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다. 식품 유통기한에 관한 것이었는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약 40%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버려지는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골라 식재료로 다시 쓰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섭취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 품질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 더욱 다양한 유통기한 관련 제도가 활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인해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연간 7300만톤이나 된다고 한다. 지구 저편에는 아이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굶어 죽는 경우도 많은데, 그 다른 한쪽에서는 많은 양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버려지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적어도 태어날 때만큼은 공평했기 때문이다. 태어나 보니 자신이 태어난 곳이 몇십년간의 내전에 힘들어 하는 나라일 수도 있고, 반면에 모든 국민이 평온한 삶을 사는 어느 강대국일 수도 있다는 것은, 매우 공평하게도 태어나는 사람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빈민국 아이들도 노력하지 않아서 그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 도울 수 없다면 적어도 낭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업싸이클링이 유행으로 떠올랐다.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서 전혀 다른 상품으로 만드는 이 업싸이클링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 자원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효과적이다. 이렇게 자원의 낭비가 줄어들면 이 원재료들을 생산하기 위한 노동력도 감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 환경도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소비의 미덕에 빠져 살고 있다. 오늘도 TV 광고에서는 신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으니 말이다. 좀 더 좋은 것, 좀 더 비싼 것, 좀 더 새로운 것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이런 것은 그 상품을 사지 않으면 내가 속한 집단으로부터 소외당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한, 기업의 상술일 뿐이다.

스포츠 센터에 등록하고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살이 찐 내 모습이 두려워서이며,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는 것은 몸에서 냄새나고 충치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저분하고 힘없고 우울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하고 위생용품을 사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막연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고, 좀 더 고급스러운 보습제를 구매하게 만들며, 도난 경보기, 자물쇠, 블랙박스를 구매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경제생활을 하자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방법으로 브랜드가 생존하는 것처럼, 업싸이클링이나 재활용 상품들도 사람들의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방법으로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의 겨우 5%만이 첫 번째 화장실 칸을 사용하고, 가판대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72%가 제일 위가 아니라 바로 그 밑에 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산다고 한다. 이유는 왠지 그게 더 깨끗할 것 같아서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청결과 신선함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서 당연히 남이 쓰던 것보다는 새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명 스타들의 애장품을 구매할 때다. 이때는 스타들의 애장품에 얽힌 스토리를 보고 구매한다. 스토리가 구매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왜 그 스타의 그 애장품을 샀는지 물어봐줄 때, 근사하게 대답해줄 만한 스토리만 있다면 그 스토리가 구매자의 두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업싸이클링이나 재활용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사람들에게 그 물건이 가진 의미를 제공해 불안감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이미 한 번 사용된 제품에서 오는 청결과 신선함의 부족이라는 단점에서 탈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를 가진 제품들을 모아 코즈(Cause) 브랜드로 만들어 출시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록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입었던 의상으로 만든 가방이나, 프로 축구 첫 골을 넣을 때 신었던 축구화 가죽으로 만든 지갑 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이번에 서울대에 간 아이가 입었던 청바지로 만든 책가방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