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서 가전유통업을 하는 A 씨(54세)는 내 집 마련과 동시에 노후대비 임대수익을 노릴 다가구주택 경매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매 매물 정보를 검색하며 다가구 경매 물건을 찾던 중 매장과 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한 다가구주택을 발견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경매에 부쳐진 강동구 천호동 소재 대지 178㎡, 건물 285㎡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다가구주택이었다.

권리분석을 통해 세입자가 5세대 거주하고 있으나 낙찰 후 법원으로부터 거의 전세금을 배당받아가는 안전한 경매 물건이었다.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세입자들을 모두 만나본 결과 명도에도 이상이 없었다. 다가구주택은 명도(집 비우기)에 애를 먹는다는 말에 미리 조사를 완벽하게 마치고 자신 있게 입찰을 결정했다. 감정가 8억9418만원에서 2회 유찰해 최저가가 5억7228만원까지 떨어진 주택이었다.

드디어 입찰에 참여, 6명이 입찰 경쟁을 벌여 7억2900만원을 써낸 A 씨가 최고가매수인으로 결정됐다. 낙찰가율 81%, 잔금 납부 후 명도 과정에서 다소 저항이 있었으나 얼마간의 이사비를 챙겨줘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명도를 마칠 수 있었다. 2층은 가족이 거주하고 2층 일부와 지하, 1층 각 2개짜리 원룸주택들은 전세로 돌려 새로운 입주자를 맞았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올 연말부터 월세주택으로 바꿔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다.

 

노후 대비 수익형 부동산으로 ‘굿’

다가구주택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공동주택보다 생활여건이 불편하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다가구주택이 ‘다세대·다가구 건축기준 완화’ 조치 이후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시대에 투자금 대비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전한 수익성 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매를 통해 값싸게 낙찰받아 원·투룸 월세 임대사업이 가능하고 개보수를 통해 주택의 가치를 높여 되팔 수 있다.

다가구주택은 지난 90년 정부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주택 형태로 건축 연면적이 660㎡ 이하, 3층 이하 단독주택으로 주택 내 가구 수가 2~19가구로 제한된다. 다세대주택은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이 분리돼 구분등기가 가능한 반면,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거주하더라도 가구별로 분리해서 팔 수 없으며 건물 전체 단위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한 달이면 전국적으로 150~200건, 서울·수도권에서 100여건 안팎의 경매 물건이 공급된다. 낙찰가율은 80~85% 선으로 단독주택 경매 물건보다 높은 편이다. 통상 입찰경쟁률은 3~4대 1로 단독주택보다 높고 아파트보다는 낮은 편이다. 서울·수도권 외곽지역 다가구주택 낙찰가율은 70% 선이지만 도심·역세권 일대는 낙찰가율이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낙찰가를 보일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경매시장을 통해 다가구주택을 낙찰받으면 통상 1회 이상 유찰해 시세 대비 15~20% 저렴하게 낙찰받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낙찰가율이 70%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려졌다. 그래도 급매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낙찰받는다. 다가구 경매 물건은 환금성이 결여돼 경매 감정가가 저평가된 데다, 세입자가 여럿이어서 명도에 시간이 걸린다는 선입견 때문에 아파트 경매 물건보다 낮은 값에 낙찰된다.

다가구주택 경매투자의 장점은 이중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다는 점과, 싸게 낙찰받아 임대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월세로 임대사업을 할 경우 통상 투자금 대비 연 8~10%대의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도심 인기지역 주택은 땅값이 올라 감정가가 10억원을 훨씬 웃돌지만 서울 외곽과 수도권 덩치 작은 다가구주택은 3~5억 선의 다가구주택도 경매시장에 자주 나온다.

다가구 임대사업자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대출규제(DTI) 확대와 소형주택 공급확대에 따른 건축법 개정 이후 주택 높이, 층수 기준이 완화되면서 다가구주택에 투자하려는 입찰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 절세 면에서도 유리하다. 주택임대 사업자가 보유한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다주택자가 주택을 되팔 때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대학가·역세권·공장지대 물건 ‘찜’

임대사업을 위해 다가구주택 경매 물건을 노릴 때는 소형주택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선정하는 게 좋다. 소형주택은 임대수요가 넉넉해야 임대기간이 끝나고 집을 다시 내놓을 때 자금에 대한 부담이 적다. 임대수요가 많은 곳은 대학가나 역세권 주변, 주택이나 공장밀집지 등이다. 경매 낙찰가를 아무리 싸게 했더라도 임대수요가 넉넉해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기 쉬운 곳은 월세비중이 높은 곳이다. 신설 역세권이나 도심,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인근, 교통여건이 양호한 곳의 주택은 젊은 직장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의 임대수요가 많아 월세비중이 높은 편이다. 보증금 비율을 낮추고 월세비율을 높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나중에 되팔 때 환금성면에서 유리하다. 다가구주택 투자자는 장노년층이 임대사업용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월세가 높으면 되팔기도 수월하다.

다가구주택 경매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세입자 관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경매에 부쳐진 다가구는 대체로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는 안전한 편이지만, 세입자들이 많아 전세보증금 등의 문제가 복잡해 낙찰받은 후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문제가 껄끄러울 수 있다. 가끔 낙찰받은 후 세입자를 내보낼 때,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보증금 전액을 날리는 세입자들도 왕왕 있다.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있는 경우 이사비 등 예상치 못한 고액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낙찰자가 부담해야 할 임대보증금 유무를 확실하게 파악해 물어줄 돈이 없거나 세입자의 보증금이 낙찰금액에서 배당받아 나가는 안전한 물건 위주로 입찰하는 것이 관건이다. 되도록 입찰 전 가구별 예상배당표를 작성해 배당받는 세입자가 많을수록 다가구주택 경매 물건은 유리하다.

아무리 호재 지역 다가구주택이라도 낙찰가가 감정가의 85%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파트·다세대와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고 세입자 명도비용과 수리비 등 낙찰 후 추가비용이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써낼 필요가 있다. 또 환금성 문제를 감안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하기보다는 실제 입주나 안정적인 임대수익 등을 노리는 것이 좋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주택이나 권리관계가 까다로워 세입자 관계가 복잡한 경매 물건은 세밀한 검토 후에 입찰해야 한다. 건축 내용연수가 오래된 주택은 건물상태가 노후화돼 전면 개보수나 신축을 해야 하는 수도 있다. 감정평가서와 건축물대장으로 건축연도를 확인하고 입찰 전 현장답사를 통해 주택 내·외부를 살펴 주요 구조부의 하자 여부를 직접 살펴야 한다.

최근 재개발·뉴타운 지역 내 다가구주택이 인기를 끌자 경매 진행 중 경매 자체가 취소·취하되는 물건이 많아졌다. 특히 개발 호재 지역의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채무자가 중간에 급매로 되팔거나 세입자들이 합세에 경매를 정지시키기도 한다. 세입자 탐문을 통해 경매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경매신청금액이 주택가격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저당금액이 작은 주택은 취하 가능성이 높으므로 채권자로부터 실채무 금액을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