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목욕 때문에 멸망했다’고 어떤 역사에서 말할 정도로 로마인의 목욕 사랑은 유별났다. 목욕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기며 즐긴 것은 그리스부터지만, 로마 시대의 유적지 폼페이우스에 가보면 목욕탕은 매우 화려하고 천정에 맺히는 이슬방울을 막기 위해 이중천정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목욕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몇 블록이나 되는 광대한 토지에 노천탕, 운동장, 정원, 도서관, 회의실, 간이식당을 두루 갖춘 목욕탕에서 로마인들은 만나고 거래하고 수다를 떨고 정치를 논하며 보통 한나절을 먹고 마셨다고 한다. 창녀, 의사, 미용사들이 이런 목욕탕 주변에 즐비했기에 목욕탕에서는 자연스럽게 매매춘, 치료, 이발 등도 함께 이뤄졌다. 로마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느 목욕탕에 다니는지를 물었다고도 한다. 목욕 문화는 로마화의 상징으로 피정복민을 로마의 일원으로 포용할 때 보여주는 최초의 문화였다.

그러다 유럽에서 목욕탕을 사라지게 만든 흑사병, 깨끗함으로 계급이 나뉘기 시작했던 산업 혁명기를 거쳐,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하면서 몸에서 나는 냄새가 치명적인 무례로 여겨지는 현대에 이르렀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깨끗함을 추구하여 강한 천으로 만든 일명 ‘이태리 타올’로 지나치게 피부를 밀어 상하게 하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찜질방’을 보급하기도 했다.

일본 사람의 평균수명이 긴 것도 목욕 문화의 혜택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은 옷을 자주 갈아입지는 않아도 목욕은 자주 한다고 한다. 반면 중국 사람은 옷은 자주 갈아입어도 목욕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목욕을 자주 하면 영혼이 날아간다’는 속설을 믿는데, 아마도 중국은 물이 귀하여 더 몸을 자주 씻지 않는 게으름의 일면이 아닌가 한다.

‘목욕을 하면 하루가 즐겁고, 이발을 하면 1주일이 즐겁고, 결혼을 하면 3년이 즐겁다’고 한다. 가장 쉽고 간단하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목욕이다. 요즘은 집집마다 샤워 시설이 있고 욕조까지 있으니, 목욕을 자주 하면 청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건강에도 좋다.

특히 장마철에는 어른들도 기압이 낮아지면 말초혈관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염증이 있던 관절이나 수술한 자리가 더 아프고 몸이 찌뿌둥해진다. 그래서 ‘비가 오려나 보다’라고 몸이 벌써 예보를 하는 것이다. 몸에 수분이 많이 정체되는 습체질은 습기가 많아지면 수분 배출이 되지 않아 모세혈관의 정체를 느낀다. 이럴 때는 목욕탕에 가서 강제로라도 땀을 흘려주어야 몸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습과 담이 많은 태음인은 목욕을 자주 해야 한다. 실제로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 누워 있기보다는 찜질방이나 한증막에서 땀을 흘려주면 한결 기분이 상쾌해지며 새로운 의욕도 생긴다. 그러나 태음인은 수영을 하면 땀구멍이 열린 상태에서 습기가 몸으로 역습하니 수영을 하고 나면 뒷머리가 아파진다. 그래서 만약 태음인이 수영을 한다면 옷을 입기 전에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이나 열기로 강제로 수분을 배출해줘야 한다.

몸이 찬 소음인은 찬물에 목욕을 하고 나면 기화열로 기운을 빼앗기다 보니 오히려 냉기가 역습하여 ‘위장형 감기’에 걸리거나 심하면 배탈이 난다. 따라서 뜨거운 물에 잠시 목욕을 하고 난 다음에는 마른 수건으로 피부를 마찰시켜 마찰열을 일으키고 옷을 두툼하게 잘 입어 감기를 예방해야 한다. 소음인은 차라리 반신욕이나 족욕을 자주 하며 심장에서 가장 먼 발을 따뜻하게 해주면 전신의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손발도 따뜻해진다.

열이 많은 소양인은 냉·온욕 또는 해수욕으로 피부를 단련시켜야 한다. 소양인은 피부에 열독이 많아 접촉성피부염이 많다. 따라서 피부를 강하게 만들려면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찬물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피부를 단련시키고, 피부에서도 삼투압작용이 잘 되도록 해수욕을 자주 하면 더 좋으며, 마지막으로는 미지근한 물에서 마무리를 해야 심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단, 물의 온도는 따뜻한 물이 41도에서 43도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하고 찬물이라도 약 18도에서 25도 정도는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