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시장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용주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바이오의약품 시장 환경과 국내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적 부분과 Teva라는 제약 회사 사례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바이오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기업들은 주로 내수 복제약 시장에 집중해 왔던 탓에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이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둘 뿐이라는 지적이다. 상장 제약기업 96개의 총 매출액(2015년 기준 약 16조 4000억원)을 합쳐도 글로벌 10대 제약사 각각의 연간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에 성공하고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수출 증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제약 기업이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의약품 시장은 제네릭 중심이고 인구가 800만 정도로 규모가 작은 시장이다. 송 연구원은 이런 점에서 국내와 이스라엘 의약품 시장이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Teva의 핵심 동력은 M&A

이스라엘의 Teva 제약사는 복제합성의약품 생산기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 제약시장 9위, 바이오시밀러 시장 2위 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매출액은 1980년대 5000만달러(약 574억) 수준에서 2015년에는 197억달러(약 22조 6000억원)로 약 400배나 성장했다. 매출 구조를 보면 제네릭 사업부 비중은 2006년 70%에서 2015년 49%로 줄어들었고 제네릭에서의 수익률은 28%인 반면 신약 부문에서는 52% 수익률을 내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51%, 유럽에서 28%, 기타 지역에서 21%로 해외에서 발생한다.

▲ 출처=한국경제연구원

Teva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미국 진출을 결정하면서 1985년 미국 화학기업인 W.R.Grace와 TAG Pharmaceuticals를 설립해고 미국 제네릭 제조사인 Lemmon의 지분 50%를 인수해 2년 만에 매출 2배 성장을 이뤘다. 

Teva는 전략적 M&A를 통해 글로벌 기반을 닦았다. 송 연구원은 "헝가리 Bigal 인수를 시작으로 영국의 APS/Berk, 이탈리아의 ICI 등 유럽 기업들을 인수해 유럽 시장까지 확대 했다"며 "최근에는 멕시코의 Rimasa를 인수하고 일본의 Takeda와 제네릭 생산 JV(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진출국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M&A와 파트너십을 통해 마케팅 역량을 늘리고 사업 분야를 빠르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OTC 의약품, 건강보조제, 의료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와 M&A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M&A 덕분이었다. 바미국과 유럽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허가 규정이 생기기도 전인 2004년에는 미국 Sicor를 인수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했고 2006년 유럽이 규정을 제정하면서 시장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후에도 M&A를 통한 시장 다지기는 꾸준하게 이뤄졌다. 2008년에는 바이오벤처인 Barr와 CoGenesys를 인수해 저분자 바이오시밀러 생산 역량을 확보했고 2009년에는 Lonza와 JV를 설립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역량도 확보했다. 또 2010년에는 독일의 Ratiopharm을 인수, R&D 역량과 함께 유럽 판매망도 강화할 수 있었다.

▲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이스라엘 정부, 하이테크 집중 육성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 정책은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집중 돼 있었다기 보다는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장기적으로 지원했다. 1968년 산업통상노동부 산하에 수석과학관실을 신설, R&D 지원 등 과학기술 정책 수행을 총괄하게 했다. 특정 분야나 기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하이테크 기술 개발 및 이전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양한 국가의 엔지니어, 기업가, 실리콘밸리 출신 연구자, 의료인들의 이민을 적극 유치해 풍부한 연구 인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다.

산학연 협력 모델도 구축했다. 1967년 산업통상부 산하에 와이즈만 연구소와 연구소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담당할 기술지주회사 예다(Yeda)를 설립했다. 앞서 언급한 Teva는 신약인 코팍손 개발에 성공해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었는데 이 신약은 와이즈만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기업의 R&D 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과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정부에서 승인한 연구계발 계획에 대해서는 예산의 20~5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만약 연구개발이 실패하면 보조금 상환 의무는 없고 성공 시에는 정부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다. 혜택이 생기자 1994년부터 이스라엘 내에서느 ㄴR&D 인력이 많고 시설 비중이 높은 외국 하이테크 기업들의 R&D 센터와 제조시설 설립이 증가했다.

기업과 외국자본 투자에 대한 차등적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도 부여했다. 국가가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국세청이 조세 감면 혜택을 주도록 했고 이는 기업 설비와 M&A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게다가 기업의 인수, 합병, 강제 매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았다.

의약품 인허가 규정도 국제 기준과 통일해 자국 생산 의약품 수출 확대를 이끌어냈다. 2012년 10월 유럽연합(EU)의 의약품 산업 규격과 이스라엘 규격을 함께 인정하는 제약 무역협정을 승인해 양국 간 의약품 수출입에 걸리는 시간과 심사 과정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필요하다"

송 연구원은 결국 Teva라는 이스라엘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R&D 지원, 기업 투자 촉진 제도, 글로벌 의약품 허가 규정 도입 등의 정책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각종 지원을 통해 장기간 기초 연구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고 Teva의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스라엘 정책 환경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신약보다는 저렴한 제네릭을 선호해 신약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게 주는 편은 아니다. 이제까지 Teva는 기술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신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코팍손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고 있어서 성장 정체가 있을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제약사들 역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지원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나의 신약 개발까지 걸리는 10년~15년 이상의 기간동안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사례로 살펴본 이스라엘 역시 1980년대 이전부터 관련 정책들이 나왔고 이로 인해 Teva라는 글로벌 기업을 2000년대 들어 배출 할 수 있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그렇지만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R&D나 M&A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

또 Teva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국내 제약사들도 성장 전략을 잘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Teva는 기술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사들을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공으로 인해 국내 많은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통해 기술수출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물론 기술수출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장기적으로 보면 신약 개발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약 업계는 갈수록 신약 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신약 개발까지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제약사들의 M&A 및 R&D 투자를 위한 노력과 이를 뒷받침 해줄 장기적 안목의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