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기업 애플의 애플뮤직이 스트리밍 음원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폰 매출 저하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진출하는 한편, 애플뮤직으로는 타이달 인수까지 타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 초읽기에 돌입한 상태에서 글로벌 무대에서는 스포티파이와 피튀기는 혈전을 거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만 각각의 사례의 이면에 묘한 시사점이 숨어있다. 애플 갑질에 대한 유연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출처=애플

스포티파이와의 전쟁
애플뮤직 갑질의 역사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뮤직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3개월간 공짜로 풀며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보전하지 않는 '플랫폼 독재자'의 위용을 만천하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런칭한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콘텐츠 생태계의 권리를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10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애플에 공개편지를 보내 "우리는 당신에게 아이폰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제발 우리에게 공짜로 음악을 하라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당시 애플은 즉각 사과하고 공정한 콘텐츠 권리 배분을 약속했다.

▲ 테일러 스위프트. 출처=위키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애플과 스포티파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현재 자사의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신규 업데이트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것이 스포티파이의 주장이다. 하지만 애플도 단호했다. 애플의 법무 책임자인 브루스 시웰은 지난 2일 "스포티파이는 인앱 구매 기능을 없애고 계정 가입 기능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규칙을 비켜가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생태계 구축에 있다.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많은 사업자들이 최근 앱스토어를 통한 다운로드보다 계정 가입 등을 유도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애플 입장에서 생태계 전반을 흔드는 심각한 타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각) 애플이 앱스토어 개발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성을 발표한 지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필 실러 애플 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앱스토어 개발자의 수익 배분률을 기존 70%에서 85%로 올린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70%지만 1년이 지나면 85%로 올리는 방식이다. 심의기간도 24시간으로 크게 단축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일부 카테고리에만 반영되었던 정액방식을 모든 카테고리에 개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검색광고를 도입하며, 소비자가 광고를 보지 않으면 광고료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세세한 방법론도 공개했다. 당장 구글도 비슷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애플과 구글이 개발자 우대에 나선 이유는 일정정도의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150만개의 앱이 등록되어 있지만 고객에 노출되어 실제적인 수익을 올리는 앱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 수익을 보전해도 애플 입장에서 제한적인 타격만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상태에서, 소수의 '강력한 앱'이 자체 웹페이지에서 앱스토어에서 유료로 다운받는 것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앱스토어 자체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지점을 보완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은 스포티파이에게 일종의 보복성 조치를 취했고, 스포티파이는 이를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로 여겨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유로 양사의 충돌은 스트리밍 업계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생태계를 '조이려는' 쪽과 '살짝 벗어나려는'쪽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앱스토어 규정 및 최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서 공격당하고 있는 애플의 상황 등이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 출처=스포티파이

국내 시장 초읽기...그 내막은?
애플뮤직은 이르면 8월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재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와 국내 서비스를 위한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부적인 일정만 조율하면 바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난데없는 갑질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멜론, 지니, 소리바다 등 국내 유통 사업자는 콘텐츠 제공자, 즉 권리자들에게 정산에 있어 정가금액을 기준으로 60%를 주고 있다. 하지만 애플뮤직은 판매가 기준으로 70%를 주고 있어 논란이다.

얼핏 보면 권리자의 이득을 10%더 보장하는것 같지만 내막은 다르다는 것이 국내 유통 사업자의 주장이다. 애플뮤직의 정산방식이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애플뮤직이 대대적인 할인에 돌입해 정가금액보다 훨씬 낮은 판매가 기준으로 권리자의 이득을 정산하면 상대적으로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반전이 있다. 현재 국내 유통사들이 주장하는 정상가격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에 권리자에게는 애플뮤직 정산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리하자면 국내 유통사들이 애플의 7:3(권리자:플랫폼)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애플뮤직의 '다가올 할인'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음원을 유통시키는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내 유통사와 애플뮤직의 배분비율은 거시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거나 애플뮤직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유통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해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갑질의 상대가 바뀌는 셈이다. 애플뮤직의 등장과 기존 국내 유통 사업자의 반발에 일렁이는 내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현재 국내 음원시장은 카카오가 인수한 멜론이 55%로 압도적인 1위며 지니가 20%, 나머지를 군소 업체들이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막강한 생태계 전략으로 국내시장에 진격할 경우 일정정도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로엔을 통해 콘텐츠 시너지를 얻어 공격적인 O2O 시장 외연확대를 추구하는 카카오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