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2년 전 금 상품에 투자를 하고 싶어서 금 관련 상품을 찾았다. 직접 현물로 사는 것보다는 매월 나눠서 저축형식으로 금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시간을 내 은행 창구를 찾았다. 그리고 금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창구 직원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전화를 들어 본점 상품담당자의 코치를 받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하긴 출시된 지 몇 년 됐지만 그 지점에 그 상품을 가입한 고객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어느덧 거꾸로 내가 설명하고 그쪽이 대답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어쨌든 30분 넘게 상담 아닌 상담을 받고 그 상품에 가입했다. 매월 자동이체를 통해서 저축하듯이 조금씩 사는 것으로 했다.

굳이 이 상품에 가입했던 이유는 달러와 금 연동 상품이어서 헤지를 할 수 있어서다. 단순하지만 나름 파생상품식으로 구성했다고 본다. 하지만 가입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전히 우리네 투자 문화는 단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황 2

지난 6월 15일 한국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또 다시 불발되었다. 10조달러의 글로벌 투자자금이 추종하는 MSCI지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투자자금의 포트폴리오가 대략 신흥국에 15%, 선진국지수에 85% 배분된다고 보면 기존 신흥국지수인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면 투자자금 유입 효과가 단순 계산으로 5배나 뛴다. 자금조달의 규모가 차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유입된다.

MSCI월드지수 편입 낙방에 대한 결과는 매년 친절하게 코칭을 해준다. 올해도 원화 환전의 불편함이 주된 이유였다. 언제든지 투자금을 환전해갈 수 있도록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환전시장을 열어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단지 외환시장 거래를 30분 연장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환위험에 노출될 기업들의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4시간 환전체제로 가면 과연 난리가 나게 될까. 기업들은 항상 밤을 새워가며 관리를 하고 있는데, 밤샘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모르는 걸까.

 

#상황 3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은 무엇에 투자를 할지 공황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뛰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자들의 애를 태울 뿐 투자자 입장에서는 썩 좋은 장기투자 상품은 아니어서 고민들이 많다. 그렇다고 사실상 제로금리를 달리고 있는 은행 저축상품은 단순히 자금을 파킹할 수 있는 파킹통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식시장도 박스권을 벗어날 줄을 모르고 몇 년째 지루한 횡보장세를 보이고 있다. 몇몇 한류 관련주들만이 시장을 주도할 뿐이다. 그마저도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으로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를 상황이니 이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 원자재 투자를 해보자. 직접 하기에는 자금도 안 되고 위험하니 상장지수 펀드를 통해서 해보면 어떨까. 입맛이 참 까다롭기도 하지. 이왕이면 10년 투자할 그런 상품이 없을까. 향후 대세군에 속해 있는 그런 종목으로. 그래서 찾아봤다. 아, 향후 전기차의 시대가 된다면 배터리가 필수일 것이고 그러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래서 리튬광산과 리튬기업, 전기차 기업을 포토폴리오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를 찾았다. 글로벌X 리튬 ETF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아뿔싸. 한국 증권사 어디에서도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해외 계좌를 트고 미국 증권사를 통해 직접 투자하는 것밖에는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미국에서 파는 투자상품이 한국에는 없는 것인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품을 개발할 능력은 안 된다고 해도, 이미 만들어서 팔리고 있는 상품을 들여다 놓고 팔 수는 있지 않은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2016년 한국 서민이 느끼는 한국 금융시장의 현주소다. 국내 금융사들이 이렇게 한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관치금융 때문일까. 아니면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것이 편해서일까. 하지만 이런 느린 속도로 금융기관과 시장이 움직이면 결국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들에게로 간다. 좋은 상품을 투자할 기회를 잃는 것이 더 큰 손실이다.

지금의 저금리로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금융사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오랜 틀과 제도 속에 지금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할 정도의 상품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한탄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뒷걸음질 정책으로 시장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긴 금융사가 신상품을 개발해도 배타적 사용기간을 고작 3개월만 주는 나라이니 누가 신상품 개발에 열을 올릴까. 어차피 신상품이 나오면 빨리 베껴서 다 같이 잘먹고 잘사는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신상품 개발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차라리 신상품 개발을 하는 쪽이 미련한지도 모르겠다. 개발비 들이지 말고 남이 만들어놓은 상품을 빨리 카피하라고 재촉하는 금융환경이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 최고의 고령화 대책이 아닐까. 해외투자가 자금 빼돌리기라는 나쁜 인식으로 여전히 오해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관치금융이 또 투자시장의 성장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자답해봐야 할 때다. 새롭고 다양한 투자상품들로 마음대로 미래 계획을 짤 그런 시장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다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