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있는 집은 소문 안 내죠.”

SNS(소셜네트워크) 효과가 좋다 보니 요즘 소비자들은 숨은 맛집을 지인들하고만 즐긴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좋을 것 같지만 스스로 오랜시간 레시피를 개발한 영세 맛집 주인의 입장은 다르다. 유명해지면 어느새 자신의 가게와 비슷한 콘셉트·맛을 내는 가게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 생긴 가게가 더 잘 될 때다. 결국 주인은 손님이 많은 것보다 적당한 것을 선호하게 된다. 경쟁이라는 ‘위험’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의 최근 이슈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단계에서 대학·연구기관·외부기업 등과 함께 기술·아이디어를 합쳐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글로벌 빅파마(Big Phama)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소극적이다.

자신의 레시피를 빼앗길까 걱정하는 영세 맛집 주인처럼 바이오산업에서는 내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장 초기이기 때문에 제도·자금의 뒷받침이 안정적이지 않아 감수해야 할 위험의 크기가 더 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경쟁을 피하면 결국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IT 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흔한 일이다. 안드로이드라는 기업을 인수해 크게 성장한 구글이 대표 사례다. 물론 기술 소유권에 대한 소송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을 공개 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기술을 베껴 더 나은 제품을 낼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이오산업 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회사들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공신화로 인해 R&D 투자에 대한 압박이 더 커졌다. 신약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품 완성까지 최소 15년이라는 시간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내부에서만 실시한 R&D에 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공률은 3배가 높다. 개발 기간도 줄어들고 그만큼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자체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양한 국가의 기업·기관들과 파트너쉽을 맺거나 인수합병(M&A)을 하며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에 성공한 기업 관계자는 “공개해야 하는 기술은 과감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보를 오픈하고 아이디어를 합쳤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한다. 신약 개발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오픈이노베이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위험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지만 피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시장 참여자인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할 준비도 해야 한다. 경쟁을 두려워하면 산업은 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