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그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기록이지만 이 지표는 분명 위기를 암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1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보단 오히려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경기부양책으로 재차 양적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이 현실이 되도 실제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2년물) 단위:bp [출처:한국거래소]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2년물)는 통상 경기침체, 베어마켓 등 대형이벤트가 발생하기 전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국채 금리는 단기 국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데 정성적인 경제 상황에서 향후 경제 전망도 긍정적일 경우 금리스프레드는 점차 확대되는 반면, 경제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축소된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IT버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 발생 전,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해 위기가 오고 있음을 시장에 알렸다.

▲ 다우존스지수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최근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지는 않았으나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지연, 중국 경기불안 등의 이유로 하락추세를 그리고 있다. 또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는 그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를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지난 2013년 12월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에 이어 2014년 10월 양적완화 중단, 2015년 12월에는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교과서적인 해석이라면 테이퍼링은 차지하더라도 양적완화 중단과 금리인상 결정은 미국채 가격을 끌어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 이후 오히려 미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배경의 원인으로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들 수 있다.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증폭됐고 경제성장률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금리의 수준도 덩달아 낮아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미국이 금리조절 능력을 상실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도한 표현이 될 수 있겠지만 미국의 금리조절이나 양적완화는 시장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금리인하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No’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인하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점차 낮아지는 시장금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미국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2015년 12월 미국이 금리인상 결정을 할 당시보다 2013년 12월 테이퍼링 실시를 발표했을 때, 미국채 금리는 더 높은 수준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다음 정책 카드는 무엇일까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1분기 15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올해 상반기 16개국, 무디스는 24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전했다.

신용등급강등 대상이 된 국가들은 대부분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자흐스탄, 모잠비크 등이며 오스트리아, 핀란드, 크로아티아 등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들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은 단연 위험자산 기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 미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문제는 브렉시트 여파가 유럽 대륙으로 확대될 경우다. 이 때,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해당국 국채의 금리 상승 혹은 폭등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 시장 규모는 9조8000억 달러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채권 시장 버블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신용등급 강등보다 마이너스 금리의 힘이 더 강해 채권시장이 버틸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안전을 추구할 것이라면 불안한 신흥국보단 선진국 국채시장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선진국과 후진국 국채시장의 ‘양극화’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신흥국들은 과도한 부채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여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한 달러 및 미국채 강세다. 물론 미국이 기습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겠지만 미국채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이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더욱 가팔라진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결국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 수준이 향후 경제 상황을 암시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로 현재를 해석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하, 양적완화 등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미국의 정책기조가 바뀌는 것을 시장이 인식하는 순간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존 ‘유동성축소’에서 ‘경기회복’이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 결정이후 이러한 인식은 주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존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대안을 내놓을 경우 시장은 이를 ‘위기’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타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리인하, 양적완화 등의 정책이 아닌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지 혹은 존재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