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토요타자동차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이 있다. 다만 이 말을 운전에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껏 부푼 가족들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운전자의 어깨는 절로 무거워진다. 그 대부분은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청하며 가족들을 안심시킨다. 그런데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베스트 드라이버라 부를 수 있을까? 화려한 스티어링과 절묘한 타이밍의 기어 변속? 무사고 20년 아니면 연비왕? 한두 번에 해치우는 숙련된 주차 기술? 설마 화끈한 드리프트를 떠올리고 있는가? 뭐, 아무래도 좋다. 운전에 관한 한 자신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처음 내게 운전을 가르친 삼촌의 말이 떠오른다. 운전을 시작한지 3년이 넘어갈 때였다. 교외로 빠지는 길목에서 삼촌이 불쑥 말했다. “운전이 손에 익었구나. 이제 방어운전의 단계로 넘어가야겠다.” 삼촌은 안정적 코너링과 교통 흐름에 맞는 속도 등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삼촌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아찔한 코너링, 널 뛰는 스피드, 자로 잰 듯한 주차 등 내가 뽐내던 기술은 결코 고수의 것이 아니었다. 내 차 한 대만이 아니라 도로 위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는 방어운전이야말로 최고의 경지라 할 것이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청한라면 몇 수 앞을 내다볼 만큼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그 세계가 궁금할 만하다. 휴가철 이런저런 바캉스 용품과 함께 방어운전 십계명도 꼼꼼히 챙겨보시라.

 

▲ 출처=BMW AG

1. 더운 날씨와 어수선한 차 안이지만, 두 눈 부릅뜨고 거울을 보자. 상급자라면 2초 안에 룸 미러와 좌우 사이드 미러를 보고 내 차의 전후, 좌우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눈 깜짝하는 순간에 근접하는 오토바이나 수상쩍은 차가 사각지대에 들어오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 거울을 볼 때 몸이 많이 비틀어진다면 거울의 위치가 잘못돼 있다는 의미니까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다시 체크할 것.

 

2. 휴가철, 도로 사정은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전방 5대 정도까지 멀리 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바로 앞 차만 보고 가다 일어나는 추돌 사고가 너무 많은 탓이다. 앞으로 네, 다섯 번째 차의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면 속도를 낮추고 언제든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반대로 그 차의 브레이크 등이 꺼지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교통의 흐름에 순응할 채비를 해야 한다. 하기는 이런 사람만 있다면 도로 정체는 반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 출처=재규어랜드로버AG

3. 뒤로는 한두 대 정도를 주시하는 게 좋은데, 같은 차선은 물론 다른 차선의 차들도 틈나는 대로 체크하는 게 좋다. 이때도 세 개의 미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속도를 내며 추월을 시도하는 차가 있을 때 내가 정속 주행 중이더라도 액셀에서 발을 살짝 떼서 감속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면서 나란히 달리는 형국이 되면 감정은 더욱 상하고, 교통의 흐름도 망쳐놓기 일쑤이니 그야말로 ‘민폐’이다.

 

4.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큰 충돌을 비롯한 각종 돌발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 제어 여부는 생명과도 직결된다. 사고가 날 때 두 손으로 운전한 경우와 한 손으로 운전한 경우, 그 결과는 천양지차이다. 계란을 잡는 정도의 힘으로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양손으로 스포크가 있는 곳을 잡는 게 원칙. 급격하게 커브를 돌거나 유턴할 때도 가능한 한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할 때는 한 손으로 운전해도 무방한데, 그때도 오른손(오른손잡이의 경우)은 스포크 위에 있어야 한다. 이게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몇 십만 분의 일 확률의 위험을 대비하는 것, 그것이 곧 방어운전이다.

 

5. 신호등을 보지 말기! 이 무슨 궤변이냐고? 신호등은 횡단보도나 교차로를 통과하는 처음과 끝에만 슬쩍 확인하면 된다는 이야기니 오해는 말 것. 대신 그 사이 주변의 행인과 자동차, 그밖의 장애물들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주위에는 신호 끝나기 무섭게, 심지어 신호가 바뀐 뒤에도 앞으로 가지 못해 안달이 난 행인과 자동차가 수두룩하니까. 낯선 골목길도 마찬가지다.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없는 곳이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더 많아지고 높아진 과속 방지턱은 지난 사고의 여파일 가능성이 높다. 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골목길을 통과한다. 아이나 강아지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미처 보지 못한 총알 택시가 쌩하니 지나가면, 심지어 멀쩡히 걸어가던 할머니가 갑자기 길 가운데로 쓰러지면, 트럭 위의 짐이 우르르 쏟아지거나 골목길에서 난데없이 축구공이 날아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자. 그러면 골목길에서 무심코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 출처=현대자동차

6.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거지만 그게 꼭 있는 힘껏 밟으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평균 주행 속도가 50km/h 이하인 도심에서는 페달을 밟는 횟수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게 기름도 아끼고 사고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안전거리나 경제속도란 것도 페달을 밟아서 유지하는 것보다 덜 밟아서 유지하는 게 더 쉽다. 일전에 한 자동차 담당 기자와 같이 꽤 좋은 차를 시승한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신호 대기중에 차 범퍼를 앞차의 엉덩이에 키스하기 직전까지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는 으르렁대기까지 했다. 레이스 좀 뛰었던 것 같은데, 만약 내가 그 앞 차에 있었다면…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너무 흉한 모습이었다.

 

7. 한여름의 야간 운전은 모처럼 속도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다. 차도 줄고 인적도 드물고 무더위의 짜증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으니 그놈의 과속 카메라만 아니면 정말이지…. 그런데 야간에는 모두 다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게 문제이다. 귀갓길을 재촉하는 중에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주행하되 언제든 감속할 수 있는 준비 태세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차에 달린 라이트란 라이트는 모두 켜서(상향전조등은 빼고)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알려주는 건 기본이다.

 

8. 운전석 안에서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무더위에 불쾌지수는 나날이 올라가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가능한 한 차안에서는 이성 친구와 싸우지 않는 게 좋다. 이성 친구만 적은 아니다.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일부 버스나 택시들…. (해당 사항 없는 기사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분들은 대체로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처한다. 온종일 하는 운전에 관한 한 자신 있어 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 테크닉은 화려하기보다 너저분한 경우가 많다. 차선 걸치기나 태연하게 끼어들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1m 이내로 밀착해 약을 올리거나 개념이 없는 추월…. 이런 거 당하면 기분 참 나쁘다. 물론 그런 버스나 택시보다 더 끔찍한 운전자도 부지기수이지만.

 

9. 끼어드는 입장과 그걸 당하는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튼 잘 끼어들고 잘 끼어주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끼어드는 차가 있다면 일단 속도를 줄여 끼어주는 아량을 베푸는 게 좋다. 당장 체감 온도가 몇 도는 떨어질 것이다. 끝까지 저항하다 자리를 내주면 기분은 더 상하고 끓어오른 화증은 또 어떻게 풀 텐가. 끼어들기의 원칙은 깜빡이를 켜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될 만큼, 최대한 길게 사선을 그리면서 끼어들어야 한다. 거리상 여유가 없다면 속도를 줄였다 조금 빠르게 올리면서 격차를 벌린 뒤 끼어드는 지혜와 추월 가속도를 활용해야 한다. 주변에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라고!”라거나 “절대! 비켜주면 안 돼, 그럼 네가 지는 거야!”라는 식으로 운전을 가르쳐주는 분이 있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좋을 것이다.

 

10. 좋은 자동차에는 그만큼 뛰어난 방어 기제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는 ABS나 EPS가 다 그런 것들이다. 우선 그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에 맞게 온전히 활용하는 것 또한 방어 운전이다. 사용법을 모른다고? 인터넷 검색도 좋지만 차를 살 때 같이 받는 매뉴얼 북을 먼저 읽어보자. 빵빵한 에어컨 바람보다 당신을 더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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