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에 최초 이상이 발견된 것이 작년 이맘때입니다. 기술팀에 의하면 해당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데, 고객 컴플레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해당 제품을 접는 것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고요. 수가 없으니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해 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략적 침묵의 정의는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때가 오면 즉각 개입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개입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핵심 포인트는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가 됩니다. 대부분 전략적 침묵을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혼동하는데, 문제는 그 차이에 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략적 침묵이라는 개념은 이상과 같습니다. 그 외 전략적 침묵이라는 개념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일부’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법적으로 자사에게 유리한 팩트들이 극히 제한되는 경우입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같은 검찰 출두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그런 전략적 침묵을 의미합니다. 사법기관이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 왈가왈부 미리 떠들어 보았자, 유리할 게 없는 경우 전략적 침묵이 일부 유효하다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장 루머와 관련된 경우입니다. 근거 없는 루머, 어이없고 황당한 루머, 아주 민감한 M&A 관련 루머 등에 일일이 대응하고, 구체적 해명을 하다 보면 더욱 부정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상황에 적용됩니다. 이때 ‘코멘트할 것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는 형식의 전략적 침묵이 있겠습니다.

세 번째, 발생 이슈가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수준에서의 전략적 침묵입니다. 해당 제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관련 컴플레인 고객이 소규모고, 그 컴플레인 수준도 별반 심각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전략적 침묵은 일부 유효한 대응이 됩니다. 물론 원점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겠지요. 아주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 아닐 때 적용됩니다.

네 번째, 내외부 상황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서, 해당 이슈에도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입니다. 불미스러운 이슈가 발생했고, 그와 관련 일부 이해관계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국가적으로 더욱 더 큰 이슈가 여기저기 발생해 자사 이슈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우입니다. 이때 ‘날 좀 보소~’ 같은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자제한다는 대응입니다.

어려운 것은 이상과 같이 전략적 침묵이 일부 또는 상당 수준 유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칼로 자르듯 정확히 판별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시장 루머 같은 경우도 최초 전략적 침묵을 하다 보니 점점 루머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져, 부랴부랴 해명하고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도 루머가 사라지지 않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가서 ‘왜 최초 전략적 침묵을 했습니까? 그 때 바로 대대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요…’ 하는 조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하고 나가야 한다면서 ‘초전박살론’만을 조언하는 것도 실제 현장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조언입니다. 스스로 떠들어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실수들도 꽤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에서 설명한 제한된 상황이라면 오히려 전략적 침묵을 조언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보입니다.

다시 최초 조언으로 돌아가면, 전략적 침묵이냐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냐 하는 판단은 지속적 상황 변화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조언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준비를 다 완료하고 개입 시점을 가늠하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입니다. 최초 전략적 침묵이 유효했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더 이상 전략적 침묵이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 왔다면 ‘바로’ 개입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전략적 침묵으로 실패한 케이스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초 일부 의사결정권자의 감에 의지해 전략적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 후 상황변화를 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최초 침묵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악화되어 무언가 커뮤니케이션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때는 때대로 놓치고,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전혀 보지 못하고 맙니다. 그와 함께 최초 전략적 침묵에 대해 ‘쉬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악의 위기관리 결과를 얻게 되는 거죠.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개입 시점을 가늠하는 것. 그것만이 전략적 침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