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뜨거운 태양 그리고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입맛도 없어지고 불쾌지수도 슬금슬금 올라가는 이런 계절에는 차가운 음료만 찾게 되는데, 이런 습관은 몸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고단백 보양식을 챙겨 먹으며 몸의 기운을 보충하는 게 좋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주로 먹는다. 이런 음식에는 몸에 기운을 주는 양질의 단백질과 대사를 돕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있다. 이렇게 따뜻한 음식 한 그릇에 마음도 몸도 따뜻해져서 더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곤 한다.

옛날 선조들은 복날에 모여 누렁개를 잡아다가 벌건 개장국을 끓여 땀을 뻘뻘 흘리며 나눠먹으며 무더위를 이겨내곤 했다. 소는 재산목록 1호라서 함부로 잡아먹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다. 대신 돼지고기는 동네잔치를 할 때 추렴해서 부위별로 나눠 먹었다. 닭백숙, 자라탕, 장어탕도 옛날 사람들이 즐겨 먹던 보양식이었다. 닭은 봄 병아리를 기르다가 중닭 정도 되면 한 마리를 삶아서 죽을 끓여 온 식구가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닭은 보양식 재료로 빠지지 않았던 중요한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육개장도 즐겨 먹었는데 ‘육’은 한자 ‘肉’이고 ‘개장’은 다시 ‘개(狗)’와 ‘장(醬)’으로 나뉘는데, 이는 ‘개고기를 끓인 국’을 말한다. 물론 최근에는 소고기나 닭고기로 육개장을 끓이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최근에 어느 언론사에서 여름 보양식의 순위를 여론조사로 매긴 적이 있는데 삼계탕이 1위고 보신탕은 의외로 5위로 밀려났다. 보양식의 트렌드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들 때 우리 선조들은 동물성 보양식으로 몸을 챙겼지만 육류 섭취가 늘어난 요즘 사람들은 동물성뿐만 아니라 식물성 채소나 과일 또는 해조류를 이용한 보양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평소 고기를 많이 먹는다면 수분,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에 블랙푸드, 즉 검정콩이나 검정깨를 활용한 식물성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양식이란 몸에 기운을 주며 영양을 채우는 것이므로 각자 취향이나 체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보양식은 반드시 뜨거운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허해지면 혈액순환을 위해, 또 여름에는 체온보다 바깥 기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피부 쪽의 더운 열을 식히기 위해 혈액이 피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따뜻한 음식을 먹어줘야 혈액을 다시 내장 쪽으로 이동시켜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여름 보양식의 대부분은 따뜻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오싹한 보양식도 있는데 그 옛날 궁중연회에 나왔던 초계탕이 대표적인 차가운 보양식이다.

초계탕은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서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다. 뜨거운 보양식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초계탕을 먹는 것이 좋다. 지방이 걱정된다면 오리고기를 부추와 함께 섞어 먹으면 좋다. 전복탕이나 낙지로 끓이는 연포탕은 여름 다이어트까지 가능한 담백한 보양식이다.

보양식은 보통 성인들이 주로 먹는데 아이들에게 적합한 보양식도 따로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성장호르몬을 분비시켜줄 수 있는 아미노산 아르기닌을 함유한 장어, 전복, 돼지고기 등이 좋다. 전복돌솥밥을 만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편한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전복이 부담된다면 비타민 B1이 소고기보다도 많은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고 부추나 파, 다양한 야채를 넣어서 돌솥밥을 만들면 아이들의 성장도 도와주고 여름을 지치지 않고 이기게 하는 보양식이 될 수 있다.

보양식은 비단 남자만 먹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출산 후 잉어나 가물치로 몸의 기력을 회복했다. 육군 보양식뿐 아니라 해군 보양식에도 좋은 것들이 많다. 자양강장제의 성분인 타우린이 풍부한 낙지, 쭈꾸미, 오징어 등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면서 혈액순환을 위한 철분이나 기력회복을 위한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못생겼지만 영양만큼은 최고인 오징어, 낙지, 문어, 쭈꾸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4대 해산물 보양식이다. 문어는 특히 임금님 수랏상에 올릴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였더니 벌떡 일어나더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낙지를 보양식으로 극찬했다.

삼계탕, 보신탕, 장어, 전복, 낙지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양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보양식은 대부분 잘 모른다. 이웃나라 일본은 장어를 이용한 보양식을 주로 먹고 태국은 세계 3대 스프로 유명한 똠양꿍을 즐겨 먹는다. 중국의 경우는 서민들은 샤브샤브를 즐겨 먹었고 황실에서는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한 불도장을 먹었다. 페루나 불가리아 같은 곳에서는 차가운 음식으로 여름 보양식을 즐겼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요즈음, 삼계탕 한 그릇의 높은 열량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이제 보양식의 기준을 바꾸고 조리 방법과 식재료의 선택을 자신에게 맞게 다양화해야 한다. 굳이 삼계탕만 고집하지 말고 해산물 쪽으로 보양식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국민 한 명 한 명의 기력이 충만해야 가정도 화목하고 나라도 잘 돌아간다. 올 여름에는 자기 입맛과 체질에 맞는 현대판 퓨전 보양식을 챙겨보기를 바란다.