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참여번역Q가 협력관계에 있는 소셜 번역 플랫폼 플리토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문제가 커지자 네이버는 8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김상헌 대표 명의로 적극 해명에 나서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참여번역Q가 '플리토' 서비스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 긴급 회의를 진행하며 이 사안에 대해 파악했다"며 "해당 사안은 네이버 사전 서비스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편으로는 저희가 지난 몇 년 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온 바 있는 상생의 약속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파트너사로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플리토' 담당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참여번역Q 서비스는 일정 기간 이용자 공지를 통해서 안내 후에 7월 중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 출처=네이버 블로그

이에 앞서 지난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 참여번역Q가 플리토와 너무 유사하다며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네이버 어학사전·전문정보팀이 플리토와 똑같은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데 놀랍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협력관계에 있던 네이버가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하며 사실상 플리토의 기능을 카피했다는 뜻이다.

플리토는 170개국에서 550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하며 기계번역이 아닌, 집단지성을 활용한 소셜 번역 플랫폼을 지향한다.

업계에서는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네이버가 단 하루만에 진화에 나선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꽃'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대단위 플랫폼을 짜려는 최근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4월 스몰비즈니스와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을 주최하며 스몰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플랫폼 사업자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교육 및 툴 제공, 노출 기회 확대라는 축을 바탕으로 창업자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향성을 공개했고 지역의 작은 사업자를 바탕으로 ‘Place'판을 추가하는 한편 오프라인 쇼핑 플랫폼인 쇼핑윈도 서비스도 강화한다고 전했다.

▲ 출처=네이버

나아가 창작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병행해 상생의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말 그대로 골목상권 논란에 있어 쓰라린 추억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다운 행보이자, 생태계 확장 전략의 전형이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 입장에서 소상공인, 특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치명적이다. 논란 하루만에 전격적인 진화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 맛은 씁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사태에는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며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여버리는' 분위기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은 간편송금서비스를 추진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포털 사업자와의 분쟁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물론 네이버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 수 없으며,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내부 프로세스적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플리토의 서비스를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닌, 공적인 수준에서의 활용이 가능한 모델'로 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에도 모두 문제가 있다. 추후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