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판정을 받은 게 억울했다" 전업주부 조성심(58·인천시 남구)씨는 2009년 폐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남편 역시 비흡연자인데 그의 왼쪽 폐에는 4cm나 되는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나 큰 암이 몸속에서 자라나는 데  감기와 비슷한 기침 증세만 있었을 뿐,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결국 폐 일부를 절제하는 좌하엽 절제술을 받았다.
 
국내 암 가운에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폐암이다. 16년 뒤인 2032년에도 여전히 1위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기침이나 가래 같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 가능하고 생존율이 비교적 높은 1,2기에 발견된 환자들이 전체 환자 중 20~25%에 불과한 이유다. 1기 폐암이면 5년 생존율이 70%, 2기인 경우 30~50%, 3기일 경우에는 15~30%정도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4기인 경우에는 5%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암을 일으키는 요인의 90%가 흡연이다. 하지만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간접흡연 노출도 그리 심한 편이 아니어도 폐암이 생길 수 있다. 전체 폐암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이 그러하다. 특히 비흡연 여성은 비소세포폐암 발생 빈도가 높다. 실제 국립암센터가 폐암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831명을 분석했더니 약 88%(730명)가 조 씨 같이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비흡연 여성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주방 속 미세먼지'를 지목했다.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는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블랙카본, 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실내 미세먼지 조사'에 따르면 환기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완전 밀폐 조건에서 고등어를 구웠을 때 ㎥당 2,290㎍의 초미세먼지(PM2.5)가 나왔다. 삼겹살 구이는 1360㎍의 초미세먼지가 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하고 있는 실외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수준은 ㎥당 90㎍ 이상으로 집안에서 고등어나 삼겹살을 구우면 미세먼지 나쁜 날의 최대 25배 이상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기를 자주해야한다. 환경부 실험 결과 요리가 끝나고 창문을 30㎝ 이상 열고 15분가량 환기하면 고등어, 삼겹살 구이 후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234㎍, 112㎍로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다.

또한 미세먼지는 조리법에 따라서 그 발생 정도가 다르다. 기름을 사용하는 굽기나 튀김요리는 재료를 삶는 요리보다 미세먼지를 최대 60배 높게 발생시킨다. 따라서 연기 발생이 많은 구이나 튀김 요리는 15분 이상, 상대적으로 연기 발생이 적은 삶거나 볶음 요리는 10분 정도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