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영화산업 박람회 ‘시네마콘2015’. 전 세계 다양한 업체들이 혁신 기술을 선보인 가운데,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면영사기술 ‘스크린X’였다. 스크린X는 기존 정면 스크린을 양쪽 벽면까지 확대한 새로운 영화관으로, CJ CGV가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국내 토종 기술이다. 스크린X가 설치된 라스베이거스 AMC 극장에는 이 새로운 영화관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들었다. 그림처럼 화려한 영상이 좌우 벽면을 타고 흐르자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100년 이상 정면 스크린으로만 영화를 봐왔던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전해준 순간이었다.

1894년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를 선보인 이후 최근까지 영화관은 정면 스크린을 벗어난 다른 요소를 허용치 않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전통은 조금씩 깨어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난 미래형 영화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최근 ‘모바일’이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전통적 영화관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며 이런 분위기는 극대화되었다. 차별화된 기술을 도입한 차세대 영화관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커졌다.

영화관 환경 변화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화두는 ‘몰입감(Immersion)’이다. 영화관에 몰입감 높은 환경을 도입함으로써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영화관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3S(Screen, Sound, Seat) 모두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영화관 기술로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3D’가 꼽혔다. 2009~2010년 <아바타>의 등장은 전 세계에 3D 열풍을 이끌었다. 영화관들은 앞다퉈 3D 상영 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3D에 최적화된 영화가 줄어들면서 관객들의 반응은 시들해졌다. 바로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충격을 던져준 것이 바로 ‘4DX’와 ‘스크린X’ 등 한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영화관 기술이다.

CJ CGV가 자체 개발한 ‘4DX’는 의자의 흔들림을 통한 모션 효과와 더불어 ‘비’, ‘안개’, ‘바람’, ‘눈’, ‘향기’ 등 환경 효과를 더해 오감 전체를 만족시키는 영화관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 200여 개 가까이 설치되면서 영화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직접 협의를 거쳐 최근 2~3년 동안 매년 70편 이상의 영화가 4DX로 제작되었고,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관심은 증폭됐다. 2015년 <쥬라기 월드>, <트랜스포머5>, <샌 안드레아스>, <어벤져스2>, <분노의 질주7>, <매드맥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4DX 버전들이 전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크린X’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확장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시네마콘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라디오·TV·영화 산업 박람회 ‘BIRTV 2015’(Beijing International Radio, TV & Film Equipment Exhibition 2015)를 통해 중국 시장에도 첫 선을 보였다. CJ CGV는 완다 시네마와 손잡고 중국은 물론 미국에까지 스크린X를 확산시키기로 협약을 맺었고, 2015년 말 중국 블록버스터 ‘The Ghouls’를 스크린X 버전으로 제작해 개봉하기도 했다.

▲ CGV 제공

물론 우리나라 기업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영화관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운드와 스크린, 시트 등을 보강한 3D 사운드, Doldy Cinema, PLF 등 다양한 특별관들은 이런 움직임의 산물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VR, 홀로그램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기술들도 연구되는 것을 보면, 미래 영화관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지금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분명한 것은 몰입감을 높여주고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차세대 영화관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