도 짜증나는 성과 테이블 상의 상한(Cap)에 걸려서 보너스 수백만원에 만족해야 한다. 이처럼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쳐서 혁신을 만들어나갈 동인이 없는 상황이 우리네 대기업의 현실이다.

스타트업은 줄 것이 없으니 초기 멤버들에게 창업자가 자신의 주식을 직접 주거나 스톡옵션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상황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 소유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해관계는 일치된다. 고로 주식회사란 제도가 창조된 이유에 충실해진다. 조직의 구성원이 기업의 부분적 소유권(주식)을 갖게 되고, 위험도 미래 성장의 수익도 구성원들은 비율대로 향유하게 된다. 크던 작던 기업을 부분적으로 소유하게 되니 대표이사가 구성원에게 “우리가 남이가?”라는 주장을 목소리 키워서 애써 외칠 필요가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사실을…

만약 충분히 주식, 스톡옵션을 나누지 않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가? 잠시 돌이켜 보라. 기업문화가 진정 스타트업 스러운지?

[ 대기업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Agile은 하나의 대안 ]

사내벤처가 답이 아니란 것은 우린 지난 십여년간 무수한 실패 사례를 통해 알게되었다. 돌아올 길이 있는 무늬만 벤처인 사내벤처는 그냥 고비용의 실험일 뿐이다.

거대한 조직을 잘게 나누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기업문화의 시도를 애자일(Agile) 기업문화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합한 조직구성 방식으로 적용되었는데, 수퍼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이러한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통상 대기업의 조직이 사업기획, 재무, 영업, 연구개발을 전사적인 레벨에서 조직화 해왔다면, 애자일 조직은 개별 프로젝트別로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을 소속시켜 조직을 작게 분화시킨다. 부서간 이기주의, 역할분담(R&R설정)하기 위한 미팅이 사라질 수 있다. 빠르게 시장에 반응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물론 한계와 단점도 있다. 각 직무 전문분야에 대한 역량을 쌓기에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프로젝트別 이기주의, 내부경쟁의 격화로 인한 조직 전체 역량의 결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박 프로젝트팀에는 거대한 보상이, 아닌 프로젝트의 구성원은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수퍼셀에서는 시장에 선보인 게임보다 자체적으로 소멸(kill)시킨 프로젝트의 수가 더욱 많다고 한다. 그러한 치열한 내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비로소 시장에 짠하고 등장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수퍼셀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치열한 내부경쟁을 유도하면서도 180여명의 구성원이 모두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해 열정을 다해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기업문화인 것이다. 수평적이면서도, 자율적이고, 자발적이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분위기는 한 마디의 표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 모두의 오랜 기간에 걸친 토론과 노력, 그리고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게 수십년간 고착화된 기업문화의 대수술은 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생존을위해서 기업문화의 변화라는 과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기업문화의 변화를 위해 더욱 많은 고민,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을 절실히 감지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숙제인 것이다.

[ 현실적인 대안 : 스타트업과 함께 미래를 살아가기 ]

앞서 대기업은 스타트업 문화로의 변화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 단정했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은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스타트업들에게 대기업과 함께 뭘 하고 싶나요?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이나 인력을 빼앗길 위험에 무한히 노출된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여기에 대기업의 갑질ㄷ 한 몫 하겠다. 대기업들과 함께 하면 괜시리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절차는 무지 까다롭고,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극히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상생과 동반성장의 메시지를 진심 어리게 내밀어야 한다. 왜? 스타트업이 함께해주지 않으면 미래적 가치를 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생존을 위한 손 내밀기를 해야 하는 것이지. 창조경제에 이쁨 받기 위한 억지 몸부림이 되면 아니된다. 진심은 언제나 드러나게 마련이다. 거짓 몸부림은 안쓰럽고 가식적이고 설득력이 없다. 진심 위기감을 느끼고, 스타트업에 절실한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한국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업종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지금 돈을 땅에 묻을 것이 아니라 한국의 청년들이 꾸는 꿈에 과감하게 베팅해야 옳다. 요즘 한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자본에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 속에 글로벌 경계는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재들이 창조하는 참신한 시도는 미국, 중국의 자본이 더 먼저 알아보고 한국땅을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을 등지는 미래적 인재들을 욕하지 말자. 그들을 홀대한 우리 스스로를 반성할 일이다. 대기업은 이 대목에서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글로벌 경영을 외치면서도 한국 앞마당에 널려있는 글로벌 인재들의 글로벌한 시도를 경시한다면 대기업의 미래는 없다.

여전히 산업혁명의 뒤안길에 살아가면서 1대주주가 아니면, 경영권을 확보해서 쥐락펴락하지 못하면 전략적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투자라고 생각하는가? 소프트뱅크가 어떻게 수퍼셀의 기업가치를 늘려나갔는지 바라보면서 배워야 한다. 10조원 기업가치가 되기까지 대주주 소프트뱅크는 수퍼셀 창업가들에게 이상한 훈수를 두지 않았다. 그들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심지어 수천억원의 보너스(earn out조항이긴 함)를 지급하면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의 퀀텀점프를 위한 노력에 힘을 합쳤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인수합병 이후에 협업을 만들어낸 좋은 사례다. 소프트뱅크만 이러한 노력을 할까? 아니다. 중국의 텐센트, 알리바바도 이러한 “투자후 경영권 간섭안하기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의 독특한 문화와 인재들의 자발적 창조력에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면 절대로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고 간섭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간섭하지 않고 2대주주로서 전략적 가치부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보다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일색인 투자환경도 더욱 다각화될 것이다. 글로벌 성장의 방향성도 대기업의 인도하에 이뤄진다면 스타트업들은 미국 중국의 거대 자본에 유혹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면서… ]

한국 경제는 우울하다. 대기업의 미래는 깜깜해보이고, 글로벌 경쟁력은 날로 추락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그리 우울하지 않다. 한국의 청년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인재들이고, 이들이 꿈꾸고 창조하는 미래는 세계가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주도적 주체로서 여전히 대기업이 앞좌석 핸들을 잡고 있고, 한국 청년 창업가들 스타트업 기업들은 경제의 변방으로 밀려나 소외되어있다. 그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돈냄새 빠르게 맡는 글로벌 자본이다. 대기업은 글로벌 자본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경제 손바꿈이 이뤄지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스타트업으로 변신하지 못한다면 스타트업과 함께라도 가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