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개포주공 3단지를 허물고 지을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아너힐스'가 표류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해 분양가도 분양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채 8일 견본주택을 열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울 양재역 인근에 문을 연 견본주택은 끝나는 시간까지 많은 내방객이 몰렸다. 운영진이 사람들을 따로 대기를 시켜 안내했다. 견본주택은 오는 11일부터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내방객들은 주로 인근 주민이 많았지만 지방에서 일부러 찾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러 지방에서 찾았다는 P씨는 “한남동 등도 부촌이지만 강남이 주는 프리미엄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노후 아파트가 많았던 강남구에 현대건설이 처음 내놓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 아너힐스’라는 점에서 내방객의 기대와 만족도 높았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지하 3층~지상 33층짜리 아파트 23개동에 총 1320가구로 이뤄졌고 이 중84~130㎡ 69가구만이 일반분양한다. 그리고 강남도심 최초의 테라스 하우스 8가구(89~130㎡)도 포함됐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서울 강남구에 사는 K씨는 “3단지 15평 아파트를 원래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주부지만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 투자 목적으로 거의 10년 전에 사두었는데 (견본주택에) 와보니 구성이나 평면이 좋고 주방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모델하우스 내부로 엿본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모노톤으로 마감해 고급 이미지를 더했다. 그간 보피(Boffi) 등 청담동 일부 고급빌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초고가 주방설비, 천연 대리석 마감재, 수입 가구 등으로 꾸며졌다. 전용 84㎡ 이상 세대의 주방에는 보피 제품이, 84㎡ 이하에는 노빌리아 제품이 각각 시공된다.

견본주택에는 △59㎡ △84㎡C △106A㎡ △T130㎡ △131㎡형 등 5개의 유니트가 마련됐는데 테라스 하우스인 T130㎡는 특히 내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L씨는 “외국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같다”며 “테라스 공간이 집의 양쪽에 있어 특이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도 “남향보다 조망을 더 우선한다. 우리 아파트는 ‘공원향’이다. 인근 공원이 3만평으로 시야가 가리는 것이 없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그러나 잡음도 감지됐다.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를 수차례 낮췄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이다. HUG는 분양가에 대한 심사 강화를 내세워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관련 자료 제출을 더 요구했다

현장에 와 있던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 고위관계자는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이미 대대적인 홍보를 해 견본주택부터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HUG의 분양보증은 통상적으로 하루 이틀이 걸리는 것이지 않나. 우리 단지만 국토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를 해 진행하는 등 절차가 더해지고 길어지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그는 “고분양가라고는 하지만 최고급 마감재와 시설, 입지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강남권 소비자들에게 그만한 수요가 있었다”며 “분양가 상한제도 없는데 비싸다는 것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조합이 5000만원대로 책정했던 분양가도 이미 3차례 낮췄지만 HUG로부터 공급주체인 현대건설이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일반분양 69세대가 미분양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에는 집단대출 규제로 인한 중도금 대출 상한 주택가를 넘는 고가 아파트라는 점이 또 다른 변수다,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당초 다음주부터 1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