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침해에 관한 A to Z’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지난 2개의 칼럼에서는 상표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1차적 요건으로서 ‘상표와 상품의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침해자가 ‘출처 표시의 목적’으로 사용할 것, 즉 ‘상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2개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더라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교촌에프엔비 주식회사(이하 ‘교촌’)는 2004년경부터 닭날개 튀김에 매운 맛 소스를 가미한 제품을 ‘핫골드윙’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이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그러자 닭고기, 닭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 ‘핫윙’의 상표권자인 주식회사 하림(이하 ‘하림’)은 2006년 3월 교촌 측에 자신의 등록상표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핫골드윙’의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상표권침해금지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교촌은 하림을 상대로 ‘핫골드윙’이 하림의 등록상표 ‘핫윙’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의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하림의 상표권 침해 주장은 타당할까?

상표법은 공익적 목적에 비추어 특정인에게 독점 사용을 허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사용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상표권의 배타적인 효력을 제한하고 있다. 상표권의 배타적인 효력이 제한되는 경우는 상표법 제51조에 차례로 열거되어 있는데, 그중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이 (ⅰ) 자기의 성명·명칭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와 (ⅱ) 보통명칭이나 기술적 표장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상표이다.

먼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1호는 ‘자기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예명·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윤광훈 김밥’이라는 상표를 등록받았다고 하자. 그런데 동명이인인 윤광훈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윤광훈 김밥’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경우, 만약 위와 같은 규정이 없다면 윤광훈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구이고, 누군가의 이름을 상표를 먼저 출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자에게 사용권을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적인 견지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규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여러 항목 중에서 실무적으로 많이 문제되는 것이 ‘상호’이다.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나(물론 성명은 개명할 수 있지만), 상호는 사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 기업이나 제품을 상호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롯데아파트 단지에 있는 세탁소는 자연스럽게 ‘롯데 세탁소’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주변에서도 ‘삼성 공인중개사’ 등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자신의 상호를 자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고수한다면 누구나 유명 브랜드를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거리에 ‘하이트 호프집’, ‘교촌 닭꼬치집’ 등이 넘쳐날 것이다. 이 때문에 상표법 제51조 제3항은 상표권의 설정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 침해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는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의 보통명칭·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량·형상(포장의 형상을 포함)·가격 또는 생산방법·가공방법·사용방법 및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상 ‘기술적 표장’이라 한다.

예컨대 자신이 판매하는 ‘딸기맛 우유’에 ‘딸기 우유’라는 상표를 사용한다고 해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제품의 특성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누구나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성질, 특성을 상표로서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기 마련이므로 공익적인 견지에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참고로, 법원은 지정서비스업이 컴퓨터하드웨어 수리업 등인 서비스표 ‘PC DIRECT’, 닭 바비큐 전문식당업에 관한 서비스표 ‘코리안 숯불 닭 바비큐’가 기술적 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상표를 ‘보통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상표를 특이한 서체나 색채, 문자의 도안화, 도형과 결합해 사용하는 등 상호의 사용으로서의 태양을 넘어 자타상품의 식별표지로서만 사용한다면 이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위 사안으로 돌아와 검토해보자. 하림이 보유하는 상표의 지정상품은 닭고기 등이므로 교촌의 ‘치킨’ 제품과 동일 내지 유사하다. 상표 역시 ‘핫윙’과 ‘핫골드윙’이므로 중간에 제품의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골드’라는 문자만이 추가되었을 뿐이므로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교촌은 ‘핫골드윙’을 제품의 명칭으로 사용했으므로 ‘상표적 사용’도 인정된다.

그러나 ‘핫골드윙’은 영어 단어 ‘Hot’, ‘Gold’, ‘Wing’의 한글 음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요자에게 ‘Hot’은 맵다는 뜻으로, ‘Wing’은 ‘닭날개’의 뜻으로 직감될 것이고, ‘Gold’는 그 사용상품의 우수한 성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는 단어이므로 ‘핫골드윙’을 그 사용상품인 ‘매운맛 소스가 가미된 닭날개튀김’에 사용하는 경우 수요자에게 ‘우수한 품질의 매운 닭날개 튀김’으로 직감될 것이며, 또한 확인대상상표는 같은 크기의 한글을 나란히 배열하고 있어서, 이는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2호의 기술적 표장으로서 이에 대해서 등록상표인 ‘핫윙’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후4585 판결).

이처럼 상표 및 상품의 유사성, 상표적 사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자신의 성명이나 제품의 특징을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표 침해를 검토함에 있어서는 사용 표장이 상표법상 등록상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사전에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